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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목숨과 맞바꾼 여성투표권 '서프러제트'

  • 웹출고시간2021.11.22 17:42:57
  • 최종수정2021.11.22 17:42:56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선거가 가까워지자 모든 방송과 언론들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터넷을 달구는 각종 매체를 통한 보도 내용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도덕성과 동아시아 지역균형 등의 국제적 감각, 통일에 대한 신념이 도마 위에 올려졌던 과거 선거와 달리, 나와 우리 지역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안겨 줄 것인가에 집착하고 있다.

각 정당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말 잔치도 내 편이면 괜찮고 가정사는 모두 탁탁 털려서 마치 '멘탈 쟁탈전'을 방불케 한다.

'앉아서 정치 속으로'라는 새로운 드라마 시즌 1이 끝나고, 정당별 후보가 정해진 시즌 2가 시작된 기분이다. 너무나 믿기지 않는 '가상 같은 현실'이 어떤 드라마보다도 흥미진진하다. 다음 편이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메타버스에서 근거도 없이 떠도는 기사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도 없는 대중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줄 서기를 시작하고 있다.

투표를 즐길 만큼 우리 대중이 성숙해진 결과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치가 극화되는 문화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겉으로 지지자를 표명하는 일부 국민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후보자들은 어떤 카드를 던질 것인가! 여러 가지 공약이 난무하다. 약속을 꼭 지키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며 여성들도 선배들의 고귀한 목숨 값으로 획득한 한 표의 권리를 소중히 행사하길 바란다. 여자로 태어난 내가 누굴 뽑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후보자들이 내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여자인 나에게 소중한 '한 표의 권력'을 갖게 해 준 20세기 초 활동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Suffragette)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2015년 영국 영화 한 편을 소개하겠다. 이 영화를 통해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민주주의와 보통선거의 가치를 되새기길 바란다.

"여성은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

-프랑스 극작가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 Gouges,1791)

여성사회정치연합(WSPU)리더들 (1906~1907)

◇1 서프러제트의 활동과 여성사회정치연합(WSPU)결성 배경

서프러제트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영미권에서 여성 참정권을 주장한 사람들을 이르는 단어로, 영국의 여성사회정치연합(WSPU,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 소속으로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투쟁하던 활동가들을 지칭한다. '참정권'을 뜻하는 '서프러지(Suffrage)'에 여자 이름에 붙이는 'ette'를 붙인 말로 '참정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영국에서 여성은 재산권도 없었고 법률적으로 남성에게 예속돼 있었다. 1860년대 중반 J. S. 밀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조세핀 버틀러 등 여성들을 포함한 1천4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여성에게 남성과 같은 정치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입법에 실패했다. 비폭력적인 시민 불복종 방식으로 운동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탄압은 계속됐다. 마침내 1903년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자신의 세 딸인 크리스타벨(Christabel), 실비아(Sylvia), 아델라(Adela) 팽크허스트를 포함한 6명의 여성들과 맨체스터 자택에서 '여성사회정치연합'을 결성했다. 1905년 맨체스터에서 열린 정치 회의에서 "자유당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줄 것입니까?"라고 질문하면서 '여성에게 투표권을(Votes for Women)'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고 경찰과 몸싸움 끝에 체포된 사건으로 WSPU가 알려졌다.

서프러제트를 조롱하는 포스터들

여성 투표권에 대한 논의가 거부되자,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타인의 생명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세금 납부 거부, 진열장 유리창 부수기, 유명 정치인의 집을 방화 등 급진적인 행동을 전개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감옥에 수감된 여성 참정권 운동가는 약 1천 명에 이른다. 수감된 참정권 운동가들의 단식투쟁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고양이와 쥐 법(Cat and Mouse Act)'이라 불리는 임시 재소자 석방법을 제정해 임시 석방 후 건강이 회복하면 재수감됐다.

1913년 6월 4일 경주마에게 몸을 던진 에밀리 데이비슨

◇2 에밀리 데이비슨의 죽음과 여성 참정권 획득

에밀리 데이비슨은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엘리트로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9차례 체포되고 7차례 단식투쟁을 벌였으며 49차례에 걸쳐 음식을 강제 투입하는 고문을 겪었다. 좀처럼 기사화하지 않는 언론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저항으로 1913년 6월 4일 국왕 조지 5세가 참석한 '엡섬 더비 경마대회'에서 경주마가 결승점으로 질주하던 순간 몸을 던져서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흘 만에 사망한다. 1차 세계 대전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소강상태였으나 1918년 2월 6일 영국 의회에서 21세 이상 모든 남성과 일정 자격을 갖춘 30세 이상 여성(부동산을 소유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국민대표법이 통과됐다. 1928년 7월 2일, 10년 만에 21세 이상 모든 성인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모든 성인 여성들이 참정권을 부여받는다. 이 결과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여성의 전시체제 협력에 대한 보상적 측면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3 영국 여성 참정권 획득의 역사 교과서 같은 영화

1912년 런던의 한 세탁 공장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저임금의 고된 노동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보여주고 남성 정치인들의 말이 언급된다. '여성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균형 감각이 없어서 정치적인 일을 잘 판단하지 못한다', '여성이 투표할 경우, 사회 근간이 흔들린다.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을 두고 왜 나서는가', '일단 여성이 투표권을 가지면 국회의원, 정부 관료, 판사가 될 권리를 또 요구할 것이다' 남성들은 묵묵히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대변한다면서 이들을 규정하고 억압한다. 영화는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들과 참정권 운동가들의 투쟁을 통해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여성 당사자가 직접 투쟁해야만 주권을 쟁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열악한 세탁공장의 노동자 모드 와츠이다. 자신의 가난한 삶과 그 가난의 대물림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 평범한 노동 계급 여성이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는 참정권 운동에 눈을 뜨면서 그 운동에 헌신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짧은 수명, 성적 착취, 가난의 대물림 등을 숙명으로 여기던 모드 와츠는 팽크 허스트의 연설을 보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불평등'을 인식한다. 그녀는 집회·시위에 직접 참여하고, 선전물을 만들고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페미니스트로 거듭난다.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 충실했으나 서프러제트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아들과 격리된다. 남성보다 적은 노동의 대가와 공장 관리자의 성적 착취, 양육권조차 없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숙고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산업혁명과 함께 출현했던 '카메라'는 지배를 위한 감시와 권력에 대한 기록을 수행했다. 여성의 권리 주장을 철저히 외면한 언론사들은 최고 권력자인 국왕이 참가한 '엡섬 더비 경마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수많은 카메라를 들이댄다. 에밀리는 여성의 투표권 투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빈곤과 착취에 허덕이는 여성의 현실을 외면한 카메라들 앞에서 과감하게 목숨을 던진다. 에밀리의 죽음이 드디어 기사화되고 영국의 여성 참정권 획득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 1948년 제정헌법을 통해 남녀가 평등한 참정권을 갖게 됐다. 정당한 법, 살고 싶은 세상, 자식에게 남겨 줄 행복한 국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주장인 '선거권'을 숭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숭고한 정신이 더 이상 폄하돼선 안 된다. 여성에게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줌으로써 자식에 대한 양육권, 재산 소유권, 교육권까지 우리에게 안겨주고 기꺼이 목숨을 바친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일부 남성도 함께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힘써 주었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기회가 있으면 이 영화를 꼭 감상하고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주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멋진 페미니스트'라는 의미가 되살아나길 손꼽아 기다린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남녀평등지수는 OECD국가에서 최하위이다. 남녀의 정치·경제활동과 정책 결정과정의 참여 정도, 고위직에서의 평등 정도에 있어서 최하위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번 선거에서 성인지 감수성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후보에게 나의 한 표를 행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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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