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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02 17:53:37
  • 최종수정2020.03.02 17:53:37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동서양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근심·걱정 없이 살기는 마찬가지다. 시대를 초월해서도 똑같은 일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사람들을 근심 없애기에 골몰했었나 보다.

옛사람이 삶에서도 자연에서도 음식에서도 근심을 없앨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드디어 한 식물에서 그 방안을 찾았다. 그 풀이 바로 원추리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망각이란 신이 준 선물이 있어서 생기는 이로움도 있다. 일정한 시간과 계기로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것을 말한다. 근심을 떨쳐버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여 '망우초'라 하는데, 원추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가진 원추리꽃은 활짝 핀 다음 저녁이면 금세 시들어버릴 만큼 짧고, 지고 나면 전체가 오므라져 붙어버리기에 '합환화'라 했다.

예로부터 '득남초'로 불린 원추리의 꽃잎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또 임신부가 꽃다발을 차고 다니면 아들 낳는다고 하여 '의남초'라 불렀다. 원추리 싹이 사람 인자를 거꾸로 한 것과 같은 모습 때문에 생겨난 속설이다. 지방에 따라 언추리나물, 오로리나물, 가스락풀이라 한다.

봄에는 새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 나물로 무쳐 먹는데, 원추리에는 콜히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나물로 많이 먹으면 취해서 의식이 몽롱하게 되고 무엇을 잘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시름을 잊게 해 주는 풀, 망우초는 기원전 800~600년대 주나라 때의《시경》〈백혜〉편에 전장으로 떠난 님을 그리며, 슬픔을 잊기 위해 원추리를 심는다고 '훤초(諼草)'라 처음 기록됐다. 1세기 후한의 허신은《설문해자》에서 "훤(萱)은 사람의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 했다. 위나라의 조식은 겨우내 새싹이 자랄 때까지 싹을 덮어 거름 역할한다고 해서 엄마가 아기를 보호하는데 비유하여 '모애초'라 불렀다. 5세기 양나라 때의 임방은《술이기》에서 "훤초(萱草)는 일명 자훤이고, 또 망우초라 한다." 당나라 말기 때의 섭이중은《당재자전》<유자음> 시에 집 떠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은혜가 하늘과 같이 넓고 큰데, 자식이 된 도리를 잊은 것을 원추리라 비유했다. 원나라 때 이붕비는《삼원연수참찬서》에서 "원추리의 어린싹을 나물로 먹으면, 홀연히 술에 취한 것 같이 마음이 황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풀을 망우초라고 한다"고 했다.

훤초라고 불리던 원추리는 원초, 원추로 변해서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433년《향약집성방》에 '잉질채(仍叱菜)'라 적고, '넛'이란 한글로 썼다. 1610년《동의보감》에서 '넙나물'로 적고, '원추리'란 표기가 처음 사용돼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원추리 새싹을 '넘나물' 또는 '넓나물'이라 부르는데, '넓은 나물'을 뜻하는 '광채'에서 따온 말이다. 17세기 이정구는《임진피병록》에서 "식초를 버무린 누른색의 나물을 먹으니 소담하고 구미에 맞아 송이버섯보다 나았다. … 이는 '넙나믈'이며, 시골사람들은 단지 이 잎만 먹고 꽃을 먹을 줄 모른다." 실학자 홍만선은《산림경제》에서 '원추리' 또는 '업나믈'로, 1802년 이재위가《물보》에서 '원츌리'는 훤초가 변하여 된 이름이라 했으며, 1820년 유희는《물명고》에서 '원쵸리'라 했다.

동양의 꽃, 원추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동북아가 원산지다. 봄나물로 원추리는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갖은 양념을 해서 먹으면 부드럽고 아싹하고 알싸한 맛이 그만이다. 요즘 그다지 먹지 않는 봄나물이지만, 원추리는 '근심풀이풀' 곧,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널리 알려진 약초이다. 오직 훤초가 근심을 잊게 할 뿐 이 꽃은 생활고에 먹은 술, 숙취에 그만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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