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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18 15:46:11
  • 최종수정2023.09.18 15:46:11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호칭했다. 우리로서야 공식적인 국호를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나쁠게 없지만, 그래도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듣고만 있기는 불편하다. 지난달 29일 김정은이 해군절 축하연설에서 '미국,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라면서 사용한 호칭이 그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을 대한민국이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을 지칭할 때 남조선이라 한다. 남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통일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국가간의 관계로 입장을 전환한 것일까?

원래 남북관계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민족적 관계와 국가간 관계이다. 그동안 남북은 교류협력나 회담에서 상호 남측, 북측으로 호칭해왔다. 민족적 관계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중립적 용어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개성공단으로 들고 날 때 출경, 입경이라 했고 남북간 물자교류시에는 반출, 반입이라 했다. 민족 내부간 교류라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 공식문건 서명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에는 대한민국으로 표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남한을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릴 때도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김정은의 대한민국 호칭 사용이 결국 남한을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의중이 무엇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최근 자주 사용했다. 지난 7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인 김여정이 3차례 담화를 발표했는데 모두 대한민국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북한의 담화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칭호가 들어간 것도 처음이었다. 이러한 김여정의 대한민국 호칭이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김정은이 다시 사용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면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말 북한이 남북관계를 2국가체제로 보기 시작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간의 관계로 본다면 남북한은 적대적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았다. 남한이 북한에 대해 선제적 군사적 조치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종종 했었다. 그것은 남한과의 관계를 민족적 관계로 본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가간의 관계로 접근하면 남한도 주적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북한이 2국가체제를 염두를 두기보다는 경고용 수준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 북한은 체제 성립 당시부터 민족통일이라는 명제에 집착해왔다. 노동당 규약에도 당의 당면목적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임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적 범위는 남북한 모두를 지칭한다. 그래서 2개 국가로 가기에는 북한 내부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과 민족적 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대한민국 호칭은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연합 훈련의 고도화 등으로 남한이 미국과 동맹강화로 나아가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밀착을 경계하고 남한과 적대적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강한 경고용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대한민국 호칭 사용은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한국과 미국을 압박해 현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의 국제적 행보를 지켜보면 답이 좀 더 선명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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