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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29 16:22:58
  • 최종수정2023.03.29 16:22:58
딸이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화분을 들고 왔다. 긴 줄기 끝에 넓은 잎새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양이 이국적이다. 이파리가 갈라졌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다. 모양이 신비로워 이름을 물어보니 몬스테라라고 한다. 카스테라 빵과 한 글자가 틀리니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화사하게 연출할 수 있어 요즘 카페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뿌리가 흙 위로 나와 공중에서 자라는 모양도 특이하다. 우리 집 거실 귀퉁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찢어진 몸과 뚫린 구멍을 하고 햇볕을 쬐며 끈질기게 생존해가는 몬스테라는 생명력이 뛰어나다.

대체 어떤 굴곡진 사연이 있기에 저토록 상처가 많은 걸까? 가만히 그 옆을 서성여본다. 비스듬히 뻗어가는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순을 잉태한 것처럼 볼록하니 줄기가 돋아나 있다. 며칠이 지나자 돌돌 감은 잎이 옆 줄기 가지의 잎새 위에 천연덕스럽게 걸 터 앉아있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자태에 한참을 쳐다보니 돌돌 만 새잎 끝에 콩알만 한 물방울이 맺혀 있다. 식물의 세계에도 엄연히 해산의 고통이 따르는가 보다. 줄기 하나 가지 하나를 낳기까지 남몰래 흘리는 몬스테라의 눈물에 숙연하다. 이튿날 또 이튿날 연하디연한 새 줄기가 조금씩 입을 벌리더니 마침내 손바닥만 한 이파리를 펼쳐 보였다. 새로 나온 잎은 여전히 찢어지고 구멍이 뚫린 채 맨 끝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혀 있다. 몬스테라를 보며 갈기갈기 찢기고 멍 뚫린 슬픔을 견디던 사무친 시간들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조카한테서 아빠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으로 후송하고 나니 심장마비란다. 망연자실 나는 고아가 되어버린 두 조카와 함께 신을 원망하며 몸부림쳤다. 별안간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과 사별의 슬픔을 삭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약사였던 남동생은 남을 먼저 배려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성품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덕망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약국을 운영했다. 매일매일 약국에서 동생과 함께하며 온유한 아우는 나의 스승이고 친구이며 멘토였다. 우리 가족 가운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하필 왜 아우같이 착한 사람을 데려간단 말인가, 동생의 죽음이 더욱 가련한 것은 십 년 전 사고로 올케를 잃고 홀로 가정을 추스르던 가여움 때문이다. 단란하고 행복하던 가정에 갑작스러운 엄마와 아내의 부재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아내를 잃고 홀로된 남자의 뒷모습은 너무 슬프게 보였다. 동생의 가정을 살려야 했기에 나는 서럽고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며 아우네 살림을 도맡게 된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어둠을 헤치며 동생 집으로 향했다. 엄마 잃은 어린 조카들과 동생 앞에서 씩씩한 척 눈물을 감추며 헛웃음을 날리던 일. 조제실 안에서 간간이 올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을 쏟던 아우, 어린 딸들을 위해 슬픔을 삭이던 동생에게 나는 엄마가 되고 친구가 되고 부인이 되었다 누나로 살아온 셈이다. 어느덧 두 조카 딸도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며 서서히 슬픔이 가시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인명재천 이랬던가, 웬 청천벽력인가, 험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던 아우가 어느 날 밤 말없이 하늘로 떠났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동생이 아픔도 없고 슬픔이 없는 천국으로 가는 길엔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던 마음에도 봄이 찾아 왔다. 슬픔 대신 화관을 씌워준다는 성서의 말씀처럼 조카딸도 좋은 배필을 만나 봄의 신부가 된다. 동생 대신 상견례를 하고 혼수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더 단단해져 있음을 본다. 조카의 새 보금자리에 어떤 시련이 온다 해도 능히 이겨내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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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