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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선거'라는 신화를 창조하는 '킹메이커'

  • 웹출고시간2022.02.21 15:50:12
  • 최종수정2022.04.25 13:55:52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여기저기 걸려 있는 플래카드.

메타버스를 달구는 선거 관련 영상.

'사실인지 거짓인지 상관없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홍보는 무조건 믿는다.

상대 정당의 비리나 부정부패 관련 기사는 무조건 사실이다.

우리 정당의 비리나 부정부패 관련 기사는 모두 거짓이다.

그러니까 결국 상대 정당에 관련된 방송이나 기사, 유튜브 영상은 아예 볼 필요조차 없다.' 요즘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종종 이런 느낌을 받는다.

인터넷 알고리즘은 내가 들어가는 편향적인 지식으로 유도한다. 우리는 영상 보도를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영상매체를 구독하도록 선택당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리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기분이다.

진실을 왜곡한 보도라고 판명돼도

'내가 거짓 정보를 믿게 된 것도 내 탓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보도한 사람이 죄인이니까.

다시 말해서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모든 것은 네 탓이다.'라고 말한다.
선거에 있어서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의 경제정책인 '흑묘백묘론'을 내세우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면 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라는 발상은 국민이 우매했던 시절에나 통했다. 우리는 이제 선진시민이고 예리한 판단력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능력이 차고 넘친다.

난무하는 기사와 영상 속에서 휘둘리지 말고 정답을 잘 골라야 한다.

2022년 1월에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영화 '킹메이커'를 보면서 선거 전략가들이 어떻게 국민을 선동하고 획책하고 설득하면서 결과를 승리로 이끄는지 한 수 배워보자. 그리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리더를 매의 눈으로 뽑아보자.

"옛날에 그리스 살던 아리스토텔레스란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수다.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다"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 스승입니다"

영화 '킹메이커'는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선거에 네 번 도전하고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숨 막히는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시작되는 작품으로 치열한 선거판의 중심에 있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사실 故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참모였던 엄창록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대통령을 만들기까지 그림자 역할을 한 킹메이커의 전략, 감정선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김운범이 열세인 가운데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선거 전략을 기획한다. 김운범은 선거에 계속해서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중에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미묘한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승리에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을 수반해야 한다는 정치인 김운범과,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수반되는 갈등구조이다. 북에서 넘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욕설을 듣던 서창대가 사투리를 고쳐가면서 돈도 배경도 없이 정의와 국민을 위한다는 후보 김운범에게 반해가는 과정이 심장 쫄깃하게 한다. 물심양면으로 김운범을 돕기로 한 서창대는 더러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도 더러워져야 함을 깨닫는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 그 과정과 수단까지 정당해야 하는지, 아니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체 불가능한 연기인 :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한다. 4년 만에 다시 변성현 감독 영화에 출연하게 된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변성현 감독을 100% 믿는다고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으며 이를 실망시키지 않고 감독의 오마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가 <킹메이커>에서 김운범 그 자체가 된 것처럼 숨 쉬듯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직한 신념을 가진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한 설경구는 실제 정치인의 연설 장면을 참고하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했다. 사투리를 익히고, 상황에 맞는 캐릭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늘렸다가 줄이는 과감한 열정을 보였다. 특히 김운범의 필리버스터 신은 설경구의 노력이 가장 인상 깊었다. 김운범이 5시간 동안 연설하는 것을 몇 초 만에 빠르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영화에서는 김운범의 오디오가 들어가지 않음에도 해당 필리버스터 신의 연설문을 모두 외웠다고 한다. 짧은 장면에도 그의 열정을 쏟아 넣어서 영화의 몰입감이 극대화되었다.
선거 전략가 서창대 역할의 이선균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를 사로잡은 영화 '기생충' 이후 스크린에 복귀하는 첫 작품이다. 이선균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완벽한 캐릭터를 소화해서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연기자이다. 변성현 감독은 "이선균 덕분에 서창대가 더욱 세련되고 깔끔한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고 영화에서 무거워질 수도 있었던 부분이 가벼워졌다."라며 이선균이 연기한 서창대에 대한 만족감을 아끼지 않았다. 이선균은 다양한 연설 영상과 인터뷰를 보고 대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호소하고 어떻게 대중을 설득시키는지를 파악해서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서창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의 목적을 집중해서 표현하고, 그가 변해가는 과정, 그의 트라우마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재명은 김운범의 평생 라이벌이자 러닝메이트인 김영호 역할을 연기한다. 그의 연기 또한, 김영호 그 자체이다. 그 시대의 자료와 영상을 참고하고 상대 배우와 교감하며 캐릭터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극 중 대통령 후보 지명 대회 장면에서는 큰 액션이나 특별한 대사가 없는 장면임에도 묵직한 시선 처리와 절제된 모습으로 김영호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유재명은 "촬영에 몰입해 실제인지 영화인지 모를 순간이 있을 정도로 울컥하기도 했다"라는 소감을 말해서 얼마나 깊이 몰입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여기에 한계 없는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조우진이 여당의 선거 전략가 이실장 역할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대체 불가한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는 영화 '킹메이커'의 완성도를 더욱 고조시켰다.
◇1960~70년대 선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미장센 :

지역 국회의원 시절의 선거 사무실이 창고를 연상시키는 톤과 분위기로, 신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명된 이후 김운범의 서울 선거 사무실은 도회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또한, 한국적 자재로 만든 세련된 디자인의 소품들과 수북하게 쌓인 문서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대규모의 사람들, 선거판의 치열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권을 쥐고 있는 공화당의 모임 장소는 "현실적인 공간보다는 블랙 코미디 같은 요소를 더하고 싶었다"라는 변성현 감독의 연출 의도처럼, '과잉된 디자인'이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향락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여기에 중앙정보부는 실제로 여의도에 있는 지하 벙커를 모티브로 해서 교도소 같은 방사형 구조 중앙에 중앙정보부를 두고, 사방으로 뻗어 있는 취조실을 형상화 시켜서 강압적이고 섬뜩한 분위기를 담아냈고 공화당의 위상을 과시한다. 소품의 80% 이상을 직접 제작했으며 전체적으로 미장센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변성현 감독은 "사소한 디테일이 모여 전체적인 미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각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의상은 이번 작품 속 또 다른 볼거리로 손꼽힌다. 정치판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이 많은 '킹메이커'는 시대적인 배경을 따르면서도, 인물들의 스타일리시한 의상이 극의 무게감을 줄이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등장인물들의 특성에 맞게 상징적인 색을 부여함으로써 색다른 미장센을 선보인다. 신민당의 녹색, 공화당의 붉은색, 서창대의 노란색은 각 상황과 장면별로 두드러지거나 어우러지면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선거의 주인공과 많은 그림자 역할들을 재조명하고, 이번 선거에서 어떤 그림자들이 선거에서 승자를 만들어낼지 주시해 보겠다.

'과정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대통령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이 영화를 보면 선거 후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달라 보일 것이다.

주변을 보는 안목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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