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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5.14 17:01: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선예

수필가

처녀치마, 노루귀, 범부채, 꿩의다리, 용머리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동물의 특정부위를 나타내는 말 같은데 얼핏얼핏 들리는 이야기는 동물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왕쌀새는 자세히 살펴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느니. 꿩의다리는 사진으로 보면 진짜 이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느니.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곁으로 다가가 그들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휴대폰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들은 꽃을 보고 있었다. 우리 꽃이었다.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개나리 진달래처럼 자주 접할 수 있는 꽃 이름에만 익숙해 있던 터라 그들이 말하는 우리 꽃 이름이 그저 생소하기만 하였다. 호기심을 보이자 휴대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우리 야생화를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우리 꽃이 얼마나 청초하고 아름다운지 열변을 토하였다. 그들은 야생화 모임의 회원들이었다. 때마침 충주시의회 청사 로비에서 우리 꽃 전시회를 열고 있으니 관심 있으면 한번 구경 오라고 권하였다.

전시실 앞은 의외였다. 전시회가 열리면 으레 많은 화분과 화환이 입구를 차지하는데 우리 꽃 전시실 입구는 고작 서너 개의 화분이 자리 잡고 있어 초라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 선 기분이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우리 꽃들이 아니었다. 그냥 지나쳤던 들꽃들이 우아하게 고운 빛을 발하고 있었고 무심히 바라보았던 풀꽃들도 수줍은 듯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즐겨먹는 둥글레차의 꽃이 이처럼 앙증맞을 줄 미처 몰랐고 나물로만 알았던 곰취, 원추리, 돌나물이 꽃이 되어 앞에 나타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잔잔하게 피어있는 양지꽃의 밝은 기운은 봄나들이 나온 노랑 병아리 떼 같았고,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초롱꽃의 은은한 기품은 사대부의 안방마님다웠다. 새색시처럼 수줍게 고개 숙인 할미꽃의 오묘함과 현호색의 신비함은 무언가 잔뜩 숨기고 있는 듯하고 너무 연약하여 연민마저 드는 노루귀와 지천으로 피는 애기똥풀도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던 이름들이 부를수록 정이 갔다. 우리 꽃들의 이름은 전설이나 꽃모양, 쓰임새, 색깔 등을 고려하고 지었기에 외우기 쉬울 뿐만 아니라, 예쁘고 정스럽기 때문이리라. 꽃모양을 본떠서 며느리밥풀꽃, 금낭화, 새우난, 조개나물이라 불렀고 색깔을 나타내는 꽃으로는 노랑매미꽃, 알록제비꽃, 흰용담, 자란, 분홍바늘꽃등이 있으며 줄기를 자르면 붉은 점액이 나와서 피나물이고 노란 액이 땡글땡글 맺혀서 애기똥풀이며 맛이 써서 씀바귀이고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난다하여 생강나무라 이름지었다하니, 가히 칭찬 할 만하다. 지나치지 않게 도도하며 넘치지 않게 아름다운 우리 꽃을 감상하며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를 덤으로 우리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익히는 재미가 쏠쏠하기 만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장미의 화려함과 서양 란의 탐스러움, 후리지아의 강렬한 향기에 길들여진 채 살아왔다. 진달래와 철쭉도 구분 못하고 억새와 갈대의 차이점도 모른 체 지내왔다. 봄꽃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벚꽃의 원종이 우리의 왕벚나무임에도 일본의 국화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니.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세계화가 될수록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야생화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녔단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배양방법을 개발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꽃밭에는 노루귀, 솔나리, 애기중의무릇, 으아리같은 우리 야생화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더불어 결혼식의 부케나 꽃장식도 양란이나 장미대신 우리 꽃이 자리 잡는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전시장을 나오니 오월의 태양이 빛나고 있다. 시청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그들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 꽃을 아십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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