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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직장생활을 35년 했는데 남은 건 이거 하나 밖에 없네요.' 얼마 전 민원실에서 만난 고객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받기 전에 사전 상담을 위해 내방한 고객이었다. 고객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듯 해보였다. 은퇴를 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래도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오랜 기간 고생하면서 낸 돈으로 이만큼 타게 되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하기도 하고, 이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자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산업단지(그 당시에는 공단이라고 했다) 안에 있는 공장에 생산직으로 들어갔다. 그가 일했던 공장은 뜨거운 열기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작업환경으로 이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그 때는 그런 말도 없었지만 요즘 말로 하면 '3D업종'에 속하는 곳이었다.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었지만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묵묵히 이겨내야만 했다. 이런 그도 지금 다시 젊어져서 그 일을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았다.

젊은 시절 매달 월급을 받을 때 마다 그가 늘 토로했던 불만은 고생하는 것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는 것과 그 적은 월급에서도 매달 떼어가는 국민연금 때문이었다. 의료보험보다도 많이 떼고 해 마다 올려서까지 떼어가는 국민연금이었다. 의료보험이야 당장 병원에 가야하니 필요하지만 이건 나이가 60세나 돼야 받을 수 있다는데 그 때까지 언제 기다리느냐, 몇 십 년 뒤에 받을 연금을 위해 형편도 어려운데 벌써부터 돈을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불만이던 국민연금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그가 50대에 접어들어서였다. 자식들 대학입시 다 끝내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챙기고 노후대책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었다. 관심을 갖고 알아보니 그동안 월급에서 떼어간 돈 보다 갑절이나 되는 금액이 쌓여 있었고(회사 부담분이 있어서), 받을 수 있는 예상연금액도 나와 있었다.

미래의 시간은 느리게 다가오지만 과거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젊은 시절, 언제 내 나이가 60이 되느냐 했었던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60이 넘어 버렸다. 은퇴를 앞두고 정리를 하다 보니 남은 것은 국민연금 밖에 없었다. 퇴직금은 그간 몇 차례 중간정산을 받아서 남은 게 별로 없었고, 세금공제 받으려고 가입한 연금저축도 금액이 많지 않았다. 그동안 집도 한 채 장만하고 아들 둘도 잘 키웠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것들은 별 의미가 없었다. 집은 낡았고 자녀는 떠나버렸다.

1959년생인 그는 2019년 말에 정년퇴직을 했고 국민연금은 62세가 되는 2021년 9월부터 매달 152만원씩 받게 된다. 가입기간은 총 380개월이며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8천779만 원이다. 월 152만 원씩이니 1년이면 1천824만 원, 10년이면 1억 8천240만 원을 받게 된다. 요즘 60세 남자의 평균 기대여명인 83세까지 받는다면 21년간 3억 8천304만 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복리로 오르는 것까지 감안하면 연금총액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가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아내에게 60%를 유족연금으로 물려줄 수 있고, 아내는 이것을 또 종신토록 받게 되니 그 금액도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엔 밉기만 했던 국민연금이 은퇴 후에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었다. 연금으로 기본적인 생계비 마련은 가능하니 또다시 힘든 일을 억지로 하며 살 필요도 없고, 아내에게나 자식들에게도 떳떳했다. 그는 소중한 연금을 잘 아낄 생각이다. 은퇴 후에 끊긴 월급은 실업급여와 퇴직금으로 대체하고 국민연금은 제 나이에 받고 싶다. 조기 신청하면 연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남은 평생을 함께할 연금이니 축나지 않고 온전하게 받고 싶다.

그에게 있어서 국민연금은 '인생연금'이다. 인생의 절반에 걸쳐 만들어온 연금, 앞으로 남은 인생을 끝까지 함께할 연금, 나이와 함께 힘든 노동에서 그를 해방시켜 준 연금, 바로 인생 최고의 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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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