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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딱 30년 전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왔다. 30년 전 신혼시절처럼 우리 부부 둘만 살게 되었다. 작은 아들이 지난주에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큰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나갔고, 작은 아들과 함께 살았었는데 작은 아들마저 이번에 분가를 한 것이다. 취업한 직장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충분히 출퇴근이 가능함에도 기어코 나갔다. 하긴 집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던 녀석이다.

도로 신혼시절로 돌아오니 마치 한동안 치열한 게임을 하다가 리셋된 느낌, 오랫동안 멀리 해외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느낌, 어느 SF영화에서 본 것처럼 잠깐 외계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그 사이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깐인 것 같지만 그 사이 변한 것들이 너무 많다.

가족구조는 신혼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부부의 몸과 마음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30년 전 우리는 젊고 풋풋했었다. 아이도 없던 신혼시절이었기에 사랑도 넘쳐나고 날마다 달달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간 겪어온 세월과 갈등의 흔적들을 몸과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 놓고 있다. 부부 사이 사랑은 식은 지 오래고 가느다란 정 한 가닥으로 버티고 있어 금방이라도 끊어질 위기다. 그나마 둘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주고 자제시켜주던 아들도 이젠 없다.

이 때 맞게 되는 또 하나의 위기가 바로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다. 아이들과 함께 북적거리고 바쁘게 살다가 자녀가 성장해 하나 둘 떠나고, 다시 부부 둘만 남게 되는 시기의 부부, 특히 아내들이 경험하는 허전함, 외로움, 상실감과 그로 인한 우울감 등의 심리상태를 말한다. 그동안 전념해온 자녀의 양육자라는 역할의 상실과 자녀의 독립에 따른 자녀와의 유대감의 약화는 아내들에게 상실감을 갖게 하고 우울감에 빠지거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한다.

다행히 아내는 우울해하기는 커녕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듯 신이나 보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동안 다 큰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매 끼 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하느라 힘들었고, 빨래에 다림질까지 해줘야 했다. 가계 지출에 있어서도 식재료비에 용돈과 옷 값, 치킨 값 등 지출이 많았다. 게다가 곁에서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잔소리할 것도 많아서 아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에서 해방이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가벼울까. 어쩌면 속이 깊은 아들이 자신보다는 엄마를 위해서 분가를 강력히 원했는지도 모른다.

젊은 자식도 이처럼 자신의 삶과 생활을 찾겠다며 독립을 원하는데 나이든 부모도 그런 자식을 놓아주고 남은 생애는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자식 계속 붙들고 있어봐야 서로가 피곤하고 갈등만 쌓일 것이다.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은 물론이고, 자녀의 성장한 자아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부모의 입에서는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자식은 이해를 못해주는 부모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자녀의 독립은 부모와 자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부부는 자칫 부부관계의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부부가 협심해서 달성하고자 했던 자녀양육이라는 목표를 이루었고,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까지 하게 되면 남은 삶은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랑도 식고 정도 없는데 굳이 상대방에게 간섭받고 불편을 참아가면서 같이 살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될지도 모른다. 자식이 곁에 없으니 부부싸움도 눈치 안보고 맘껏 할 수 있다. 자녀가 들어올 시간이 됐다고 휴전할 필요도 없다. 싸움이 잦다보면 사소한 문제로 중대결심에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황혼이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신혼 때 하지 못했던 이혼을 다시 신혼이 되었을 때 감행하는 부부가 많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제2의 신혼기가 아니라 황혼이혼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위험한 시기다.

자녀의 독립 이후에는 그간 자식에게 향했던 사랑과 정성을 신혼시절 그랬던 것처럼 다시 상대방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자식을 잘 키워낸 것에 대해 서로의 수고와 노력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성취감과 보람을 영양분으로 해서 메말랐던 사랑을 다시 키워가야 한다. 그래야 노후가 편안하다. '도로 신혼'을 지나 '도로 싱글'까지는 가지 않도록 서로가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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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