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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참 난감하였다.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그녀 때문이다. 혼자 두자니 그렇고, 같이 있자니 웬 불똥인가 싶었다.

이웃끼리 담소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자녀들의 혼사이야기가 나왔다. 혼기를 놓친 자녀를 둔 이들은, 짝을 찾아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마땅한 짝이 있으면 서로 중매하자고 그들끼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우리 딸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거야. 사자도 싫다는 애인데 어디다 대고 그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을 갖다 대. 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녀가 자꾸 혼잣말로 떠들었다. 그렇게 화가 날 정도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의아 하였다. 가만히 있자니 어색하고, 뭐라 말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알려줘야 그녀의 맘이 편해 질것 같아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말하였다.

"박 선생 딸은 시집가서 잘 살잖아. 내 기분 절대 모를 거야. 그러니 나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

그녀는 나에게 화를 쏟아 부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올드미스인 딸 때문에 예민해진 거라고 치부했지만 꼭 한마디는 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그들에게 중매해달라고 했잖아. 오로지 사람 하나만 본다며?' 라고.

그녀와 난 언제 어디서 봐도 반갑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편안한 관계이다. 같은 나이인 아들, 딸을 둔 때문인지 어쩌다 만나도 서로 이야기는 잘 통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달리 딸의 결혼에는 늘 담담하고 초연하였다.

"내 딸은 아직 천생연분을 못 만났나 봐. 요즘은 혼자 살기 좋은 세상이라, 결혼에 목맬 필요도 없지 뭐. 혼자 살면 여행도 가고 자식 걱정도 안하고. 얼마나 좋아.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야."

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 말이 진심인줄 알았다. 마흔이 코앞인 딸이 결혼하든 안하든 아무 걱정 없이 사는 확 트인 엄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만 그녀의 속마음을 읽고 말았다. 그녀도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한살 두 살 나이를 더해가는 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눈높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문득, 그녀의 딸은 어머니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버거워서 결혼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도 그녀와 진배없었다. 결혼 허락을 받으러 왔던 우리며느리나 사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자, 딸한테는 엄마보다 남자보는 눈이 낮다고 타박하였고, 아들에게는 서두르지 말라고 종용하였었다. 둘 다 내 자식 못지않게 잘 자란 아이들이었는데…. 그녀나 나나 눈먼 자식사랑 때문에 우를 범한 것 같다.

우리나라 미혼 남녀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한다. 과중한 결혼 비용부담이나 일 때문에, 혹은 마땅한 상대가 없거나 육아의 부담 등등 말이다. 이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의 정책이나 부모의 협조, 본인들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웃 일본의 경우는 혼자가 좋아서 결혼하지 않는다는데….

꼭 결혼해야 되는 시대는 갔지만 결혼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이 시대의 숙제이다. 우선 작은 일이라도 행하면 어떨까 싶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는 일말이다. 그리하면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남녀의 사랑에는 조건이나 이유가 불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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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