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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26 16:01:32
  • 최종수정2022.12.26 17:04:46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남북관계는 늘상 협력과 갈등이 점철되었다. 올해 남북대화는 단절된 상태였다. 그보다는 남북대결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남한이 대북제안을 할 때마다 북한이 거칠게 반응하는 형국이 한 해 내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신냉전구조의 질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한·미동맹은 강화되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밀착해갔던 해였다. 한·미는 5월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안보의 동맹에서 기술, 경제분야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공유가치까지를 포함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나아갔다. 동맹강화를 증명이나 하듯이 을지연합훈련과 함께 야외기동훈련까지 실시했다. 10월 말에는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축소해서 실시하거나 중단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올해부터 다시 실시한 것이다. 더 나아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과 중국에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한국은 협력했다.

이러한 한·미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무력도발이나 거친언사로 맞대응했다. 한·미군사훈련과 관계없는 시기에도 무력도발이 유달리 많았다. 올 초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방사포 등 다양한 부문에서 도발을 했다. 3월에는 핵 독트린을 발표하고 아예 남한이 핵타격력의 목표가 될 수 있음도 천명했다. 이러한 무력도발이 올해 총 43차례였는데, 윤석렬 대통령 취임 이후는 28번이었다.

북한은 처음부터 남한과 대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정부에 들어와서 도발행위가 많았다고 하더라도 1월부터 미사일 발사나 도발행위를 감안한다면,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대북정책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건에서 남북은 신냉전구조 속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강화에다가 5월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 멤버로 가입했고, 11월 캄보디아의 프놈펜 회담에서는 미·일과 함께 경제안보협력에 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미 10월에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을 상정하자는 결정안에 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남한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물론 남한과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남한은 윤석렬 대통령 취임사를 비롯해 몇 차례나 대화제의를 했다. 모두 강하게 거부했다. 심지어 윤석렬 대통령이 제의한 '대담한 구상'에 대해서는 아예 '인간 자체가 싫다'면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역시 7월 대화재개와 방역지원에 대한 의사를 나타냈고 9월에는 미국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과 접촉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역시 성과가 없었다.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고, 한·미·일의 안보공조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서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만 문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 중·러의 입장을 지지했다. 중·러도 북한 무력도발행위에 대한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 통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신냉전구조가 형성될 수 있고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

남북이 서로 자신의 길만 갔던 한 해였다. 여기다가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흐름에 남북이 점차적으로 편성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타개책은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와 같은 입장을 남북이 계속 견지한다면 대화 단절은 장기화될 수 있다. 이는 남북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에는 우리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전향적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반도 이해당사국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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