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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아직 사용법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새 휴대폰이라 서운하기 짝이 없었다. 분실 사실을 알자마자 친구의 전화기로 내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가 공허하게 들려왔다. 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새 전화기는 찾기 힘들어.""아니야, 요즘은 추적이 가능해서 신고하면 찾을 수 있다던데."친구들도 안타까워하며 저마다의 의견을 말하였지만 뾰족한 답은커녕 속만 더 상하였다. 서둘러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는 다시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니 새 휴대폰을 구입하든지 아니면 우선 임대 폰을 이용하라고 조언하였다. 한참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습득한 사람이 연락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일단 임대 폰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임대 폰은 내내 잘 통하다가도 제 맘대로 통화불능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또 다시 연결이 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피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나 부모님, 그리고 누군가가 꼭 전화를 했을 것만 같았다. 연결이 안 되니 문자라도 보냈을 것 같아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확인하였다. 어디 그뿐이랴. 괜스레 이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해서 시원찮은 임대 폰을 사용 중인데 혹시 전화했는지 물어 보느라 바빴다. 왠지 불안하고 허전하였다. 문득 이게 바로 휴대폰 중독 증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휴대폰을 없애 볼까보다. 집전화도 있고 급한 용건은 남편휴대폰으로 주고받으면 되는데. 굳이 목돈을 주고 새 휴대폰을 사야 되나싶다.

"따르릉 따르릉~~~"집전화소리가 요란스럽다. 달려가 수화기를 드니 딸아이였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왜 휴대폰은 연결이 안 돼요· 연락이 안 되면 걱정이 된다고요."또 임대 폰이 말썽을 부리고 있다. 딸아이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집 전화가 또 울어대기 시작 한다. 이번에는 남편이다.

"도대체 왜 휴대폰을 안 받는 거야·" 성미 급한 남편은 버럭 화부터 내었다. 당장 새 휴대폰으로 바꾸라고 야단이다. 은근히 오기가 생긴다. 별다른 용건도 없으면서 야단법석인 아이들과 남편에게 반기를 들고 싶어졌다.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객지로 대학을 보내면서 구입하였다. 언제 아이들이 전화를 할지 몰라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주방에서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샤워나 운동할 때도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 때에도 배게 밑에 두고 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한테는 언제든지 호출이 가능한 엄마로, 남편에게는 아쉽지 않은 아내로 자리 잡혀 버렸다.

그래. 휴대폰 없이 살아보자. 아이들도 결혼하여 제 가족이 있고 남편도 일을 접고 나름 여가를 즐기는 중이니. 나도 이젠 그들의 호출에서 자유로워지자. 휴대폰 분실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꿈꿔보는 오월의 어느 날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벨이 울리지 않으면 혹시 못 들었나 싶어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였고 소음이 심한 곳에 있을 때나 지하철을 탈 때면 벨소리를 크게 해놓고도 꼭 손에 들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시간체크도 꼭 휴대폰을 이용하였다. 스케줄이며 메모, 모닝콜, 사진까지 모두 휴대폰에 의존하였다.

이번에도 휴대폰을 멀리하기는 틀린 성 싶다. 하지만 오늘부터 집에 있을 때는 꼭 휴대폰을

어느새 우리는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휴대폰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가족이 되어 있었다.

꺼두고 운동할 때만이라도 집에 놓고 나가야겠다. 그러다보면 서서히 휴대폰 없이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언제인가는 휴대폰대신 일반 유선전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여유가 생기리라 기대하면서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우리 가족을 지배해간 것 같다. 어디 그뿐이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기회에 휴대폰을 없애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꼭 휴대폰이 있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몫 돈을 주고 새 전화기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문득 요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휴대폰 중독'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혹시 내가 휴대폰중독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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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