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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묵은 해(乙未)를 보내며 새해(丙申)를 곧 맞는다. 누구나 한 해를 되돌아보며 새해에 대한 기대를 해보기 마련이다.

우리민족은 이맘 때 토정비결을 보는 예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토정비결에 대해 미신이라는 말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더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1950년대 말 무렵에 상당히 어려운 진학시험을 보게 됐었다. 집안 어른들의 염려와 걱정 또한 컸었다. 어느 한 분이 걱정해 주는 측면에서 나에 대한 명년의 월별 운세를 적어서 건네주었다. 다름 아닌 토정비결이었다. 대체적으로 듣기 좋은 말들이었으나 하필 응시하는 월의 운세가 마음에 걸렸다. 그 내용인즉슨 '바위에 나무를 심을 괘.'라 적혀있었다. 얼핏 생각해 보기로는 무척 어렵다는 말로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시험장에 나가니 응시 비율이 무려 19 : 1 이나 되었다. 자연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시험일이 훌쩍 지나갔고 3~4일 후 합격자 발표일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서 발표자 명단을 똑바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그때 담임선생님 내게로 다가오시며 '축하한다.'는 말씀에 꿈은 아니겠지 하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명단을 훑어보니 내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후 토정비결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한편으로는 부정하면서도 이지함 선생의 숭고한 학문과 탁월한 식견이 빚어 낸 토정비결이, 무언가 후세들에게 영향하려는 의도적인 측면도 없지 않으리라 믿으며 홀로 주먹구구식 숙고에 푹 빠져본 적이 많았던 편이다.

내 고민에 크게 영향한 건 30대 중반이 됐을 때 어느 지인이 '바위에 나무를 심을 괘.'에 대한 재해석 덕분이었다고 하겠다. 그는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해냈으니 당신이 지금 교단을 지키며 주위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고 부추겨 줬다. 딴은 그러고 보니 토정비결의 양면성을 좀 더 폭넓게 사고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어르신의 말씀 중에 점을 봤더니 '당신은 공부를 좀 했더라면 아주 크게 출세했을 운이다.'고 하며 내심 으쓱해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나로서는 점쟁이의 얄팍한 권모술수란 생각도 없지 않았다.

전설 같은 이야기 중에 어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아기가 병약해서 날마다 울기만 하니 부모 역시 아기를 원망하던 차, 지나던 고승 한 분이 들러 아기 관상을 보고는 '나중에 정승이 될 운을 타고 났다.'며 잘 키우라는 말에 온갖 정성을 기울였더니만 정말로 정승벼슬을 했다고 한다.

토정 이지함 선생은 현감을 지낸 분으로서 청빈한 삶을 실천했고 일생을 통해 부단히 학문에 정진하며 후세들에게 교훈적인 토정비결을 펴냈다. 내용들은 모든 사람들이 대동소이하게 삶에서 겪을 수밖에 없거나 공감할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그 내용을 과신함은 미신이 될 것이나 덕담으로 여기면 삶에 용기와 힘으로 보탬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나쁜 괘라도 조심해서 자신에게 해로울 게 없다고 믿는다. 즉, 나쁜 괘는 더욱 조심하고 정진할 것이며 좋은 괘일지라도 그것만 믿고 나태하거나 경솔해서는 결코 자신에게 좋을 리 만무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다.

무엇이든 과신보다는 나 자신이 삶에 바르게 인용한다면 참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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