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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은퇴&진로설계연구소 대표

오랫동안 내 어깨를 짓눌러오던 짐을 내려놓았다. 정년으로 퇴직했다. 퇴직하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자유를 얻은 기분이다. 지난 35년간 느끼지 못했던, 아니 철들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편안한 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다닐 때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는 취업 걱정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다가 취업의 기쁨과 함께 서서히 직장에 구속되어 버렸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익숙해지고 그 안에 안주하다 보니, 그게 전부인 삶이 계속 되어왔다.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직장을 중심에 놓고 찾아야 했고, 자유를 느끼는 것도 직장에 바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서 느껴야 했다. 아니,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져오는 날에는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그리고 하루 24시간이 직장의 영향 아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런 날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혼자 벌어서 가족을 부양할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고,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는 것이 직장생활의 목표였다,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다행히 잘리지 않았고, 정년이 보장되기에 굳이 다른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직장은 그렇게 나와 우리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그러나 퇴직하고 한 달을 살아보니 그런 고마운 직장도 나에게는 무거운 짐이었음을 깨달았다. 직장에 매여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이런 여유와 자유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할까. 아마도 이건 대부분 직장인이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취업 전에 느끼는 자유(?)와 은퇴 후에 느끼는 자유는 전혀 다르다. 취업 전에는 비록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그건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불편한 자유일 뿐이다. 하지만 은퇴 후 느끼는 자유는 오랜 구속에서 해방된 자유, 마음의 여유도 함께 하는 자유라서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과업을 완수하고 보람있게 맞는 자유다.

이제 새벽 알람 소리에 놀라 억지로 잠을 깨지 않아도 된다. 아니 여전히 알람은 울리지만 일어나서 출근할 부담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깰 수 있다. 나이를 먹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특히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는 건 정말 힘들다.

직장에 나가지 않으니 해야 할 일도 없다. 맡은 직책이 없으니 그 자리에서 오는 책임감, 평가와 실적에 대한 부담도 없다. 주, 월 단위로 하던 회의와 보고도 할 필요 없다. 사업계획 세울 일 없고 결과보고 할 일도 없다.

인사철만 되면 문서 두 줄에 날아가야 했던 전보 발령, 후배들의 추월 승진으로 인해 우울해지던 마음에서도 벗어났다. 승진에 목맬 필요도 없다. 1인 지식기업을 할 예정이니, 이제는 내가 사장이고 대표다.

민원전화를 친절히 받아야 하는 공직자라서, 지은 죄 없이도 갖은 욕을 먹어야 했던 '을'의 위치에서도 해방되었다. 말만 들어도 긴장하게 되는 복무감찰, 개인정보, 갑질, 성 비위, 청렴 등 공직자에게 지워진 멍에에서도 해방되었다.

직장의 '정년'이란 참 좋은 제도다. 정년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직장에 남아 있을 것이다.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그런데 다행히도 정년이 되었다고 내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 억지로 나오기는 했지만 나와보니 너무 좋다.

내가 퇴직하면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유는 퇴직하기 오래전부터 퇴직 후를 대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준비할 것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퇴직 후 일을 안 해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확보해 놓는 것과 소일거리 정도의 할 일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약간의 수입이 생기는 소일거리라면 더욱 좋다.

정년보장으로 퇴직 시기를 미리 알 수 있는 직장인들은 계획적인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직장이 우리를 평생 책임져줄 것처럼 올인하지 마라. 준비 없이 퇴직하게 되면 짐을 내려놓기는 해도, 그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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