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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매일 산에만 가,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씩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어." 지난 해 어디쯤에선가 은퇴한 선배와 통화하면서 들은 말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짓누르던 지난해에 인생의 중요한 전기를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 직장 퇴직 후 은퇴생활에 접어드는 은퇴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나의 관심은 단연 은퇴를 맞이한 사람들이다.

은퇴 전부터 나름대로 계획한 삶이 있을진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흐트러져버렸다. 전혀 꿈도 꾸어보지 못한 세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기야 나도 공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재택근무를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은퇴 후 그간의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멋진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재취업을 계획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2020년도 세월에 밀려나고 또 다른 한 해가 찾아왔다. 지난해 말에도 내 주변에서 많은 선배들이 떠나갔다.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으로 은퇴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다시피 했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잘 가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퇴임식이나 회식을 하면서 떠들썩하게 보내주었을 텐데 이번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러잖아도 쓸쓸한 뒷모습이 더욱더 외로워 보였다.

나이라는 잣대로 인해 평생을 바쳐온 직장에서 내몰리듯이 밀려나가야 하는 정년퇴직. 은퇴는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해방구라고는 하지만 무엇 하나 자신 있게 도전해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활발하게 사회참여를 하려해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없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며 대인관계를 넓혀 가려 해도 사람들 모이는 곳이 없다. 하루 한 끼 정도는 밖에서 해결하여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지만 모임도 없고 약속도 없다.

날씨마저 추우니 몸과 마음이 더욱 움츠러든다. 이래저래 집에만 있자니 뭔가 해야 할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아 괜한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놓치고 있는 일은 없다. 30여 년간 해오던 직장일도 이제 내 일이 아니다. 은퇴 전이라면 출근을 이유로 집을 나올 수 있었고 나오면 갈 데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니다. 그 흔한 카페들도 모두 자리를 치워버렸으니 들어가 앉아 있을 수도 없다. 게다가 요즘엔 눈도 많이 내려 산에도 못 가게 되니 이게 바로 사면초가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생활반경이 확 좁아졌다면 그 상황에 적응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미진한 은퇴준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그간의 삶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자서전 쓰기나 온라인을 통한 교육수강의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남편은 은퇴했지만 아내는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남편이 아내의 출퇴근을 도와주고, 집안일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나누어 맡는 것도 좋다. 어느 은퇴한 교수님이 직장에 출근해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해서 '나 점심은 어떻게 먹느냐'고 했다는 얘길 듣고 남자인 나로서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생활의 골든타임은 은퇴 전후 2~3년이다. 은퇴 전부터 임금피크제로 인한 단축근무와 공로연수 그리고 은퇴 후에는 실업급여 수급기간 등이 있어서 일은 점점 줄어들고 시간은 많아진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은퇴생활 전반을 좌우하게 된다.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보내느냐 아니면 새로 시작하는 은퇴생활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물론 오랫동안 수고해왔으니 이제는 맘 편히 쉬고 싶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에 그쳐야 한다. 너무 오랜 시간을 그렇게 만연히 보내게 되면 잘못된 습관과 생활방식이 몸에 배게 되고, 누가 강제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은퇴생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데 코로나까지 방해를 하고 있으니 이 시기에 은퇴한 사람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정신 차려야 한다. 하루에 두 번씩 산을 오르더라도 가슴 한편에 뚫린 구멍은 갈수록 커져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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