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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자기, 집이 제일 좋아! 집이 최고야! 집이 너무너무 좋아!" 아내가 요즘 집 밖에 나갔다 올 때 마다 외치는 감탄사다. 전에는 어쩌다 며칠간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나 가끔 내뱉던 말이었다.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집에 돌아오니 차라리 집에서 편안히 있는 게 좋았을 뻔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멀리 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고생하며 돌아다니다 온 것도 아닌데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심지어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이런 말들을 하고 있다.

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집이다.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도 아니다. 아내가 갑자기 집순이가 된 것도 아니고, 직장일이 더 힘들어진 것도 아니다. 아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이런 말들을 하기 시작했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했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집에 남아 있던 둘째 아들이 분가하고 약 반 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변화의 시점을 알고 나니, 아내의 변화와 아들의 분가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그동안 아내의 삶의 중심은 언제나 자식들에게 가 있었다. 남편은 어른이니 알아서 할 것이고 자식들은 아직 어리니 엄마가 보살피고 이끌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학교생활부터 군대생활까지, 식사준비부터 옷 입는 것까지 모든 것을 엄마가 다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집은 이처럼 힘든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노동과 스트레스의 현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일이 끊이지 않았고,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나마 큰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나가서 생활하는 바람에 일이 줄어든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 3년간을 승용차로 통학을 시켜줘야 했고, 대학교도 집에서 다니는 바람에 뒷바라지가 길어졌다. 남들은 맞벌이를 하면 자녀들 일은 좀 덜 신경 쓰는 것 같던데 아내는 그렇질 못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작은 아들이 분가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한 것은 아내였다. 직장이 같은 시내에 있어 굳이 분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들이 독립하여 혼자 생활을 한다는 것이 못 미더웠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엄마가 다 챙겨줬었는데 나가서 엄마의 도움 없이 살겠다니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분가한 후에도 걱정을 놓지 못했던 아내는 처음 얼마간은 밥과 반찬을 해 날랐다. 그러나 아들은 그런 밥과 반찬을 남기기 일쑤였다. 친구들과 밖에서 먹는 날이 많았고, 엄마의 간섭이 없으니 맛있는 배달음식의 유혹을 굳이 뿌리칠 이유도 없었던 탓이리라. 그러니 아내도 이내 시들해져 버렸다. 헬리콥터맘의 노동에서도 해방이 된 것이다. 이제 집은 자연스럽게 본래의 목적인 '안식처'가 되었다, 그러니 집이 좋아질 수밖에……

자녀들은 때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 자녀와 부모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 자녀는 어차피 떠날 거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독립하여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 좋고, 자립심도 키워갈 수 있다. 부모 또한 자녀에게 얽매이는 생활에서 벗어나 부부 둘만의 오붓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다 큰 자식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 부모의 잣대로 재단하며 잔소리를 하면, 자녀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게 된다.

성장한 자녀가 독립을 선언할 때 부모 중 반대가 심한 것은 주로 엄마 쪽이다. 비록 대학교 진학 후부터는 동거인이 되어버린 자녀이지만 그래도 엄마는 자신의 삶의 목표이기도 했던 자녀이기에, 곁에 두고 계속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 결혼하면 당연히 떠날 것을 왜 미리 나가려고 하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엄마의 이런 반대는 그 때 뿐, 이내 적응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도 아내는 가끔 지금과 비슷한 말들을 한 적이 있었다. 맞벌이 하던 아내가 출산을 하고 전업주부가 되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게 젤 좋아"라는 말을 자주 하던 아내. 그런데 지금은 이 말이 확 줄어서 그냥 집이 좋다는 말뿐이다. 같은 듯 다른 그 때와 지금의 아내의 말. 키울 애는 없지만 살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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