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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3월 2일 오늘 손자가 중학교에 입학을 한다. 강보에 쌓여 품안에 안겨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교 학생이 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물론 대견한 마음에 할아비 마음이 든든하단다.

손자 손녀가 몇 명 있지만 유독 녀석만 할아비에게 격 없이 응석도 부린다. 때로는 친구처럼 할아비에게 못할 말 없다. 마냥 귀여워만 해온 덕이란 생각 끝에 진정한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일 게라고 속으로 흡족해 한다.

녀석의 졸업을 며칠 앞두고 통화를 하려는데 느닷없이 내 말을 막아선다.

"할아버지, 중학교에 가서 해야 할 말은 그만둬. 나도 알만큼 알아! 가뜩이나 걱정이 되는데 중학교에 가서 해야 한다는 말 안 하기!"

전화를 끊고 잠시 여러 생각에 잠겼었다. 녀석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걱정이 많나보다. 필시 주위의 사람들에게 들어온 말들이 중압감으로 나아가 걱정거리로 둔갑돼 제 마음을 번거롭게 하기에 이르렀나보다.

우선 담임선생님이 졸업을 앞두고 제자 사랑에서 중학교에 가면 더욱 잘 하라며 욕심껏 많은 지도말씀을 주셨으리라. 물론 제 아비어미 역시 아이를 닦달하는 측면에서 오죽이나 곧 중학교 학생인데 이러저러 하게 잘 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까· 학생이라면 모두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뇌리에 각인돼 있는 학원에서도 역시 같은 맥락의 조언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잠시 역지사지로 녀석의 입장에 서서 생각에 잠겼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중학교에 관한 많은 생각들이 온통 뇌리를 복잡다단하게 하고 있으리라.

필자는 반세기 전의 군 입대 시절을 떠올렸다. 사실 군대 입영을 통고받고 한동안 번뇌에 가깝도록 가슴 아리를 했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어온 군대생활에 대한 말들에 의해 내 머릿속은 대단히 복잡다단했었다. 특히 훈련소 조교의 폭압적이고 난폭하게 훈련병을 대한다는 말들을 얼마나 들었던지 내 머릿속엔 뜬금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헬멧을 쓴 사람이 조교라고 하기에 나는 그 순간 '어· 조교도 사람이네·'란 말을 해 함께 군에 간 동료들로부터 한동안 조롱을 받기도 했었다. 동료들은 내게 군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걱정을 했었다. 마치 콩나물시루에서 방금 뽑아 올린 콩나물 같다는 조롱을 듣곤 했으니 말이다. 좋게 말해선 순진했다고 하겠고 달리 말하면 바보나 다르지 않았나 보다.

마음이란 그릇과 같다. 그 그릇에 넣을 것을 선택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주위 사람들이 자기중심에서 하는 말들은 자칫 부담감만 팽배하게 해줄 확률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새로운 학습활동에 대한 호기심과 의욕을 갖도록 해준다면 그게 바로 덕담이고 학생에게 조언이 되겠다. 다시 말해 학생 본인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질문하도록 유도하는 게 어떨까·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마구 해주는 말들은 그 주인공에게 부담감 내지는 쓸모없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자는 말이다.

손자랑은 원거리에 살고 있기에 그 후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하느라 오히려 소연해진 편이 되었다.

걱정하지 마라. 누구나 키가 커지고 힘이 더 세지고 욕심도 점점 자라난단다. 네가 즐기는 놀이나 운동도 점점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면 더 큰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자라게 된단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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