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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12 17:45:26
  • 최종수정2018.11.12 17:45:2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송이와 마찬가지로 인공재배가 되지 않는 능이버섯(能茸)은 식용버섯 중에서 가장 크고 그 모양이 웅장해서 버섯의 왕이라 부른다.

 강한 향과 맛을 가진 능이는 우리말로 '곰버섯'인데, 한자로 웅이(熊茸) 방언으로 능이로 불리다가 1978년에 향버섯(능이)으로 정착됐다. 1931년 국내언론 기사로부터 전해진 다음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 사석이'라는 뜬소문으로 더 유명해진 능이버섯은 향이 매우 진해서 향버섯이라 부른다. 버섯 갓의 색이 연갈색이며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상품이다. 건조시키면 독특한 향이 강하기에 '향이'라 부르고, 쇠고기 맛이 나고 향도 좋아서 능이탕을 비롯해 구이나 볶음으로 즐겨 먹는다.

 먹을 수 없는 능이버섯이라는 중국에서의 뜬소문은 당나라 때의 진장기가 741년에 편찬한 '본초습유'에서 "밤에 빛을 내는 버섯, 화려하면서 벌레가 없는 버섯, 삶아도 익지 않는 버섯, 삶아서 사람에게 비치어 그림자가 없는 것, 위에 털이 있고 밑에는 무늬가 없는 것, 위로 말리고 적색인 것은 유독해 사람을 죽인다."라는 독버섯 개념이 능이에 적용돼 독버섯으로 오인 받으면서 비롯된 말이다. 이 내용은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소개됐고, 우리나라에서 '동의보감',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등에서도 독버섯 감별법으로 정의되면서 조선시대 말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중국 당나라 때의 '본초강목'에서조차 거론되지 않던 능이버섯은 근대에 이르러 한의학의 본초학에서 '성미귀경'편에 "맛은 떫고 성질은 차다."고 짧게 기록됐을 뿐이다. 한편 일본에서 1630년 간행된 '화가식물본초'에서 능이를 향이(香茸)로 표기하고, "독이 있으나 먹고 싶으면 조금 취한다."고 처음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능이는 조선의 실학자 이규경이 19세기 중엽에 저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버섯 중에 먹을 수 있는 버섯인 웅이는 능이의 방언이다.(菌之可食者 熊茸 方言 能耳)"라고 처음으로 적었다.

 참나무, 물참나무 등 활엽수림의 마사토가 많은 풀숲 땅에서 자라는 능이버섯은 송이, 표고와 같이 맛과 식감, 향이 좋아서 '버섯 3대장'으로 꼽힌다. 버섯 왕의 상징처럼 표범무늬를 덮고, 살모사 등 독사들이 왕을 호위하듯 곁에 숨어있다. 또 비늘로 뒤덮인 고슴도치처럼 속살가시가 있으며 그 모습이 못생겼어도 맛은 최고이다.

 향이 짙고 독특해 육류와 찰떡궁합인 능이는 '개능이'라는 노루털버섯으로도 지방에 따라서 능얼, 능얼이, 능혈, 향버섯으로 부른다.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주고 암 예방과 천식, 감기에 효능이 있으며 민간에는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능이버섯을 달인 물을 소화제로 사용했다. 그러나 능이를 생식하면 가벼운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위궤양과 염증이 있을 때는 금기해야 한다.

 예로부터 독버섯 취급을 받은 능이버섯은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적었다. 그 이면에는 산속에 사는 스님들과 심마니들이 한몫을 했다. 고려 이전시기로부터 송이와 표고 공납에 몸서리를 쳤던 아픈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송이가 많이 나는 강원도와 경상도, 충청도의 스님들에게 '가을 송이는 보고서도 못 본척하는 것'이 관례였다. 오죽했으면,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의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란 시에서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 하오리까."라고 소나무를 뽑는 승려의 사연을 적었다.

 그래서인지 능이는 스님들의 법어 등 문집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사찰 스님들은 일부러 독버섯으로 더 알리고 채취하지 못하도록 해 능이로 보양하고 겨울철의 귀중한 식재료로 삼았다.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버섯을 잘 아는 스님들에게 능이는 가장 향미로운 음식으로 통했다. 독버섯이라 일능이, 소출이 많아서 이표고, 그리고 먹지 못하고 고생만하는 송이는 뒷전이었다. 귀한 음식으로 능이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대접하던 아주 특별한 별미음식이었다. 그래서 능이는 가을철 사찰음식의 백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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