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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8.19 16:31:31
  • 최종수정2019.08.19 16:31:31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나이 든 사람은 좋아하는데, 식감이 물컹물컹해서 싫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그중의 하나가 가지(茄ㆍ茄子ㆍ茄蔕)나물이다.

가지는 생강과 참기름과 식초와 간장과 함께 볶으면 밥반찬으로 좋다. 비타민 A, B1, B2, C와 지방단백질 등이 다량함유되어 있다. 1kg의 가지 속에는 비타민 P가 7200mg 들어있고, 비타민 P는 인체 세포간의 점착력을 증강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며 모세혈관의 견인성을 유지시킨다고 미국 의학계에서 연구됐다.

가지는 인도차이나반도가 원산지인 열대 채소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를 통해 13세기에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전해졌으나, 17세기 이후 유럽 남부에서 이용하게 됐다.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에 우리나라로 전래했다고 알려진다. 열대지역에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이다. 서양에서는 가지를 Eggplant라 부르는데, 우리나라 가지와 비교하면 길이는 더 짧고 둥그런 달걀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색깔도 자주색 외에 희거나 노랗기도 하다.

중국 당나라의 진장기가 741년 편찬한《본초십유》에는 "당나라 이전부터 곤륜자과(崑崙紫瓜)라고 했다." 이 명칭은 티베트 쿤룬(崑崙) 지역에 자라는 자주색 오이라는 뜻인데, "곤륜의 검은 오이"라는 의미로 '곤륜'을 거쳐 유입된 채소의 이름이다. 또 수양제(隋煬帝)가 가지를 즐기면서 특별히 지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550년경 중국 북위의 가사협이 편찬한《제민요술》에 '가자(茄子)'로 처음 적었다. 648년 당나라 때 편찬된《진서》<선잠의주>에는 "일명 소고(小菰), 곤륜과(崑崙瓜)이다"고 했다. 누에치기하는 선잠단의 첫 제사에 올린 음식이다. 당나라 때 단성식이 편찬한《유양잡조》에는 "일명 낙소(落蘇)라 한다. 전왕의 아들이 있는데 발을 절어 소리가 비슷하므로 낙소라고 부른다"고 했다.

당나라 때의 남안군 태수 두보가 지은《대업습유록》에는 "가자를 바꾸어 곤륜자과라고 부른다"고 했다. 9세기 단성식의《유양잡조》에는 "가지는 신라국의 종자가 있는데, 형체가 달걀같이 생겼으며, 색깔이 조금 희다. (당나라) 장안 서명사의 현조원 안에 그 종자가 있다"고 썼다. 송나라 도곡이 965년 지은《청이록》에 "사람들은 단지 곤미(崑味)라고 부른다. 자주색ㆍ청색ㆍ백색 3종류가 있고, 늙으면 금처럼 누렇게 되는데 섬라(태국)에서 전래하였다"고 했다. 송나라 구종석이 1116년 편찬한《본초연의》에는 "신라국에서 한 종류의 가지가 나는데, 형체가 달걀 같이 생겼다. 광택이 있으면서 엷은 자색을 띠고 있으며, 꼭지가 길고 맛이 달다. 지금은 그 씨앗이 중국에 널리 퍼져 있어 채소를 가꾸는 사람들이 양지쪽에다 심고는 두엄을 많이 주며, 소만을 전후해서 비싼 값을 받고 판다"고 적었다.

열대 야채인 가지는 이미 신라에서 재배되고 상용되었으며, 신라의 가지 종자가 중국(唐)에까지 널리 퍼졌다. 930년대의 약방서《향약고방》에는 가지를 약재로 가체(茄蔕, 가지의 꼭지)라 처음 기록했다. 고려 후기 이규보의《동국이상국후집》<가포육영>에는 날로 먹고 삶아 먹는 가지(茄)를 시로 노래했다. 15세기《세종실록》<오례>에 "6월 제사에 가지를 올렸다"고 하는 제향 음식이었다.《승정원일기》과《일성록》에도 가지를 기록했는데, 중국 "심양에서 가져온 수가자(水茄子) 종자를 왕십리에 파종하였다"고 했다. 정조 때의《공선정례》와《춘관통고》에는 궁중의 진상품으로 평가되고 기록됐다.

영양이 풍부한 채소인 가지는 식품일 뿐 아니라 용도가 넓은 약용식물이다. 18세기 중엽부터 절임식의 장아찌과 무침 등으로 자리해온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다. 가지는 익혀서 먹으면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불에 구워 먹으면 매운맛이 있다. 북방에서 생식도 하지만, 남방 사람들은 감히 날로 먹지 못한다.

8세기 이전부터 신라에서 재배하고 먹던 가지는 일찍이 '신라 가지'로 중국 당나라에까지 파다하게 알려진 야채다. 오늘날 '중국 가지'가 길쭉한 모양새라면 우리나라 가지는 몽톡한 '조선 가지'로 우리네 식탁을 채워낸 천년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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