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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강렬한 맛 '제피'

대장경 속의 음식이야기

  • 웹출고시간2018.10.15 19:54:26
  • 최종수정2018.10.15 19:54:26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가을을 대표하는 음식은 추어탕이다. 가을날에 민물고기로 끓인 탕과 달리 미꾸라지만을 사용할 때는 추탕(鰍湯)이라 부른다. 이 음식의 백미는 제피가루가 들어간 맛이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제피는 워낙 강렬한 맛으로 인해 호불호가 있지만,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맛에 먹는다고 한다. 혀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의 으뜸은 제피다. 그래서 우리나라 향신료의 제왕으로 꼽는다.

 가을 탕류의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제피는 초피(椒皮)가 표준말이다. 경상·충청도에는 제피, 전라도에는 젠피, 북한지역에는 조피 그리고 지피, 남추, 진초 등으로 불린다. 조선후기에 고추가 들어와 재배되면서 초피와 산초는 구분됐다. 산에서 나는 매운 것 또는 산에 자라는 초피나무란 뜻의 산초(山椒)인데 이를 한자 그대로 사용해서 생겨난 말이다.

 일반음식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피(초피)와 산초는 사촌지간이지만, 70년대 말까지 토종 제피가 남부지방의 수매작물로 일본에 팔리면서 일본의 '산쇼'를 일컫는 말인 산초로 와전돼 잘못 쓰이고 있다.

 제피는 기원전 5세기경에 공자가 편찬한 '시경'에 '초료(椒聊)'라 처음 기록되었다. '시경'에는 "초피나무 열매 알알이 익어 한 되는 넘겠네."라 한 것을 보면, 제피열매를 그 이전부터 식용됐다. 3세기 말의 진나라 황제 유진의 아내가 설날에 시를 지어 한 해를 기원했다는데서 새해의 초반송화(椒盤頌花) 풍습이 전해진다. 유희가 쓴 '이아'에는 제피를 훼(檓), 대초(大椒) 등으로 기록했다. 종름의 '형초세시기'에는 제피열매로 만든 '도소주(屠蘇酒)'는 화타가 처방했다는 약술로, "설날에 도소주를 마시면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제조 용도를 같이 적었다.

 당나라 서견은 '초학기'에서 "정월 초하룻날에 임금과 부모께 세배 드릴 때 분지술(椒酒)을 올렸다"고 한다. 당나라의 두보는 정월 초하룻날에도 도소주를 마실 수가 없음을 안타가워 했고, 북송 때의 구양수가 편찬한 '신당서'에는 "900년경에 호(胡)지역의 초피를 사용했다." 명나라 이시진은 '본초강목'에 생산지를 중심으로 진초(秦椒), 촉초(蜀椒), 한초(漢椒), 천초(川椒), 호초(胡椒) 등 다양하게 불렀다. 명나라의 풍부경은 '육가시명물소'에 제피 개화와 열매 맺히는 시기까지 소개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식용하던 제피는 통일신라시대에 전래된 설날의 제의와 벽사풍속까지 더해져 궁중과 민간에서 새해 첫 의식에 제피열매로 빚은 술을 사용하고 밤에 열린 연회에는 초주를 담은 술잔으로 마셨다고 한다.

 고려인들이 즐겨먹던 매운탕은 제피가루를 꼭 넣었는데, 13세기 중국 원나라 황제인 쿠빌라이 칸이 특별히 언급했던 음식이다. 매운탕과 추어탕에 제피를 넣은 최초의 기록은 고려의 이색이 지은 '목은시고'에 있다. "이른 아침 궁궐에 갔는데 향긋하고 매운맛의 어탕을 먹었다(香辣雜羹魚)"고 했다. 이때 얼얼하고 매운 맛은 제피가루가 듬뿍 들어간 어탕의 맛이었다.

 1424년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약재는 초피열매 등을 생산했다"고, 김상헌의 '청음집'에 강화도 제피는 스님들이 채집했다고 적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촉초와 천초로 방향제와 구충, 세균억제효과가 있다. '왕조실록'에는 왕비나 후궁들의 거처인 초방(椒房)에 대해 1백 회 넘게 언급했다. 1850년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추두부탕에 제피를 넣어 먹었다고 하며 도소음의 유래까지 기록했다. 정조의 왕명으로 편찬된 '해동농서'에는 초피나무(제피)를 한글로 '쵸피나모'라 적어 놓았다.

 약재와 술의 귀한 재료였던 제피는 이제 음식마니아들의 향신료일 뿐, 악귀를 쫓는 술의 옛 명성은 사라졌다. 붉은 눈알(紅眼)로 불리는 제피열매는 9월에 따지만 산초는 10월경에 처음 딴다. 딸 때마다 손가락이 서너 번 가시에 찔려 따끔한 피맛을 본 후에야 채취가 능숙해진다. 가을의 참맛도 더운 여름을 이겨낸 것에 수고로움을 더해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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