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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지난 주말 인천에 가서 군대 동기들을 만나고 왔다. 내가 인천까지 강의를 하러 가게 되어 갑자기 성사된 번개모임이었다. 군대 다녀온 게 언젠데 아직까지 군대 동기들은 만나고 있는지, 혹시 군생활을 장교로 복무했는지 물어보는 이가 있었다. 듣고 보니 그런 궁금증을 가질만도 하다. 나는 장교 출신은 아니지만 부사관 출신이라서 일반 현역병들보다는 군생활을 조금 길게 했다. 동기들과는 훈련소 수료 후 실무에 배치되기 전까지 무려 33주간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며 교육을 받았다.

나를 비롯한 동기들 대부분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고 바로 전역을 하거나 늦어도 3~4년 뒤에는 전역을 했다. 예닐곱 명 정도만이 평생 직업군인으로 살겠다며 계속 남아 있었는데, 이들도 최근 모두 전역을 했다. 군인의 정년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보다는 빠른 탓이다. 전역은 했지만 아직은 한창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다.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둔 세상에서 이제 겨우 절반을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전역한 동기들은 대부분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연금도 쓸 만큼 나오고 있고, 30년 이상 고생했으면 됐지 무슨 일을 또 해야 되느냐는 생각인 것이다.

유독 한 친구만은 달랐다. 그 친구는 전역하기 오래전부터 전역 후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전역 후 놀기만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고, 또 자격증을 취득해 두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돈을 벌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눈앞이 노래질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 끝에 기능장 자격증을 두 개나 취득하고 나왔고, 나오자마자 재취업한 곳이 어느 대형빌딩의 시설관리를 책임지는 총괄소장이다. 이번 모임에서 유일하게 새 명함을 나눠줬던 친구다. 막상 명함을 받으니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친구들도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령층(55세~79세)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남녀 평균 65% 정도이며, 남자들은 평균 76% 정도가 일을 더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일을 하려는 이유로는 열에 여섯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라고 하고, 세 명은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하고 싶다고 한다. 대부분 부족한 노후자금을 보충하기 위해서이지만, 단지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은퇴기에 있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 중에 질문을 해보면 이들도 대부분 그냥 쉬고 싶다고 한다. 갓 퇴직한 사람들은 매일 노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도 한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바쁘다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또 질문을 해본다. '그럼, 은퇴 후에 매일 놀기만 하는 것과 소일거리로라도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좋을까요·' 이 질문에는 하나 같이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답을 한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당연히 쉬어야 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은퇴 후 일을 하지 않고 하루 놀고 하루 쉬고 하는 삶이 과연 재미있을까· 한두 해도 아닌 30여 년을 그렇게 보낼 것을 상상해보라. 처음 몇 달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무료함과 공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요즘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어린 시절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달려온 이들이다. 그런 바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고 습관화되어 있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지난 30여 년간 살아온 생활 스타일이 있는데 이것을 갑자기 바꾸게 되면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고장이 날 수도 있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하는 것이 좋지만 이때의 일은 은퇴 전과는 달라야 한다. 하루종일 하는 일보다는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 돈이나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일이 좋다. 지금까지의 경력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일도 좋지만, 삶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누군가는 은퇴 후에도 평생 현역으로 살라고 하지만 그건 너무 가혹하다. 누구나 자격증을 몇 개씩 취득하고 은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생계유지가 우선이 아니라면 욕심내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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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