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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이혼해야죠" 참 쉽게 나온 말이다. 은퇴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어느 남자 수강생이 한 말이다. 은퇴하면 부부관계가 가장 중요하니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 개선이 어려울 거 같으니 포기하고 차라리 이혼을 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리라.

남편의 은퇴로 부부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남편이 집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도 집에는 들어왔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들어오거나, 가끔씩 주말에나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매일 집에 머물며 나가 있는 시간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은퇴한 남편의 심기는 편치가 않다. 은퇴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누려오던 사회적 지위도 내려놓았고, 자신을 위해주던 후배들도 더 이상 곁에 없다. 그동안 일로 맺어졌던 사회적 인맥들도 이제는 연락하거나 만날 일이 없어졌으니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다. 할 일도 없고 돈도 못 벌어다 주니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에서, 조금만 싫은 소리를 들어도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화를 잘 낸다. 평생을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대접도 못 받는다는 생각에 서운함도 크다.

아내는 아내대로 힘들다. 아내는 그동안 남편 출근 후 홀로 또는 이웃의 친구들과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살아왔는데, 이제 남편이 집에 있게 되니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고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남편의 은퇴로 가계 수입이 줄어드니 돈 쓰는 재미도 없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안 먹던 남편이었는데 이제는 하루 세끼를 해줘야 하니 뒤늦게 웬 시집살이냐며 신세한탄을 한다.

남편이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온 경우에도 이처럼 힘이 드는데, 오랫동안 주말 부부로 살아온 경우라면 어떨까· 말이 주말부부지 남편이 매주 집에 오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 떨어져서 살다가 가끔씩 주말에만 만나던 때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라 괜찮았지만, 이제는 매일 같이 있게 되니 서로가 적응이 안 된다. "여기 직원들은 지방 근무가 많아서 부부가 따로 살아온 기간이 길어 사이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라던 어느 교육 담당자의 말을 들었을 때, '아! 이런 상황에서 이 남편들은 어떻게 집엘 들어가지?'하는 걱정을 했던 생각이 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부는 남편이 은퇴한 뒤에도 아내가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대부분 나이 많은 남편이 먼저 은퇴를 하게 되고 아내는 은퇴 전인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부라면 낮 동안은 함께 있지 않아도 되고, 아내가 여전히 소득 활동을 하고 있으니 부부 간 갈등 발생의 소지가 작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남편이 처신을 잘해야 한다. 자신의 은퇴로 경제적 가장의 지위를 아내에게 넘겨줬으니 남편은 집안일 대부분을 맡아서 해줘야 한다. 저녁에 아내가 퇴근해보니 주방에 아침 점심 먹은 설거지 거리가 그대로 있고, 집안도 지저분하다면 아무리 성격 좋은 아내라도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다시 예전 생활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개선이나 적응도 쉽지 않으니, 서두에 언급한 사례처럼 그냥 이혼하는 게 나을까? 아니다. 이혼이라는 극약 처방보다는 부부가 의지를 갖고 적응을 위해 노력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우선 부부가 같이 있으므로 해서 화목하기보다는 갈등이 심하다면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밖에 나가서 할 일을 만들어 보자. '따로 또 같이'가 정답이다. 함께 할 것은 함께 하고 따로 할 것은 따로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둘이 함께할 것을 찾아야 한다.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 등 두 사람의 관심과 흥미가 일치하는 소일거리를 찾아보자. 그래도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서로가 상대방이 고쳐줬으면 하는 것을 한 가지씩 원하고 들어주자. 한 가지만 꼭 집어서 해달라고 하지 말고 서너 가지 중에서 고르라고 해서 한 가지씩 고쳐가도록 노력해보는 것이다.

이혼하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이혼으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특히 남자의 손해가 더 크니 이혼 얘기를 너무 쉽게 꺼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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