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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3.01 13:52:50
  • 최종수정2016.03.01 13:52:58

박선예

수필가

참 난감하였다.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그녀 때문이다. 혼자 두자니 그렇고, 같이 있자니 웬 불똥인가 싶었다.

이웃끼리 담소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자녀들의 혼사이야기가 나왔다. 혼기를 놓친 자녀를 둔 이들은, 짝을 찾아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마땅한 짝이 있으면 서로 중매하자고 그들끼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우리 딸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거야. 사자도 싫다는 애인데 어디다 대고 그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을 갖다 대. 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녀가 자꾸 혼잣말로 떠들었다. 그렇게 화가 날 정도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의아 하였다. 가만히 있자니 어색하고, 뭐라 말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알려줘야 그녀의 맘이 편해 질것 같아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말하였다.

"박 선생 딸은 시집가서 잘 살잖아. 내 기분 절대 모를 거야. 그러니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

그녀는 나에게 화를 쏟아 부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올드미스인 딸 때문에 예민해진 거라고 치부했지만 꼭 한마디는 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그들에게 중매해달라고 했잖아. 오로지 사람 하나만 본다며?' 라고.

그녀와 난 언제 어디서 봐도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편안한 관계이다. 같은 나이인 아들, 딸을 둔 때문인지 어쩌다 만나도 서로 이야기는 잘 통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달리 딸의 결혼에는 늘 담담하고 초연하였다.

"내 딸은 아직 천생연분을 못 만났나 봐. 요즘은 혼자 살기 좋은 세상이라, 결혼에 목맬 필요도 없지 뭐. 혼자 살면 여행도 가고 자식 걱정도 안하고. 얼마나 좋아.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야."

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 말이 진심인줄 알았다. 마흔이 코앞인 딸이 결혼하든 안하든 아무 걱정 없이 사는 확 트인 엄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만 그녀의 속마음을 읽고 말았다. 그녀도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한살 두 살 나이를 더해가는 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눈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문득, 그녀의 딸은 어머니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버거워서 결혼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도 그녀와 진배없었다. 결혼 허락을 받으러 왔던 우리며느리나 사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자, 딸한테는 엄마보다 남자보는 눈이 낮다고 타박하였고, 아들에게는 서두르지 말라고 종용하였었다. 둘 다 내 자식 못지않게 잘 자란 아이들이었는데…. 그녀나 나나 눈먼 자식사랑 때문에 우를 범한 것 같다.

우리나라 미혼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한다. 과중한 결혼 비용부담이나 일 때문에, 혹은 마땅한 상대가 없거나 육아의 부담 등등 말이다. 이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정책이나 부모의 협조, 본인들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웃 일본의 경우는 혼자가 좋아서 결혼하지 않는다는데….

꼭 결혼해야 되는 시대는 갔지만 결혼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이 시대의 숙제이다. 우선 작은 일이라도 행하면 어떨까 싶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는 일말이다. 그리하면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남녀의 사랑에는 조건이나 이유가 불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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