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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우리 친구들 중에 내년에 환갑 되는 사람 누구누구지?"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 만난 모임에서 나온 한 친구의 말이다. 웬 환갑? 우리 얘긴가? 갑자기 멍해졌다. '우리가 벌써 환갑 될 나인가. 환갑은 나이 드신 어른들 얘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중에 두 명의 친구가 나선다. "나야 나. 내가 내년에 환갑이야" 그러고 보니 2022년인 내년은 1962년생이 환갑이 되는 나이다. 그런데 숫자로는 맞는 것 같은데 왜 실감이 안 나지?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한 동창생들임에도 누구는 내년이 환갑이고 누구는 아닌 이유는 실제 나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한 살 늦게 입학했거나 사정이 있어 1년을 더 다녔던 친구들이 내년에 먼저 환갑을 맞게 된다. 그 시절엔 초등학교 입학 나이가 일정하지 않아서 늦게 입학하는 경우도 많았다. 출생신고도 정확하게 하지 않아서 동창들 간에도 호적 나이는 제각각이다. 그래도 환갑은 실제 나이와 띠를 기준으로 하게 되니 그 친구 둘은 내년에 환갑이 된다. 축하해줬다.

'환갑', 육십갑자의 갑으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갑자년', '을축년'이라고 부르는 60개의 간지가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해의 간지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옛날 같으면 동네잔치를 벌어야 하는 경사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너도나도 다 환갑을 넘겨 살고, 옛날처럼 먹을 게 없는 시절도 아니니 굳이 환갑이라고 잔치를 벌이지는 않는다. 아니 잔치를 했다가는 오히려 욕을 먹을 일이다.

옛날 동네 환갑잔치의 모습이 생각난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려놓고 자식들이 큰절을 하며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빌던 모습, 가수와 밴드를 불러다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놀던 모습들, 다른 날은 간신히 끼니를 때울지라도 그날만큼은 먹을 게 많아서 좋았던, 그래서 남의 집 잔칫날일지라도 기다려지기도 했던 시절, 그땐 내가 어려서 그런지 환갑잔치의 주인공이 굉장히 나이 많은 어르신 같았다.

남자들의 평균수명이 62세 정도였던 1980년대에는 환갑을 넘겨 사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됐고 전통을 무시할 수도 없기에 잔치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점차 잔치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없어졌다는 것이 내 기억이다. 평균수명이 80을 넘긴 요즘은 칠순, 팔순 잔치도 잘 하지 않는다. 가족들끼리 모여 조용히 식사를 하거나 효도 여행을 다녀오는 수준이다. 이제는 오래 살았다는 것이 더 이상 잔치 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환갑이 다가옴에도 우리의 마음은 아직 40대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장수 시대에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과거 선배들의 나이와 비슷해진다는 말이 있다. 60세 환갑이 되더라도 진짜 나이는 42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환갑을 나이 듦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불편한 이유다. 과거 선배들이 환갑잔치 상을 받고 스스로 늙었음을 인정하며 뒷전으로 물러나던 시절과는 다르다.

같은 60세라도 과거 선배들의 건강상태와 지금 우리의 건강상태는 너무나 다르다. 식생활의 개선과 의학기술의 발달, 자발적 건강관리의 영향으로 지금 우리는 마음만 42세가 아니라 몸도 42세에 해당한다.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노화가 스스로를 더 나이 들게 만들고, 신체적 능력에도 한계를 만든다. 아프지 않을 것도 더 아프게 만든다는 것이다.

'환갑 나이', 과거 평균수명이 70세이던 시절에는 이만큼 살았으면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좀 쉬었다가 갈 나이였다면, 90세 장수 시대인 지금은 아직도 한참 활동할 나이다. '이 나이에 무슨',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라는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앞으로 20년, 30년을 어떻게 살지? 무엇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다. 사회의 뒷전으로 밀려나기에는 너무도 젊고 건강한 나이다.

얼마 전 유행했던 노래의 가사 중에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말이 나온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젊으니 숫자의 나이는 환갑이 되더라도 우리의 진짜 나이는 아직 42세다. '환갑', 어차피 잔치도 하지 않으니 그냥 지나가는 또 하나의 생일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42세에 놓이면 몸도 42세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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