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만 18세가 되는 청년의 첫 달치 국민연금을 대신 내 드리겠습니다"라며, 몇 해 전 모 지자체에서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 지원 사업'을 시행하려 한 적이 있다. 계속 내 주는 것도 아니고 겨우 한 달 치 국민연금을 내주겠다는 건데 그걸 가지고 무슨 생색을 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에 생일이 같은 청년 셋이 살고 있었다고 하자. 청년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만 18세가 되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한창 대입 준비로 바쁘게 보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청년 A는 그깟 한 달 치 보험료를 지원 받기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돈 내고, 탈퇴하고, 지원신청까지 해야 된다니 번거롭다며 포기했다.

청년 B는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며 만 18세가 되자마자 국민연금에 전화해서 임의가입자로 가입하고 최저 보험료 9만원을 한 번 냈다. 한 달 뒤 탈퇴를 하고 지자체에 청구해서 지원금을 받았다. 내가 낸 만큼의 돈을 지원금으로 받았으니 결국 내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간 셈이다. 이후 B는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에서 납부예외자로 관리되었다.

A, B 두 사람 모두 대학교 졸업 후 28세에 첫 직장을 잡았다. A는 직장에 들어가서 국민연금에 처음 가입하게 되었지만, B는 재가입이었고 18세 때 한 번 낸 이후부터 취업하기 전까지의 기간에 대한 추후납부 신청을 해서, 5년 동안 매달 분할납부 했다. 입사 5년 뒤에 받아본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내역서에는 A의 가입기간은 5년, B의 가입기간은 15년이었다.

여학생인 C도 B와 마찬가지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국민연금 한 달 치를 내고 탈퇴했다. 그러나 C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은 하지 않고 결혼을 했다. 직장인인 남편이 국민연금가입자였기에 전업주부인 C는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당연히 보험료도 더 이상 내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 세 사람이 모두 65세가 되었을 때 국민연금은 과연 누가 제일 많이 받게 될까? 60세까지 매년 같은 연봉을 받으며 사업장가입자로 가입해 온 A와 B, 그리고 전업주부로 살아 온 C. 그 답은 어이없게도 전업주부로 살아 온 C가 될 수 있다. 왜 그럴까?

전업주부인 C는 60세가 되기 전 남편의 은퇴 후를 대비해서 자영업을 시작하며 사업자등록을 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자로 가입하면서 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 본인의 실제 소득보다 높게 최고소득으로 신고를 한다. 게다가 남편 퇴직금 받은 돈으로 그 동안 내지 않았던 기간 전부에 대한 추납신청을 해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낸다.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쓰고 싶은데 시중금리가 낮아 다른데 투자하는 것보다 추납으로 연금을 늘리는 게 훨씬 낫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18세부터 60세까지의 가입기간은 B와 C가 42년으로 똑같지만, B가 신입사원 시절 낮은 월급으로 시작해서 연금에 가입해 온 것에 비해 C는 42년 중 첫 달 치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최고 보험료로 냈기 때문에 연금수령액은 C가 훨씬 많게 된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때 시행하려던 국민연금 지원 사업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자체 지원은 못 받더라도 본인이 직접 내면 할 수 있었다.

지난여름 추납광풍을 불게 한 사례들을 보면 283개월 치 보험료 4천330만원을 추납하고 평생 78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 사례, 241개월 치 1억 150만원을 추납하고 매월 83만원씩의 연금액을 늘린 사례……. 추납의 위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보험료를 낼 형편이 못 되었던 사람들에게 나중에라도 낼 기회를 줘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 추납제도의 취지인데, 일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성실하게 납부해 온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런 문제제기로 인해 이번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법이 시행되는 이달 18일이나 21일 이후부터는 추납 가능한 기간이 최대 119개월까지로 제한된다. 더 이상 청년 C와 같은 사례는 나올 수 없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국민연금 홈페이지에서도 추납신청이 가능하다니, 120개월 이상을 추납하려는 사람들은 서둘러야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