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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초롱이가 현관 앞에서 연신 꼬리를 흔들고 있다. 남편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초롱이만의 신호이다. 초롱이는 애완견이다. 집안에서 개와 생활한다는 일은 상상도 못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초롱이를 떠 맞게 되었고 살다보니 어느새 가족이 되어 있었다.

요즘 초롱이는 늘 잠만 잔다. 깜찍하고 발랄했던 어릴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예쁜 짓은커녕, 비위가 상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이고 이름을 불러도 못들은 척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아이들이 내 품에 안기기라도 할라치면 번개처럼 달려와 앙살을 부린다. 딸아이 말을 빌리자면 자기가 사람이라 착각하고 엄마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심보란다.

초롱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구순노인이다. 그래서일까. 뜻밖의 행동을 하여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소파에 소변을 누고도 희희낙락하고 식탁 위가 제집인양 태연하게 잠을 자고 밥그릇의 물은 마다하고 변기의 물을 욕심낸다. 수의사 말에 의하면 나이 탓이란다. 나이가 많아 행동 장애가 온 것이란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집 귀염둥이 1순위는 초롱이이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서로 초롱이부터 안아주고, 잠시만 집을 비워도 초롱이가 심심할까 봐 일찍 귀가를 서두르며, 떨어져 사는 아이들도 으레 초롱이 안부부터 묻는다. 그동안 초롱이가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상대였다. 사춘기 때 아이들 방은 늘 굳게 닫혀 있었다. 엄마인 나조차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했는데 초롱이는 예외였다. 아이들은 초롱이를 안고 엄마와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사춘기의 혼란을 이겨내었다. 나에게는 명약이었다.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찾아 내 품을 떠났을 때 갑자기 닥친 외로움은 병이 되었다. 초롱이는 말이 없어지고 눈물이 많아진 나를 지켜주었다. 식사시간이 되면 밥 달라 보채고 오래 누워있으면 일어나라 물고 뜯고 야단이었다. 초롱이로 인해 할일이 생기고 밥 먹을 이유도 생겼다. 초롱이는 우울증을 이기는 명약이었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남편도 초롱이와 놀 때는 예외였다. 달려드는 초롱이를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남편의 얼굴은 소년의 웃음으로 가득하였다. 그렇게 초롱이는 우리와 가족이 되었고 우리가족은 초롱바라기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 공원에서 다투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이유인즉 강아지가 소풍객의 돗자리에 뛰어 들어 음식에 입을 대었고 어린아이들을 놀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빠진 소풍객들은 우는 아이를 안고 자리를 떴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의 잘못인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을 이유 없이 경멸하고 밥 먹고 할일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집안에서 강아지와 한 식구처럼 지내는 것을 미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견가들 중 일부는 애견가라 말하기 부끄러운 행태를 벌이고 있다. 놀이터나 공원을 배설장소로 사용하고 애완동물 출입금지구역에도 당당하게 데리고 오며 지나친 애정표현으로 혐오감을 일으킨다. 그 중 가장 꼴불견은 목줄도 매지 않은 채 외출을 하는 경우이다. 목줄을 매지 않은 애완견들은 사람들을 놀라게도 하고 아무 곳이나 배설을 하여 불쾌감을 조성한다. 애견인들 스스로 올바른 애견문화를 정착시켜 자신들이 사랑하는 강아지로 인해 비애견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초롱이가 더 세차게 꼬리를 친다. 남편이 현관 밖까지 왔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문이 열리면 초롱이는 온몸으로 남편의 귀가를 반길 것이다. 아, 구순의 초롱이는 아직도 우리의 재롱둥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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