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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공로연수 대상자 명단이 내려왔다. 반기마다 내려오는 것이라서 익숙한 문서지만 이번엔 특별하다.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도 정년퇴직을 위한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공공기관이라서 공무원들처럼 정년퇴직 전 공로연수 기간이 있다. 공기업 등에서도 명칭과 형태는 다르지만 퇴직준비 기간이 있는데,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이후로는 그 기간이 더 길어졌다.

공로연수제의 취지는 정년까지 장기간 성실하게 공직에 봉사한 직원에 대하여 퇴직 전 사회적응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희망 여부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간부직이 아닌 평직원은 선택사항인 곳도 있음) 하는 것을 보면 조직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으로서는 일생을 바쳐 올라온 좋은 자리에 계속 남아 있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 기관의 경우 공로연수 기간에는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퇴직이나 마찬가지여서, 연수 직전에 퇴임식을 하고 나온다. 퇴임식은 했어도 직원 신분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겸직금지 규정에 걸려 취업은 할 수 없다. 취업을 하지 못하니 핑곗김에라도 일은 하지 않아도 되나, 그 대신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보내야 한다. 월급은 계속 나오기는 하나 임금피크제로 쪼그라든 월급에 수당마저 줄어드니 말 그대로 계륵 같은 월급이다.

공직에 종사해왔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인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 기간은 '은퇴'라는 생애전환기를 앞둔 골든타임으로 은퇴 후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와 설계를 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은퇴 후 무얼로 먹고 살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누구와 어울리며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완성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비 은퇴자들이 퇴직준비 기간 내에 꼭 해야 할 일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부족한 은퇴준비를 보완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노후생활자금이 필요자금에 비해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점검해보고, 부족하다면 이를 보충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습관처럼 해오던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없던 병도 생기게 된다. 습관은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

둘째,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은퇴 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낼 수는 없으니 취미생활을 하든 일을 하든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할 일을 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직접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직접 해봐야 그 일의 실체를 알 수 있고,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알 수 있다. 자꾸만 귀차니즘에 빠지는 자신을 다독이며 부지런히 움직이자.

셋째, 새로운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하자.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은 연륜에서 나오는 전문성 때문에 굳이 많은 공부가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그 전문성은 사회에 나오면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취미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공부는 해야 한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마음은 젊지 않은가.

넷째, 새로운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자. 직장인들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직장에서 일로 맺어진 관계들이다. 휴대전화에 수백 명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어도 은퇴 후 마음 편히 전화할만한 상대는 많지 않다. 은퇴 후에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SNS를 통해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은 가능하지만, 자주 만나서 얼굴 보고 대화하며 밥을 먹는 만남에 비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험과 공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하자. 재직 중 일하느라 바빠서 미처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남은 생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정하자.

공로연수 기간은 그냥 쉬는 기간이 아니라 조직을 벗어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훈련 기간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가오는 퇴직을 설렘으로 맞을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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