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영희

수필가

화단 가에 한 떨기 망초꽃이 하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람결에 살랑거린다. 가녀린 목을 드리운 흰 꽃 곁에 분홍 옷을 입은 끈끈이 대나물 꽃이 함초롬히 꽃밭을 밝힌다. 작년에도 오롯이 피어 눈길을 끌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꽃을 피워놓고 나에게 손짓한다. 걸음을 멈추고 꽃에게로 가서 풀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흔하게 피는 데다 화사한 향기도 화려한 모양도 없어 하찮게만 보았던 망초꽃이 맑고 어여쁘다. 마음을 열고 보니 작은 꽃 하나에 고향의 산과 들이 보이는 듯하다.

논두렁 밭두렁에 무리 지어 피어나던 망초꽃은 동무들과 뛰놀던 마을 어귀에, 조붓한 시냇가에 학교 가는 신작로까지 마을을 온통 하얗게 물들였다. 내 키만큼 웃자라 하늘거리며 꽃동산을 이루던 풍경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어여쁜 망초꽃은 때로 애잔하게 피어나기도 했다. 고향을 떠난 남순이네 허름한 초가엔 뜨락과 뒤 안에 소리도 없이 꽃이 피었다. 그 집 앞을 지나며 사립문 사이로 망초꽃을 바라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시렸다. 유년의 뜰에 피어나던 청초한 풀꽃은 석양의 시간에도 내 마음의 뜨락에 꽃밭을 일구고 있다.

밭이랑에 우후죽순 돋아나는 망초는 가난한 어머니의 심기를 성가시게 했다. 어머니는 하얀 들꽃을 예뻐하다가도 밭을 맬 때면 "이놈의 망할 풀" 하며 희망 없는 삶을 한풀이하듯 밭둑으로 풀을 던지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잡초의 근성이 얼마나 끈질기던지 풀은 이내 시들하다가 밤이슬 하나로 되살아나 더 큰 풀 섶을 이루었다. 밭이랑을 누비던 망초와의 애증도 잠깐 너른 치마폭에 여린 망초 순을 꺾어 마루 끝에 펼쳐 놓으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득하다. 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뎌내느라 가녀린 몸짓으로 피어나는 걸까. 가느다란 망초 대를 바라볼 때면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가는 허리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잡초인 듯 화초인 듯, 보릿고개를 지나느라 속으로 삭였을 어머니의 일생은 한 떨기 수줍은 망초 꽃이었다.

문득 망초꽃에 새긴 그리움을 좇아 들길을 달린다. 둑을 따라 이어진 하얀 꽃물결에 탄성이 절로 난다. 주목받으려 하지 않고, 샘 부리지 않고 중심이 아닌 변두리 외진 길에 무던히 피어나기에 나는 망초꽃이 사랑스럽고 좋다.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발자국처럼 피어난 망초 꽃이 희다 못해 눈부시다. 가만히 풀꽃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달그락거리던 내 삶의 모서리도 순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하늘을 수반 삼아 살랑대는 꽃물결에 내 마음도 덩달아 살랑댄다. 망초는 여느 꽃보다 큰 키로 모두를 아우르는 너그러움을 지녔다. 조심스레 하얀 꽃밭에 들어가 몸을 낮추고 섰다. 풀 내음이 그윽하다. 꽃들도 해산의 고통이 따른다는데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아파야 했을까. 비록 풀꽃이라도 참고 견뎠을 꽃의 아픔을 생각하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더구나 한가운데가 아닌 변방으로 피어나는 꽃이기에 친근하고 소중하다. 가녀린 꽃 무리를 한 아름씩 안아주었다. 간지럽다고 하늘거리다 웃는다. 꽃들과 달콤한 밀어를 나누는 사이 내 영혼에도 하얀 꽃물이 든다. 보드라운 꽃 섶에서 부질없는 욕심들을 내려놓는다. 이제야 철이 드는 걸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