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01.22 13:51:11
  • 최종수정2018.01.22 13:51:11

자영스님

자연음식요리가, 화림전통음식연구원장

온 천하가 다 부족할 때가 바로 한겨울이다. 산중사찰에서도 섣달부터 김장을 마치고 기나긴 동안거에 들어 서있다. 숲속의 다람쥐들도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종종걸음으로 이곳저곳에 저장하느라 가을 한철을 다 보냈다. 그러나 다람쥐나 청설모는 건망증이 많아 자신들이 저장한 90%의 도토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땅에 묻힌 도토리는 새봄에 다시 참나무 싹을 틔우게 된다.

산에서 나는 곡식(山穀)이자 구황작물로 분류되는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조선의 숙종과 얽힌 이야기로 '꿀밤'으로도 불린다. 미행(微行)으로 이름난 숙종은 어느 날 도성에 온 산골영감의 꿀밤보따리에서 얻어먹은 꿀밤이 예전에 먹었던 꿀밤음식과 너무 달라서 "도로(다시) 떫다고 하여 도터리 즉, 도토리라 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로 서울 경기도에서는 도토리, 경상도에서는 아직 꿀밤이라 부른다.

"개밥에 도토리"라는 속담은 도토리를 먹지 않는 개의 밥그릇에 마지막까지 남아 뒹구는 것을 비유해서 외톨박이로 눈총 받고 천시하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속담의 이면에는 우리 조상들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쟁과 흉년이 돌 적에 도토리 밥(묵밥)을 지어 먹고 살았던 험난한 과거사도 같이 담겨있다.《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강원도에는 겨울에 도토리 수십 가마니가 쌓여있어야 부잣집 소리를 들었고, 조선시대에 도토리는 관청의 군자창에 반드시 저장해야 하는 곡식으로 비상식량이었으며 심지어 중종 때에는 "백성들이 쌀을 팔아 관청에 공납할 도토리를 마련했다"고 하기에 주객이 전도된 시절도 있었다.

이 시절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뭇 백성들인데 그중에서도 산중사찰의 스님들 그리고 도토리를 주식으로 하는 다람쥐였다. 조선 선조의 수라상 음식으로서나 고려 말의 충선왕은 "흉년에 백성들과 고통을 같이 한다"《고려사》는 정치적 상징으로 궁중에서 도토리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지만 거란과 몽고의 침략으로 황폐화된 국토에서 도토리까지 공납해야만했을 뭇 백성들의 아픔은 더욱 더 컸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도토리(橡實)를 곱게 갈아 만든 쫀득쫀득한 도토리묵(橡實泡)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음식을 만들었다. 메밀묵, 청포묵 등과 함께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고 굶주림을 면하는 구황식품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반찬으로 다양한 웰빙요리로 발전시켜 놓았다. 봄철에 차고 청량한 맛의 녹두묵(청포묵) 등을 먹고 여름과 가을에 쌉싸래하고 차가운 맛의 도토리묵을, 그리고 추운 겨울날에는 텁텁하지만 구수한 맛의 메밀묵을 골라먹는 풍류까지 즐겼다. 송송 서린 배추김치와 메밀묵을 한 양푼에다 무쳐 먹는 입맛은 서민적이고 향토적이다.

"찹쌀 떠~억 메밀묵 싸~려"와 같이 주전부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 야식으로 즐기던 메밀묵은 겨울밤 간식이기도 했지만 동화 속 도깨비와도 나눠 먹는 음식이다. 섣달 그믐날이면 메밀묵으로 숲속에 사는 도깨비와 신령을 대접하는 풍습까지 생겨났고 동제(洞祭)의 음식으로도 받쳐졌다. 이와 같이 도토리와 메밀묵은 《대반열반경》에서 보드랍고 깨끗하고 법다운 것이라는 세 가지 덕을 갖춘 음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신석기 시대로부터 식용해온 가장 신성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