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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리바이어던(Leviathan)을 통해 본 국가와 권력

  • 웹출고시간2021.02.01 16:49:38
  • 최종수정2021.02.01 16:49:38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함이 진리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종종 국가를 구성하는 수뇌부들의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허용하고 국민에게 행복과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마치 절대 권력을 가진 강한 동물 레비아탄처럼.

리바이어던(Leviathan)은 1651년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저서다. 레비아탄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서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바다의 괴물로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매우 강한 동물이다.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이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홉스는 영국 내란의 최대원인이 국가의 주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국가 주권의 필요성을 논하고 절대주권을 확립함으로써 인민의 안전과 평화를 달성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리바이어던'을 저술했다고 한다.

오른손은 군주의 검 왼손은 종교의 봉, 몸통은 인간.

국가는 자연인보다 강한 '인공적 인간'이므로 주권은 인공의 혼이고 위정자들과 그 외의 사법과 행정에 종사하는 관리들은 인공의 관절이며 상벌은 신경, 개개인의 부와 재산은 힘이며 인민의 안전은 그 업무이고 고문관은 기억이며 공평과 법은 인공의 이성과 의지이며 화합은 건강, 소요는 병, 내란은 죽음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홉스는 국가를 인간에 비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인공인간이 국가다. 인공적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제1부는 그 소재이자 창조자이기도 한 인간이란 어떠한 것인가. 제2부는 어떻게 해서 또 어떤 계약에 의해서 국가가 만들어지는가. 주권자의 각종 권리 및 정당한 권력 혹은 권위란 무엇인가. 제3부로 그리스도교적 국가란 무엇인가. 제4부 암묵의 왕국이란 무엇인가 등을 각각에 걸쳐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로마교회로와 국가의 독립을 강조하며 신앙은 단지 내면적인 문제이고 국가는 이것을 구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홉스는 전제군주제 뿐만 아니라 종교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토마스 홉스가 쓴 저서를 오마주로 하는 러시아 영화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의 의해 2014년에 제작됐다. 구약성서에 등장했던 바다괴물 레비아탄과 1651년에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등장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인공국가와 종교가 2014년 러시아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돼서 우리에게 너무 큰 충격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곡을 관통하는 대사와 연기자들의 연기, 잘 구성된 각본과 연출은 거대권력이 평범한 아버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킨다는 이야기 전개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4년 칸영화제 각본상, 2015년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즈뱌긴체프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히마이어 사건(killdozer사건)'을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2004년 콜로라도 출신의 용접공인 히마이어가 시멘트회사로부터 공장부지에 위치한 가게를 팔라는 제안을 거절하자 시멘트회사는 가게 전체를 담장으로 에워싼다. 재판에 의해서도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법적권리를 갖지 못하자 시멘트 공장을 향해 돌진한 히마이어가 200발이 넘는 경찰의 실탄에 저항하며 불도저 안에서 목숨을 끊게 된다는 사건(killdozer 사건)이다. 이 사건은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을 자극했고 영화 '리바이어던'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됐다. 영화제작진은 러시아의 아름다움과 황폐함이 공존하는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모스크바 반경 600㎞ 내의 70개 도시를 뒤진 결과 무르만스크주 바렌츠해 연안에 위치한 테리베리카라는 마을을 선택한다. 주인공 콜랴 역의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와 릴랴역의 엘레나 랴도바 등 출연자와 제작진이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제작기간 내내 테리베르카에 머물렀다.

영화 '리바이어던'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처절할 만큼 푸르고 회색빛이 감도는 바렌츠해와 바다로 향한 창이 넓은 집을 천천히 보여준다. 장엄하고 무거운 음악(아크나텐:이집트 파라오의 흥망에 관한 오페라)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암시해 준다. 평범한 자동차 정비공인 콜랴는 그의 집을 호화별장으로 만들려는 시장 바딤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에 시장은 "네놈들은 버러지다. 항상 일을 어렵게 만들지. 이제껏 어떤 권리도 가져 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며 협박을 한다. 콜랴가 모스크바의 변호사인 친구 드미트리의 도움을 받아서 법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부패한 시장 바딤은 경찰, 검찰, 판사 등 지역의 권력자들과 함께 콜랴와 드미트리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결국 평생을 살아 온 집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길 원했던 콜랴의 소망은 절벽에 부딪친 포말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아내 릴랴의 죽음과 반항기의 아들 로마, 믿었던 친구의 불리한 증언. 어느 것 하나도 콜랴에게 힘이 돼 줄 수 없다. 경찰, 검사, 판사 등과 공생관계인 시장 바딤이 정보기관과 연루된 부패와 비리가 폭로될 두려움과 혼란의 순간에 성직자를 찾아간다. 영화 속 성직자는 "권력은 신에서 오고, 권력이 있는 곳에 신이 계시죠."라는 말을 남긴다. 성직자의 말에 시장은 자신의 부패와 비리마저 신의 권력에서 온 것이라며 오히려 당당해 진다. 성직자는 아내 릴랴를 잃은 콜랴에게도 "욥이 의인일 수 있는 것은 그가 갖고 있는 배경 때문이며 신은 욥을 시험하고 친구도 재산도 모두 잃게 하지만 그 후에 다시 가족과 재산을 준다."고 말하며 욥처럼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바닷가의 보금자리를 시장에게 내어주는 것이 운명이라는 의미다. 성직자는 성경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권력자와 피권력자 앞에서 진실하지 않다. 경찰과 검찰과 판사와 성직자와 정보기관들이 결국 부패한 공직자, 즉 권력의 편에 서고 무력하고 무고한 시민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모든 것을 강탈당한다. 콜랴는 감옥으로 가고 그의 집은 무참히 부서진다.
영화 후반부에 주교는 엄숙한 설교를 한다. "신은 힘이 아닌 진리와 함께 하신다. 하느님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말하는 주교 앞에서 시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하느님이 다 보고 계셔."라고 속삭인다. 아들 앞에서 자신처럼 도덕적이고 선량한 인간이 되라는 시장의 가식적인 태도에 소름이 돋았다. 미사를 마친 후, 콜랴의 집터에 새로 지어진 교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자가용의 행렬과 장엄한 배경음악 아크나텐이 흘러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콜랴의 집은 호화별장이 아닌 교회로 바뀌었으며 검은 자동차는 권력을 거머쥔 자들을 상징했다. 순간 무거워진 심장이 굳어지는 느낌이다.

차갑고 회색빛으로 물든 러시아 북부 지방 풍경은 심장을 멈추게 하는 듯하다. 즈뱌긴체프감독의 서사와도 같은 비극적 드라마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관조해 본다. 사법부와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민의 우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레비아탄의 모습으로 군림한다면 그들의 수명은 단명할 것이다. 거짓된 진리로 신을 들먹인다면 종교조차 외면당할 것이다. 진실은 왜곡되지 않아야하고 인간의 선량함이 권력 앞에서도 영롱하게 반짝이길 소망한다.

국가라는 인공인간이 가진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았다. 개개인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소수의 국민에게 입법과 사법과 행정의 결정을 위임했다. 물론 이러한 권한은 시한부적인 권한임에도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다. 제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주어진 권력을 국민을 보호하고 버팀목이 되는 데 발휘해 주길 바란다. 영화 '리바이어던(Leviathan)'은 국민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 국가, 또 그 안에서 권력을 갖게 된 사법부와 입법부와 행정부의 위임자들,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종교가 지치고 약한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제발 선량했던 자신의 순간들을 곱씹으며 초심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 글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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