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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03 17:35:49
  • 최종수정2020.02.03 17:35:49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겨울 당근이 한창이다. 제주도 당근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데, 총 물량의 약 40%를 제주 구좌읍에서 생산한다. 1907년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당근 재배는 월동 재배ㆍ출하가 가능하고, 뿌리내리기에 적합한 흑색 화산회토의 사질토양에서 자란다. 한겨울의 지표 온도는 차갑지만, 땅속 기온이 따스하여 추위에 잎으로 갈 영양분이 뿌리식물인 당근에 몰리면서 색상ㆍ당도ㆍ향 등 품질이 우수하다.

흔히 당연한 말 또는 긍정의 표현으로 "당근이지"라고 하는데, 당연함의 근본이지의 줄임말로 식물 당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겨울철 얼굴이 빨개질 때 "당근처럼 되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홍당무가 되었다"라고 하는 것은 서민들이 늘 식탁에서 접하는 당근을 말로써 이미지화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없어서 먹고, 말의 밥으로나 주는 채소쯤으로 여겼다. 요즘에는 샐러드, 수프, 카레, 볶음밥, 김치, 후식 등에 많이 사용된다. 말이나 소, 토끼 등 동물도 잘 먹는데, 토끼는 뿌리 부분보다 잎 쪽을 더 좋아한다.

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의 히말라야, 힌두쿠시 산록지방이 원산지인 당근은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 재배됐다. 서양과 동양종으로 나뉘는 당근은 기원전에 장건이 개척한 비단길을 따라 서역 남로를 경유하여 12세기에 중국 남부로 전파되고, 서양계 당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파돼 13세기 몽골제국의 전쟁 루트를 통해 동ㆍ서양으로 대거 퍼졌다.

15세기 네덜란드에서부터 품종개량이 본격화되는데, 오늘날 재배되는 품종은 주로 프랑스에서 개량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400년 전 종자를 수입, 재배하면서 중국 '당나라에서 온 뿌리채소'라고 하여 당근(唐根)이라 불렀다고 하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또한 '당나라에서 건너온 붉은 무'라는 홍당무와 당나복ㆍ호나복ㆍ홍나복 등으로 불렀다.

'색깔이 붉다'고 캐럿(Carrot)이라 부르는 당근은 '단맛이 나는 뿌리'란 뜻의 당근(糖根)이 정확한 표기이다. 중국 남송 때 왕계선이 1159년 편찬한《증류본초》에는 '서쪽에서 온 무'라는 뜻으로 호나복(胡蘿蔔)이라 처음 기록했다. 원나라의 홀사혜가 1314년에 편찬한《음선정요》에도 호나복이라 적고, 명나라 때 주숙이 편찬한《구황본초》에는 당근을 야호나복이라 했다. 명나라의 김유자가 저술한《북정록》에는 "교하 북쪽에 사나복(沙蘿蔔)이 있다. 맛은 맵고 약간 쓰며 호나복과 비슷하므로, 내 생각에 호나복 종류인 듯하다. 다만 지리와 인력이 다를 뿐이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3세기 원나라의 영향으로 당근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 때의 기록은 전무하고, 조선 전기에는 조천사와 조선 후기에는 연행사를 통해 알려졌다. 조선 중기의 김육이 쓴《조경일록》에는 홍나복으로 처음 기록됐다. 신유의《죽당집》에 당근이 처음 등장한다. 김창업의《연행일기》에는 "호나복은 일명 당근인데, 가장 흔하고, 당근은 빛깔이 붉어 붉은 무 같다"고 했다. 이해응이 1804년에 쓴《계산기정》에서는 호나복은 다르게 당근이라 부른다고 했다. "호나복은 홍나복인데 맛이 몹시 맵다"고 평했다. 1832년 김경선도《연원직지》에서 호나복은 속명으로 당근이라 한다고 했다.

이처럼 19세기 말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호나복은 그냥 당근이라 부르고, 전해진 대로 '당나라에서 건너온 무'로 표기하면서 빛깔이 붉어서 홍나복과 구별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통해 16세기에 전파된 일본에서는 아직 당근을 인삼이라 부르는 것은 약용 인삼 뿌리와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생식하는 분들의 필수 식재료인 당근은 20세기 서양종의 주황색 당근이 도입된 후, 외식산업 발달과 함께 각종 요리에 곁들이는 주요 식재료가 됐다. 1948년《이코노미스트》지에서 회유책을 의미하는 '당근과 채찍'이 기사화되면서 유명해진 당근은 스티브 잡스가 "채찍보다 당근을 더 주어라"라는 말에서 한 번 더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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