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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파리넬리'

화려한 예술가의 숨겨진 고통 '파리넬리'

  • 웹출고시간2022.10.17 17:03:07
  • 최종수정2022.11.28 10:11:54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파란 물을 담은 하늘이 묵직하게 내려앉고 너무 높고 파래서 쓸쓸한 하늘을 바라보고 커피 한 모금 삼키니 갑자기 귓가를 스치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 그리고 영화 '파리넬리'ost '울게 하소서'.

1994년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에 의해 제작된 오페라 영화가 시린 가을하늘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카스트라토 : 카스트라토는 변성기가 되기 전 거세를 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내는 바로크 시대의 남성 소프라노다. 거세된 남성은 정상적인 성인 남자보다 몸집이 크고 여성 소프라노보다 강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여성의 높은 음역에 남성 특유의 강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카스트라토는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그 인기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대중가수 이상이었다. 인기를 얻으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서 17~18세기 소년들 대다수가 카스트라토를 지망했고 이탈리아에는 카스트라토 양성학교까지 있었다. 많은 소년들이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거세 시술을 받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남자로서의 정상적인 삶을 포기한 채 숨어서 일생을 보내야 했다. 시술 과정 중의 비위생적인 처리, 호르몬 분비의 이상으로 평생 불구가 되기도 했다.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 무대를 풍미했던 카스트라토 '까를로 브로스키'(예명:파리넬리)의 일대기를 그린다. 파리넬리가 카스트라토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7살이던 1722년. 나폴리의 한 광장에서 있었던 파리넬리와 트럼펫 주자 간의 대결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트럼펫 연주 솜씨를 화려하게 뽐내는 트럼펫 주자 앞에 갑자기 나타난 파리넬리는 트럼펫을 압도하는 정확하고 화려하고 정교한 소리로 트럼펫 주자를 제압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파리넬리'를 부르며 그에게 열광적인 갈채를 보낸다. 이런 동생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형 리카르도. 동생은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를 얻을 수 있고, 형은 동생의 인기로 자신이 작곡한 곡을 널리 알릴 수 있어서 좋다. 형제는 무엇이든 함께 나눈다. 파리넬리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국제적인 가수였다. 리카르도가 작곡한 오페라 '이다스페(Idaspe)' 중에 나오는 아리아 '행복의 그늘가에서(Ombra fedele anchio)'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파리넬리는 무대 저 위에서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법한 화려한 하늘 마차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무대 중앙으로 내려온다. 머리에 색색의 깃털을 달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파리넬리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자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파리넬리는 걸치고 있던 스카프를 관중석을 향해 던지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고, 한 귀부인이 그 스카프를 황홀하게 껴안는다. 무대에서 파리넬리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기교를 선보인다. 빠르고 화려한 멜로디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구사하고, 클라이맥스를 길게 부르는 순간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급기야는 귀부인 두 명이 그 자리에서 기절한다. 이 당시 영국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활동하던 당대의 거장 헨델이 파리넬리를 찾아온다. 헨델은 파리넬리에게 자기 극단으로 올 것을 제안하지만 형 리카르도를 배신할 수 없는 그는 헨델의 얼굴에 침까지 뱉으며 이 제안을 거절한다.파리넬리의 덕분에 파산 직전이던 포르포라의 귀족 극단의 기사회생.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파리넬리는 핫세가 작곡한 오페라 '아르타세르세(Artaserse)' 의 아리아를 형 리카르도가 파리넬리의 목소리에 맞게 편곡한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Son qual nave ch'agitata)'라는 노래를 부른다. 험난한 인생의 바다를 거침없이 헤쳐나가는 배의 모습을 묘사해서 움직이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무대장치가 인상적이다.

파리넬리의 런던 데뷔 무대는 크게 성공을 거두고 라이벌인 헨델의 극단을 앞지른다. 헨델은 영국 왕실의 비호를 받고 있음에도 관객 유치에 실패하고, 단골 관객마저 포르포라 극단에 빼앗긴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보다 관객을 끌기에 혈안이 된 형의 음악에 회의를 느낀다. 공생관계에 있던 형과의 결별하게 되고 헨델의 음악에서 진정한 예술을 발견한 파리넬리는 헨델과 라이벌 관계였던 귀족 극단 무대에서 헨델의 아리아를 부른다. 파리넬리의 태도에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지만 노래가 계속되면서 관객들은 점점 노래에 빠져든다. 파리넬리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중에 나오는 '사랑하는 나의 신부여(Cara sposa)'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이 곡은 헨델이 살아있는 동안 모두 53번이나 공연되었던 헨델의 대표적인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의 주인공인 십자군의 전사 리날도가 예루살렘의 왕 아르간테에게 잡혀간 연인 알미레나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비가이다.그 멜로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전주에서부터 바로크 오페라 특유의 격조 높은 슬픔이 느껴진다.
파리넬리가 손등에 하얀 비둘기를 올려놓고 노래를 부르고 그의 뒤에 커다란 공작새의 모형이 계속 꽁지깃을 펼쳐가고 있다. 파리넬리는 노래하면서 하얀 비둘기를 객석으로 날려 보낸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헨델에게 비호감이던 관객들을 헨델을 열광하도록 만드는 순간이다.

이어진 곡은 그 유명한 아리아 '나를 울게 하소서'가 나온다.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노래는 오페라 '리날도'에서 아르간테에게 잡혀간 리날도의 연인 알미레나가 탄식 속에서 부르는 것이다.

어린 파리넬리에게 아편을 먹여 강제로 거세를 시켰으나 성공하도록 도와준 형에 대한 원망과 고마움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심정과 여성을 사랑할 수 없는

열등감 등 그의 삶이 온통 이 노래에 담겨 있어서 '울게 하소서'를 들으면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이 곡을 작곡한 헨델마저 감동한다. 이 곡 하나의 감동만으로도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후 파리넬리는 대중 앞에 몇 번의 공연을 끝으로 왕실 전속 가수로 왕을 위해서만 노래하게 된다. 형이 몇 번을 찾아와 화해를 청하고 둘은 화해하게 된다. 이후 형은 전쟁에 참여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생전에 파리넬리는 헨델의 오페라를 부른 적이 없지만, 만약 이 영화가 사실에 충실해서 포르포라와 리카르도의 노래로만 음악을 선정했다면 헨델의 '나를 울게 하소서'만큼의 감동을 못 느꼈을 것이다. 실제의 파리넬리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헨델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영화 속의 파리넬리는 헨델의 주옥같은 아리아로 그 음악의 위대함을 오늘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영화에 음악이 없다면 향기 없는 꽃과 같겠지만, 음악 한 곡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는 한 점의 그림과 한 장의 악보가 만들어지기까지 예술가로서의 살을 에는 고통이 느껴진다. 전시회장이나 연주 홀에서의 화려한 예술가의 모습 뒤에 서려 있는 고독과 인고의 노력이 느껴져서 내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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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