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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 애절한 '순채국'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7.10.23 13:26:23
  • 최종수정2017.10.23 13:26:23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인묵객들은 가을날에 유난히 걸작을 많이 남겼다. 시성 두보는 순챗국(蓴菜羹)에 관한 소회를 시로 풀었고, 다산 정약용은 '(어느) 절에서 맛본 순채나물'을 노래했다. 진나라 장한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한 순채 이야기다.

늦은 봄철에 나는 순채가 왜 가을날 애틋하게 생각되는 걸까. '순채의 가을 맛'이란 의미는 '순갱노회'란 고사에서 유래하는데 찬바람이 불어올 때 죽마고우들과 나눠먹던 순챗국,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情)이 담겨 있다.

순챗국은 고려의 계관시인 이규보의 시에 처음 등장한다. 그의'동국이상국집'에는 "항상 먹던 순채는 가늘고 가벼워서 은실 같다"고 했다. 순채를 '군자의 음식'으로 비유한 목은 이색의 이야기는 순챗국에 담긴 은자들의 청빈한 삶을 은유적으로 소회한 것이다.

1548년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에도 순채가 등장하는데, 연못에 돋아난 순채의 싹으로 만든 시절음식과도 같다. 율곡 이이는 '순채나물로 국맛을 내어 손님의 밥상이 향내 가득했다'고 하였고,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순채를 맛보는 것을 '신선의 취미'로 소개했다. 그가 '순나물을 좋게 여김은 그 맛이 시원한 데에 있는 것이다'라고 만들어 먹는 요령까지 있고 보면, 순채는 여름철 별미로 귀족들이 먹던 최고급 요리였다. '순채의 시인'이라 불리는 서거정은 타락죽보다 더 보드랍다고 예찬한 바 있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순채를 '환상의 풀'로 불리며 산에는 송이, 밭에는 인삼, 물에서는 순채를 최고의 기호식품으로 제1의 건강식으로 꼽힐 정도이다.

예로부터 약재나 나물로 먹던 순채는 물속에 있을 때 보호막과 같은 우무질(점액)에 어린 싹(稚筍)이 둘러싸여 있지만 뜯어 볕에 말리면 우무질은 사라지고 만다. 조선 세조 때에 어의가 쓴 '식료찬요'에서나 실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등에서도 순채에 대한 식처방이 소개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는 노랑어리연꽃과 구분하고 '잎은 모두 말발굽처럼 생겼는데 둥그런 것은 순(蓴)이고, 이보다 조금 뾰족하고 긴 것은 행채다'라며 이름을 정하였다. 순채는 묘, 금대(錦帶), 결분초(缺盆草), 부규(鳧葵), 마제초(馬燐草)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무미, 무색의 순채는 투명한 '우무질에 쌓여 있는 비단 띠와 같다'하여 금대라 하는데, 일찍이 '주례'에는 순채를 나무그릇에 담는 것이라 했다. 또한 '시경'에도 등장하는 순채가 '대장경'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비화경(悲華經)', '장아함경'등 초기경전에서도 수련 등 여러 연꽃들이 소개되어 있음으로 서남아시아 등 더운 나라의 호수 속에서 잘 자라는 순채는 나물 등 반찬으로 제공되었을 것이다. 또 열대지방의 특성상 질병의 치료나 약재로도 음용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동의보감'에 약재로 수록된 순채는 나물무침이나 국, 탕 등으로 만들어져 사대부 양반들이나 먹던 고급식품이다. 순채를 먹은 다음에 순채차(茶)를 마셔야 정통 코스요리를 먹는 셈이다. 근래에 들어와 순채를 먹어 본 사람보다 그 이름조차 들어본 이가 드물 것 같다. 일제 강점기에 전량 반출되던 조선산 순채는 해방 후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하찮은 식재료로 전락하고 순채가 흔하게 자생하던 '돈못'이란 습지 등도 근대화 과정에서 거의 다 파괴되어 사라졌다. 고려 이전에 들어와 약용, 식용으로 널리 재배되었으나 지금은 희귀식물 및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한 법정 보호식물이다. 그러나 옛 선비들이 그리워한 순채음식, 그 멋을 재현하는 것도 가을날의 또 다른 낭만일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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