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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10 17:47:34
  • 최종수정2018.12.10 17:47:34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겨울 부자는 쌓아둔 볏가마니와 김장독을 보면 안다. 따스한 보금자리와 먹을거리가 넉넉해야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던 시절이 갑자기 사라졌다. 열 포기 미만으로 하는 일도 '김장 담근다'고 한다. 80년대 말까지도 작게 한다는 집에서 100포기, 식구가 많은 가정에는 500포기를 넘게 하는 일도 많았다.

 요즈음에도 김장은 겨울을 알리는 진풍경이다. 김장은 찬바람을 몰고 오는 동장군(冬將軍)을 맞이하는 음식으로 불린다. 오죽했으면 김장하는 날까지 받아 대사로 치렀을까. 절임배추와 무 그리고 갖은 양념을 미리 구비해 놓고 손(厄) 없는 날에 김장을 담갔다.

 김장하는 날엔 새참으로 먹을 육류가 펄펄 삶아지고, 아이들은 잔치가 벌어진 냥 즐거워했다. 고모, 이모네까지 총동원돼 김장하던 옛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김장하는 날에는 집집마다 화목이 피어난다.

 원래 김장은 김치 담그는 일을 가리킨다. 겨울철 주식과도 같았던 김장김치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쓰인다. 김치는 '채소의 소금절임'을 의미하는 저(菹)가 기원전 470년경 공자의 '시경'에 제향음식으로 처음 언급됐다. '제민요술' 등 6세기 중엽까지 김치를 가리키는 절임음식으로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487년 경남 장수사에 만든 침채옹(沈菜甕·김칫독)이 출현하기 전까지 그렇게 표기했다.

 김치 주원료인 배추는 6세기 중국 남조시대의 '남사'에 "늦가을의 늦배추"라 처음 기록됐다. 당나라 때의 두보는 겨울 나물절임과 시인 한유도 절임나물을 시로 남겼다.

 우리나라 김치는 6세기 '제민요술'에 기록된 김치무리가 그 원형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구려인은 소금을 이용한 발효기술이 뛰어났고, 옹기항아리를 사용했다. 신라 신문왕 때 납폐물목으로 젓갈 김치류를 기본음식으로 사용했다.

 소금에 절인 야채, 김치의 원조인 침채(沈菜)는 보은 법주사의 3천 명 승려들이 먹던 김칫독으로 720년 만들어진 거대한 돌항아리 전설이다. 요리가 발달한 고려시대에는 983년 '고려사'에 김치를 뜻하는 '저(菹)'가 처음 나온다.

 김장에 대해서는 고려 이규보의 '집안 채마밭의 여섯노래(家圃六詠)'에 '무김치 담그기(漬鹽)'라 처음 기록했다. 무, 물외 등 절임음식이다. 1236년 간행된 '향약구급방'에는 식용보다 약용으로 배추(崧)를 기록했다. 또 김치를 "파, 마늘, 생강, 갓 따위의 채소를 잘게 다져 양념장에 버무린 것이 김치의 원재료인데 날 것으로 담근다."며 침채(沈菜)로 적었다. 1475년 인수대비가 엮은 '내훈'에 한글로 '딤채'로 표기되는 등 팀채, 딤채, 짐채, 김채로 부르다가 김칫말의 기원이 됐다. 김장은 1404년 '태종실록'에 김장을 담그는 일을 맡은 관아인 침장고(沈藏庫)에서 유래됐다. 그로부터 팀장, 딤장, 김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조선 전기에는 주로 왕실과 사대부가의 식탁에 배추가 식탁에 처음 올랐다. 김치를 좋아했던 서거정은 자신의 시에서 '배추김치'를 고량진미라 하고, 부엌에서 만드는 김치를 소개했다. 1450년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에 백김치(沈白菜)를 담그는 법까지 나온다.

 김치는 잔치 등 각종 연회에서 물김치, 백김치 등으로 등장했다. 담그는 솜씨는 가정주부의 자질을 평가하는 덕목으로 꼽혔다. 1711년 김수증의 '곡운집 입화음'에는 "집집마다 김장은 해마다 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은 이서우의 '송파집'에 "고추가 빨갛게 익으면, 매운 고추 생강을 뒤따르네." 김창업의 '노가재집'에는 "김치에 넣으니 부드럽고 맛은 시원해지네."라며 생강 등 양념한 김치를 소개했다.

 그러나 속이 꽉 찬 통배추는 1830년대 이후에 김장김치로 사용됐다. 겨울부터 봄까지 먹기 위한 김장은 연례행사로 행해졌다. 북부지방은 김치를 싱겁게 담고, 남부지방의 경우 짜게 김치를 담는다. 오래 저장하고 겨울철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해주는 김치는 한민족의 삶에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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