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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충북도 문화관광해설사·수필가

날씨만큼이나 선거판이 뜨겁다. 세월호 참사여파로 조용한듯하더니 막상 선거 날이 가까워지자 출마자들은 한껏 등이 달았나보다. 페어플레이를 하는 후보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서로 헐뜯고 막말하느라 야단이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계획한 공약을 말하고 지역을 위해서 얼마나 일 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피력하기도 바쁜데 서로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우리는 오남매였다. 우리 오남매가 아침밥을 먹고 있는 사이 어머니는 우리들의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하여 부엌 가까운 마루 끝에 내어놓으셨다. 그러면 할머니는 등교하는 우리들에게 길조심, 차 조심을 일일이 당부하며 도시락을 손에 들려주셨다.

점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여는 순간, 밥 위에 계란 프라이라도 얹혀 있으면 그날은 기분이 우쭐하였다. 도시락 뚜껑에 계란 프라이를 꺼내놓고 친구 수만큼 갈라서 나눠 먹으면 어찌나 맛이 좋았는지…, 친구들과 무리지어 각자 싸온 반찬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학교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어 버렸고 당시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도시락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훌륭하였다.

결혼 후, 우리 어머니가 우리 오남매에게 그랬듯이 매일 아침 내 자식들의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저녁 도시락까지 챙겨야 하였기에 도시락 싸는 일이 큰 일과였다. 도시락으로 두 끼나 해결하는 자식들을 위해 새로운 음식에도 도전하였고 나름대로 영양소를 갖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 때문인지 음식 솜씨는 나날이 좋아졌고 식구들도 영양소를 고루 갖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손에서 도시락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점심을 먹기 때문이란다. 집에서 번거롭게 싸오는 도시락보다는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학교 급식이 훨씬 낫기 때문이란다.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니…, 어머니의 정성보다 더 나은 영양소가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하기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십 수년전만하여도 결혼한 여성들은 대부분 전업주부로 자리 잡아 집안일에 전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도 사회 참여를 해야 하는 시대라 집안일과 직장 일을 동시에 해야만 한다. 그러하니 도시락 싸는 일에 정성을 다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힘에 버거울 만하다. 학교 급식이 여성들의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서울의 학교 급식이 이번 서울시장선거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약급식이라느니. 아니라니. 야단이다. 서울시에서 불거진 문제이지만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떨고 있다. 서울이 그러한데 우리 지역은 과연 안전할까라고.

엄마표 도시락을 먹고 자랐고 엄마표 도시락으로 자식을 키운 나로서는 급식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 도시락 싸는 즐거움도 꽤 쏠쏠하였었다. 지금의 엄마들은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그 즐거움을 모르고 지나는 것도 딱한데. 식중독이니 농약이니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그저 이 시대에 자식 도시락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내 팔자가 상팔자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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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