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영희

수필가

초여름 날씨가 어느새 30도를 넘었다는 소식이다. 녹음 사이로 쏟아지는 태양 빛은 뜨겁다 못해 따가운 느낌이다. 작열하는 태양이라 했던가, 살갗에 닿는 무더위는 시간여행을 하자는 듯 추억을 부른다.

그때도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였다. 먼 밭에 나가 들일을 하시는 부모님께 물을 갖다 드리는 일은 나의 일과와도 같았다. 방과 후 집에 오면 으레 노란 양은주전자를 들고 밭으로 향한다. 샘가에 펌프는 한참 동안 펌프질을 하면 그래도 차가운 물이 나왔다. 어린 마음에 찬물을 받아 당원(?)이라는 인공 감미료를 넣어 단물을 만든다. 내 몸짓에 비해 버거운 주전자를 들고 어머니 아버지가 일하는 밭을 향해 산길을 걸어간다. 야트막한 산모롱이에 이따금 망초꽃이 동무가 되고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산비둘기 소리가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조금 가다가 한 모금 단물을 삼키고 또 걷다가 한 모금 마셔보고 풀 섶을 걸으며 주전자 물을 쏟기도 했다. 부모님께 물을 갖고 가는 일은 번거롭기도 했지만 달콤한 물을 음료수 삼아 마시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밭에 도착했을 때 반쯤 남은 물은 어느새 미지근해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시던 부모님은 단물로 목을 축이시며 나를 칭찬하셨다. 그 옛날 밭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둑에 앉아 망초꽃을 따고 놀던 유년의 기억들이 오늘따라 어여쁜 풍경처럼 가물거린다.

차를 몰고 고향을 닮은 시골길을 달린다.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망초꽃 물결이 한창이다.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발자국처럼 피어난 꽃이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다. 잡초 인가 화초 인가, 어릴 적 볼품없다 여기던 풀꽃이 언제부턴가 어엿한 꽃으로 마음을 끈다. 밭둑에, 들길에, 주인 떠난 어느 허름한 초가집 뒤 곁에 소리 없이 피어나는 하얀 망초 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밭고랑에 돋아난 망초는 어머니의 심기를 성가시게 했다. 풀과 싸우듯이 "이놈의 망할 풀" 하며 망초를 뽑던 어머니,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상흔 위에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척박한 삶의 절규였는지도 모른다.

망초의 근성은 또 얼마나 질긴가. 어머니의 한풀이는 아랑곳없이 밭이랑에 버려진 풀은 이내 시들다가도 밤이슬을 맞고 다시 살아난다. 그리곤 또 섶을 이루었다. 풀과의 애증도 잠시 너른 치마폭에 망초 순을 따시던 모습이 그리워진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핀 꽃 속에 몸을 낮추고 숨었다. 풀냄새가 그윽하다. 어머니한테서 나던 냄새다.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다. 살며시 그 옛날의 어머니를 불러본다. 실바람에 꽃대가 하늘거린다. 가느다란 꽃의 허리는 세상의 모든 풍파를 삭여야 했던 어머니의 몸짓이다. 게다가 흰 꽃은 여느 꽃보다 키가 커서 모두를 살필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우리 어머니 마음이다. 게다가 손톱만 한 꽃송이에는 고매한 우주가 담겨있다.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처럼… 파란 하늘을 수반 삼아 살랑대는 꽃물결에 내 마음도 덩달아 살랑거린다. 어느 덧 나에게 무언의 스승이 되어 달곰한 향수를 부른다.

계란꽃 어여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