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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09 15:39:17
  • 최종수정2020.04.09 15:39:17

한정규

문학평론가

사람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마치 진리처럼 말한다. 다시 말해 열은 열로 다스려야 한다는 뜻에서, 힘에는 힘으로 추위에는 찬 것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은 선으로 악은 악으로 대해야 한다'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예수는 검으로 싸우는 자는 언젠가 검으로 망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열치열이나 예수의 말에 의하면 악은 악에 의해 망하고, 도박을 즐긴 사람은 도박으로 망하고, 또 총칼로 잡은 정권은 총칼에 의해 망한다. 그런 것들 인류사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친구끼리 대화를 하다 언쟁으로 둘 중 한사람이 갑자기 상대방 뺨을 때렸다. 뺨을 맞은 사람이 그에 맞서 주먹으로 얼굴을 갈겼다. 그 결과 큰 싸움으로 확대돼 두 사람이 경찰에 끌려갔다. 그 후 두 사람은 원수처럼 지내게 됐다. 이 사례는 이열치열의 예다.

친구가 뺨을 때렸을 때 기분은 나쁘겠지만 뺨을 맞은 친구가 때린 친구에게 그래 미안하다. 네가 나를 때리고 마음이 풀린다면 더 때려라 분이 풀릴 때까지· 그러면서 선으로 대했다면 그 결과는 친구로서 남을 뿐만 아니라 더욱 다정한 친구가 됐을 것이다. 이열치열이 아닌 악을 선으로 대한 것이 보여 준 차이다. 실제로 악을 선으로 대해 한 인간의 미래를 바꿔놓은 일이 있다. 그 사람이 방정환선생이다.

방정환선생은 1899년 11월 9일 서울 종로 현 세종회관 뒤에서 태어나 살았다. 어느 날 저녁 방정환선생 집에 강도가 들었다. 방정환선생에게 돈을 내 놓으라고 흉기로 위협을 했다. 방정환선생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강도에게 줬다. 강도가 그 돈을 받아 그냥 나가자. 방정환선생이 강도에게 여보세요 돈을 받았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소· 강도가 그 말을 듣고 그래 이 새끼야 고맙다. 그리고 나갔다.

얼마 뒤 경찰이 그 강도를 데리고 찾아와 방정환선생에게 이놈에게 지난 밤 돈을 강탈당했지요· 하고 묻자.

방정환 선생은 "아니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이 분이 찾아와서 돈을 달라기에 주었더니 이 양반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강도짓입니까·"

방정환선생이 그렇게 말을 하자 경찰이 그 강도를 놔두고 그냥 돌아갔다. 경찰이 간 뒤 그 강도가 무릎을 꿇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선생이 허락하신다면 죽을 때까지 뫼시겠습니다. 그리고 그 강도가 잘못을 뉘우치고 방정환선생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다시 말해 방정환 선생이 자기에게 돈을 빼앗아 간 강도를 벌이 아닌 사랑으로 대해 착한 사람으로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폭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국민을 억압하면 장기집권을 할 수 없다. 국민 또한 자유를 억압당하고서야 행복할 수 없다.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장기집권도 행복도 있다. 폭력으로 안 되는 변화를 사랑으로는 변화시킬 수 있다. 방정환 선생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방정환선생이 악을 선으로 대하여 악마를 천사로 바꾸었듯 이열치열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검으로 싸우는 자는 언젠가 검으로 망한 것만도 아니다.

다시 말해 한 겨울 강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발은 얼음으로 녹일 수 없다. 추위에 얼어버린 발이나 손을 녹이기 위해서는 따뜻한 것이 있어야 한다. 또 아동문학가 방정환선생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때로는 악을 선으로 대한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권력을 쥐었다고 재물 가졌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권력과 재물을 가졌을 때 잘 해야 한다. 이열치열이나 악을 선으로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다.

언 발을 녹일 때는 따뜻한 것으로 더위를 식이기 위해서는 찬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정환선생처럼 악을 선으로 대해야 한다. 이열치열이라며 열을 열로 악을 악으로 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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