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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01 16:59:19
  • 최종수정2019.04.01 16:59:19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

북극곰의 수난사가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지 오래다. 지구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하나의 상징으로, 빙하와 그곳에 사는 곰이 머릿속에서부터 겹친다. 곰취를 먹을 때마다 입방아 찧은 것도 곰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로 상관없다지만 환경변화는 우리네 밥상을 예전과 다르게 해 놓았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곰취는 봄의 미각을 쫓아 마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냉이와 쑥 등 첫선을 보이는 봄나물 그다음, 5월의 존재감으로 등장하는 곰취가 북극 얼음이 녹아 겨울잠을 이루지 못한 곰들이 이른 잠에서 깨어나듯 제철을 잊은 지 오래다.

겨우내 동면에서 깨어난 곰이 제일 먼저 찾는다는 풀, 허기진 곰이 곰취를 뜯어 먹고 기운을 차린다는 풀,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뜻에서 '웅소(熊蔬)'라 한다. 백두산과 시베리아 더 넓은 땅에 사는 곰들의 삶과 곰취는 무관하다. 곰은 곰취를 거의 먹지 않는다. 곰취잎이 곰 발바닥을 닮아서 그렇게 부른다는 속설이 타당하다. 또 곰이 살 정도로 깊은 산속에서 자란다고 하여 유래된 이야기다. 곤달비, 고추냉이, 동의나물 등은 곰취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동의나물은 먹으면 혀가 마비되고 호흡이 가빠오는 증세가 나타나는 알칼로이드성 맹독을 가진 독초다.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취나물만 해도 600여 종이 넘지만, 곰취만 따로 이름을 가졌다. 다른 부위보다 잎으로 알려진 곰취는 먹을 때 씹는 느낌, 입안에 맴도는 향기와 맛이 일품이다. 가을에 곰취 뿌리줄기를 말린 것을 '호로칠(葫蘆七)'이라 하는데 한방에서 천식, 요통, 관절, 타박상에 쓰는 약재다. 곰취에는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소화를 돕고,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감기와 노화 방지에 좋다. 베타카로틴 성분이 있어 항암작용으로 암 예방에도 탁월한 음식이다.

곰의 전설, 웅녀의 화신인 우리 민족만의 봄나물이다. 고구려 때부터 상추, 미역, 김 등을 비롯한 쌈 음식은 고려 때 대중화되었으나 곰취에 관한 기록은 없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27년 최세진의《훈몽자회》에는 "잎이 말발굽 닮은 채소다"며 마제채(馬蹄菜)라 처음 적었다. 1690년의《역어유해》에도 마제엽(葉)으로 적었다.

'웅소'라 표기한 것은 숙종 때의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산림경제》에 처음 나온다. 야생에서 채취하던 곰취도 재배됐다. "기름지고 습한 땅이 좋다. 3월 그믐경에 뿌리를 취해다 심는다." 또 "곰달래는 4월 20일쯤 그믐께 누에가 섶에 오를 무렵 잎을 따 밥을 싸 먹으면 맛이 좋다"고 했다. 1766년 유중림은《증보산림경제》에서 "누에가 섶에 오를 무렵 잎을 따서 절인 뒤 겨울철에도 쌈채로 먹을 수 있다"며 웅소라 했다.

이처럼 야생이던 곰취를 재배하여 식재료로 활용한 일은 18세기 후반부터 대중화됐다. 별미와 섭생의 식치 음식이었던 곰취는 일반 대중들이 텃밭에서 재배하고 일상적으로 먹는 쌈의 채소였다. 이덕무의《사소절》에도 쌈의 종류라 했다. 율곡 이이는 <전원사시가>에서 "주먹 쥔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며 곰취를 탁오(橐吾)라 했다. 김려의《담정유고》<상원리곡>에는 "곰취에 쌈을 싸고 김으로도 쌈을 싸, 온 집안의 어른 아이 둘러앉아 함께 먹네"라며 정월 대보름 풍속으로 곰취쌈 등을 먹는다고 했다. 김매순은 1819년《열양세시기》에서 김과 곰취로 쌈을 먹는데 '박점(縛占)' 또는 '복쌈'이라 불렀다"고 했다.

한글명 '곰취'는 1921년 모리 다메조가 쓴《조선식물명휘》에 처음 등장한다. 일본식 이름인 요타카라카우(雄宝香)의 웅과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끼워 맞춘 이름이 곰취이고, 이것을 학계는 물론 일반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셈이다.

꽃말이 '보물', '여인의 슬기'로 불리는 곰취 꽃은 튀김으로 먹고, 제철 어린잎은 쌈, 무침, 나물 등 무쳐 먹거나 김치로도 먹는다. 잎이 거세지면 살짝 데쳐 쌈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고, 억세진 곰취 잎으로 간장 또는 된장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푸성귀를 기본 재료로 하는 사찰음식에서 곰취는 가장 인기 있는 봄나물이자 산나물의 제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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