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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인생에서 다가 올 상실들을 마주할 때

영화 '노매드랜드'를 통해 본

  • 웹출고시간2021.06.07 17:43:40
  • 최종수정2021.06.07 17:43:40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충북일보] 영화를 보고 잔상이 오래 남아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한 번쯤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다.

영화 '노매드 랜드'가 그렇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외에도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그 밖에도 200여 개의 영화상을 수상해서 기대가 컸다. 여자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쓰리 빌보드'에서 억울하게 딸을 잃은 분노에 찬 엄마 연기로 201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다.

2017년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한 권의 책을 읽게 되면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은 저널리스트 제시카 부루더(Jessica Bruder)가 쓴 '노매드 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다. 부제가 말해 주듯이 미국에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 살면서 저임금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분석한 논픽션이다. 제시카 부루더는 노년 빈곤층에 대해 언급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계층을 이룰 만큼 그 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밴을 타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이 책을 읽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막연하게 꿈꿔 왔던 노매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낭만이라는 환상을 버렸다고 한다. 그 후로 이 책의 판권을 사게 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토론토영화제에서 영화 '로데오 카우보이'의 감독 클로이 자오를 만나게 되고 영화 제작을 제안한다. 로데오 카우보이라는 영화에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실제 이야기 속 인물을 배우로 활용했다는 점을 영화'노매드랜드'에 적용시키겠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계획대로 배우 데이비드를 제외하고 모두 실제 노매드인들이 연기를 했다는 독특함이 숨어있다. 노매드인들은 린다 메이, 스왱키, 밥 웰즈로 자신을 연기한다. 연기라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보여준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로 2011년 마을 하나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을 보여준다.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US석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 공장에 의지하던 엠파이어마을 주민들이 실직을 하게 되고 붕괴해서 우편번호도 없어진다. 남편과 함께 평생을 그 마을에 살아온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사무직과 교사로 일해 왔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다. 마을의 붕괴로 달리 갈 곳이 없는 펀은 남겨진 물건들(배우 자신의 소품 사용)을 낡은 밴에 싣고 온라인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 트레일러 파크에서 생활하게 된다. 새로운 일터에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 대부분은 얼마 안 되는 복지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의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위로하며 서로에게 자신의 방식을 공유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가족 같다. 동료로부터 현대판 유목민들의 공동체 리더인 밥 웰스를 알게 되고 이들과의 모임을 통해 각자의 인생 경험을 공유하며 '노매드'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낡은 밴을 고치기 위해 여유 있는 동생에게 돈을 빌리러 간 '펀'은 동생의 이웃과 친구들의 경제 불황 속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띤 대화를 듣고 불편해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전한 노매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함께 살자는 동생의 제안을 뿌리치고 다시 밴을 타고 떠나는 '펀'. 무한히 펼쳐진 자연을 벗 삼은 정처 없는 삶이 그녀를 용감하게 만든 것일까? 상실을 경험한 '펀'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침대에서의 외로운 잠 보다 낡았지만 마음 편한 밴에서의 쪽잠과 아침마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하며 밴을 두드리는 동료의 노크소리였을 것이다. 노매드 랜드에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불안한 일자리와 보잘것없는 재산이지만 따뜻한 나눔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포장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가난도 즐길 수 있다는 용기 있는 설정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의 품위를 잃지 않는 행동과 대화들, 험한 노동에도 불평하지 않는 모습들이 영화를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연기를 위해서 노매드들과 몇 달 동안 생활하는 동안에 다른 노매드들이 여배우인지 몰랐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자본주의는 유명무실하다. 노매드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I am not homeless, I am houseless."라고 당당히 말하는 '펀'과 쏟아지는 낮과 밤의 하늘을 바라보는 '펀'을 보면서 나도 노마디즘을 꿈꾸게 되었다. 단기간의 제주살이를 떠나는 사람들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훌훌 떨쳐버리고 낯선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보려고. 일상이 지치거나 무료할 때 이 영화가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펀'은 자연 그 자체가 된다. 멋진 촬영과 OST도 영화의 품격을 더해 준다.

알렉산더 폰 쇤 부르크의 책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 생각나는 밤이다.

그의 깨진 찻잔의 미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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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