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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행복해 지는 영화 '카모메 식당'

행복해 지는 영화 '카모메 식당'

  • 웹출고시간2021.01.18 17:26:33
  • 최종수정2021.01.18 17:26:33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생활패턴을 내 중심으로 맞추었는데 이젠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수동적으로 나를 밀어 넣고 있다. 애써 맞추어 놓은 퍼즐조각처럼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퍼즐을 맞춘 자신과 그 광경을 지켜 본 타인 모두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된다.

코로나란 녀석은 삶의 패턴을 자리가 정해진 퍼즐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어느 순간 마음대로 떠날 자유,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열띤 토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눌 사람들, 친근함을 표현할 가벼운 스킨십조차 박탈당했다. 놀이터엔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졌고 학교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땀으로 범벅이 되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의 소년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고개를 돌려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한다. 같은 통로에 사는 까맣고 예쁜 눈으로 상냥하게 인사하던 꼬마 녀석도 눈을 피한다. 가족들과의 분주한 아침 전쟁을 치르고 유일한 아지트인 동네 카페로 모였던 수다스런 아주머니들의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도, 경로당에 나와서 온 종일을 보내며 따뜻한 식사 한 끼로도 흡족해 하시던 어르신들의 여유로움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며 건물 사이며 휑한 가로등 밑이 여간 낯설지 않다.

며칠 전에 만난 선배님이 "요즘 어떻게 지내?"하고 대뜸 질문하셨다.

나는 한참 망설이다가 "그럭저럭 잘 지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반문한다. '내가 잘 지내나?'

"선배님. 조금 무료하긴 하지만 행복해요."

"행복해? 어떤 게 행복하지?"

"혼자서 책 보고, 차 마시고, 음악 듣고. 음. 아! 오랜만에 뜨개질도 했어요, 인터넷 쇼핑으로 곧 도착할 택배도 기다리고.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친구와 시외로 드라이브도 하고 여기 저기 산에도 가고요."

"다행이네."

어쩌면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서 둘러댔지만 우울함과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적막함이 심장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레트로 턴테이블과 블루투스 라디오, 커피 메이커가 가족들이 돌아오기까지 한나절 동안의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커다랗고 시커먼 텔레비전.

문득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인문학에서 답을 찾고 싶다. 인문학은 키케로의 '휴마니타스(humanitas:humanity)'에서 시작된 사람이 중심이 되는 학문이다. 사람이 행복하고, 더 잘 살고,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다. 생물들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햇빛, 공기, 물처럼 우리 인간의 내면에 스며들어 삶을 지혜롭고 당당하게 대처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현재사회가 직면한 제반의 문제들 권력, 계급, 돈, 사랑, 역사, 철학, 문화, 예술, 탄생과 죽음, 젠더, 계급, 여행 등을 모두 망라하는 학문인 것이다. 앞으로 나는 영화를 통해 인문학을 읽어 주려고 한다. 나의 글이 읽는 이들에게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 줄 단비가 되길 바란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보다가 상큼한 웃음이 나오는 에피타이저 같은 영화 '카모메 식당'을 소개하겠다. 작지만 야무진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라는 일본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 길모퉁이에 오니기리(주먹밥)를 파는 카모메 식당을 오픈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무레 요코'의 원작소설로 만들어졌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2006년에 제작한 코미디장르의 드라마다. 오픈한 지 한 달 째 손님이 없는데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사치에. 첫 손님으로 찾아 온 일본만화 애호가인 토미.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헬싱키로 여행을 오게 됐다는 미도리, 여행가방을 잃어버리고 식당으로 온 사연이 많은 마사코. 작은 식당을 둘러싼 헬싱키 현지인 손님들과 여행객들의 소소한 대사와 연기를 보면 화려하지 않아도 가슴 따뜻한 감동에 배시시 웃음이 난다. 삶을 미니멀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기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 핀란드라는 낯선 땅에서 소박한 요리처럼 서로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각자의 사연들과 애잔한 삶이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음식과 잘 배합되어 위로와 행복으로 승화하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영화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갈매기(카모메)가 날아다니는 바닷가를 보면 바다 냄새가 폴폴 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루왁커피와 갓 구워 낸 시나몬 파이 냄새가 아직도 코를 자극한다.

커피를 내리고 정성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시나몬 향으로 가득한 브런치 타임.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변하길 바란다.'는 사치에의 따뜻한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 같다. 따뜻함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일들을 추구하는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들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툭 던져준다.

타인의 삶에 대해 겸손하고 배려하는 '사치에'는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꼭 필요한 이웃 같다. 마음이 심란하고 안정이 필요할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따뜻한 영화 '카모메 식당'을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부담 없이 들어와도 좋다는 식당주인, 가만히 옆에 앉아서 울먹이는 어깨를 토닥여 주는 '사치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카모메 식당'을 보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다른 작품인 '요시노 이발관',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안경', '토일렛' 등의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장르를 경험하길 바란다. 그녀의 영화를 보면 단순한 것이 가장 훌륭하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 받게 된다. 그리고 잠시라도 행복감에 빠져들어서 배시시 웃게 될 것이다. 행복은 단순함에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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