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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화단 가에 한 떨기 망초꽃이 하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람결에 살랑거린다. 가녀린 목을 드리운 흰 꽃 곁에 분홍 옷을 입은 끈끈이 대나물 꽃이 함초롬히 꽃밭을 밝힌다. 작년에도 오롯이 피어 눈길을 끌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꽃을 피워놓고 나에게 손짓한다. 걸음을 멈추고 꽃에게로 가서 풀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흔하게 피는 데다 화사한 향기도 화려한 모양도 없어 하찮게만 보았던 망초꽃이 맑고 어여쁘다. 마음을 열고 보니 작은 꽃 하나에 고향의 산과 들이 보이는 듯하다.

논두렁 밭두렁에 무리 지어 피어나던 망초꽃은 동무들과 뛰놀던 마을 어귀에, 조붓한 시냇가에 학교 가는 신작로까지 마을을 온통 하얗게 물들였다. 내 키만큼 웃자라 하늘거리며 꽃동산을 이루던 풍경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어여쁜 망초꽃은 때로 애잔하게 피어나기도 했다. 고향을 떠난 남순이네 허름한 초가엔 뜨락과 뒤 안에 소리도 없이 꽃이 피었다. 그 집 앞을 지나며 사립문 사이로 망초꽃을 바라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시렸다. 유년의 뜰에 피어나던 청초한 풀꽃은 석양의 시간에도 내 마음의 뜨락에 꽃밭을 일구고 있다.

밭이랑에 우후죽순 돋아나는 망초는 가난한 어머니의 심기를 성가시게 했다. 어머니는 하얀 들꽃을 예뻐하다가도 밭을 맬 때면 "이놈의 망할 풀" 하며 희망 없는 삶을 한풀이하듯 밭둑으로 풀을 던지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잡초의 근성이 얼마나 끈질기던지 풀은 이내 시들하다가 밤이슬 하나로 되살아나 더 큰 풀 섶을 이루었다. 밭이랑을 누비던 망초와의 애증도 잠깐 너른 치마폭에 여린 망초 순을 꺾어 마루 끝에 펼쳐 놓으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득하다. 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뎌내느라 가녀린 몸짓으로 피어나는 걸까. 가느다란 망초 대를 바라볼 때면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가는 허리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잡초인 듯 화초인 듯, 보릿고개를 지나느라 속으로 삭였을 어머니의 일생은 한 떨기 수줍은 망초 꽃이었다.

문득 망초꽃에 새긴 그리움을 좇아 들길을 달린다. 둑을 따라 이어진 하얀 꽃물결에 탄성이 절로 난다. 주목받으려 하지 않고, 샘 부리지 않고 중심이 아닌 변두리 외진 길에 무던히 피어나기에 나는 망초꽃이 사랑스럽고 좋다.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발자국처럼 피어난 망초 꽃이 희다 못해 눈부시다. 가만히 풀꽃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달그락거리던 내 삶의 모서리도 순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하늘을 수반 삼아 살랑대는 꽃물결에 내 마음도 덩달아 살랑댄다. 망초는 여느 꽃보다 큰 키로 모두를 아우르는 너그러움을 지녔다. 조심스레 하얀 꽃밭에 들어가 몸을 낮추고 섰다. 풀 내음이 그윽하다. 꽃들도 해산의 고통이 따른다는데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아파야 했을까. 비록 풀꽃이라도 참고 견뎠을 꽃의 아픔을 생각하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더구나 한가운데가 아닌 변방으로 피어나는 꽃이기에 친근하고 소중하다. 가녀린 꽃 무리를 한 아름씩 안아주었다. 간지럽다고 하늘거리다 웃는다. 꽃들과 달콤한 밀어를 나누는 사이 내 영혼에도 하얀 꽃물이 든다. 보드라운 꽃 섶에서 부질없는 욕심들을 내려놓는다. 이제야 철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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