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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안토니아스 라인'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Antonia's Line, 1995

  • 웹출고시간2023.03.13 17:13:42
  • 최종수정2023.03.13 17:13:42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공정을 포용하라 (#EmbraceEquity).

2023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WD) 캠페인 주제이다.

공정은 '서로 다른 상황을 인식하고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기회의 제공'을 의미한다. 올해 한국이 여성에 부여하는 경제적 기회의 수준이 세계 65위에 머문다는 세계은행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임금의 남녀격차(31.1%, 세계 1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왜 '세계 여성의 날'을 정했을까?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노동자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비참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삶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사 노동에만 전담했던 기존 여성의 지위와 달리 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서면서 여성은 가정에서는 '가사 노동', 사회적으로는 '노동자 계급'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남성 노동자와 달리 임금, 노동환경 등에서 차별을 받았고, 인권은 없었다. 봉제공장, 직물공장 등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대한 항의 시위를 이어갔고 열악한 환경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1909년 2월 28일 '전국 여성의 날'을 선포했다. 1910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1912년 5월 뉴욕에서는 1만 5천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였고, 1913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도 1920년대부터 가부장적인 사고와 노동집약적 경공업 육성이라는 과제 앞에서 여성은 저임금 노동자로서 인권이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여성의 지위를 향상과 권리 주장을 위한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높아지면서 결국 유엔에서 197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지정했다.

우리 여성이 누구의 '내'가 아니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타성을 인생의 동반자로서, 파트너로서 동등하게 살아가길 소망하면서 여성들이 가족의 계보를 이어가는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 1995&'을 소개한다.
◇나를 존중하며 타인과 장점을 공유하는 삶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안토니아(빌레케 반 아메루이)와 딸 다니엘은 어머니 일레곤다(도라 반 더 그로엔)의 임종을 지키려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농장에서 농부의 삶을 살게 되고 딸 다니엘(엘스 도터만)은 미술가의 삶을 선택한다. 그 다니엘은 또 딸(테레사)을 낳았으며 테레사(비를레 반 오버로프)는 수학자의 삶을 산다. 테레사는 또 딸 사라를 낳고 사라(티르자 라베스테즌)는 시인을 꿈꾼다. 일레곤다, 안토니아, 다니엘, 테레사, 사라 5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는 남성 중심의 가족 계보에서 탈피해서 여성들이 당당하게 가족 계보를 이어가는 내용이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기보다 한 인간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기를 때 남(다른 남성)의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삶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또 다른 삶의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척박해진 농장을 일구며 카톨릭 윤리가 지배하는 고향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는 안토니아는 마을에서 외면받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전쟁을 겪고 염세적인 철학자가 된 안토니아의 소꿉친구 굽은 손가락, 마을의 산파이자 장의사며 카페 주인인 올가, 대지주의 저능아 딸 디디, 이교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보름달이 뜰 때마다 늑대처럼 울부짖는 마돈나, 이 마을에서 20년이나 살아왔지만 이방인 취급만 받는 홀아비 농부 바스. 이들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깊은 이해와 넓은 포용력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안토니아는 어머니가 물려준 농장에서 사랑과 배려와 공감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외면당한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안식처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대사를 보면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보다 개인의 주체적인 삶에 비중을 둔 '나눔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함께 춤추는 사회. 악마가 있다면 그들마저 함께.

출산, 결혼, 비혼, 동성애, 종교, 죽음, 공유밥상과 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유신론자의 비극은 이성보다 믿음이 중요시한다는 것

남자는 필요 없고 아기만 있으면 돼.

사랑은 모든 곳에서 피어난다.

속담은 틀렸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료하지 못했다.

고통은 약간 줄었을 뿐 기억은 남아있다.

그들은 같은 식탁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같은 침대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세상은 고통받는 영혼들과 악마들로 가득하다.

이것이 우리가 춤을 추는 유일한 이유!!
◇코미디 장르의 유쾌한 페미니즘, '소통하면 결혼도 할 만하다.'

농부 바스와 안토니아의 대사를 보면 통쾌하다.

"당신은 과부고 나도 부인이 없다. 당신은 아름답고 내 아들에게 엄마가 필요해."

"난 당신의 아들이 필요 없는데."

"정말?"

"그럼"

"그럼 남편은 필요하지 않아?"

"왜? 가끔 들러도 돼. 우리가 못하는 일을 도와주면 좋겠네."

"날 위해 준비해 놓은 것 있어요?"

"커피 한 잔, 계란과 야채."

"나한테도 있는데. 흠 한번 생각해 볼께."

영화 전반적인 대사를 보면 그녀의 주체적인 삶이 곳곳에 묻어 있어서 통쾌하다.

결혼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주체적이고 평등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며 서로의 장점을 발휘하고 단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준다면 금상첨화이다. 결국 파트너십으로 나의 성 정체성 (gender identity)을 서로 잘하는 쪽으로 발휘한다면 이상적인 결혼일 것이다. 요리 잘하는 남편, 사회성 좋은 아내, 아기 잘 돌보는 남편, 성취욕이 강한 아내가 저평가되지 않고 당연해지는 사회라면 결혼도 할 만하다.
◇안토니아스 라인에서의 공동체라면 '출산도 할 만하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딸의 말에 남자(정자가 건강한 사람)를 한번 찾아보자며 도시로 딸과 함께 떠나는 안토니아는 딸과 그 남자가 호텔에 있는 동안 호텔 앞 테이블에 앉아서 유유하게 와인을 마시며 기다린다. 그리고 남자에 대한 미련도 없이 호텔을 떠나는 모녀의 모습이 좀 지나친 부분이었지만 한 편으로 과거의 여성들이 경험했던 부분이라 살짝 통쾌했다. 임신을 하고 너무도 당당한 다니엘은 테레사를 멋지게 키워낸다. 테레사가 피트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후 안토니아는 목숨을 빼앗을만한 상황에서도 위협만 할 뿐 총을 직접 쏘지 않는다. 오히려 안토니아가 겁을 주고 떠난 뒤 피트의 목숨은 남자들에게 빼앗겼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성폭행을 여성 피해자와 남성 가해자라는 관점으로 보지 않고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 될 나쁜 행동이라는 결정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징벌한다. 이 부분도 참 통쾌하다. 피해자가 죄인처럼 주눅 들지 않는다. 성폭행을 당한 테레사가 임신한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의 반응이 의외다.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모두 반반으로 나뉘어 낳을 것인가 vs 낳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의견을 펼치는 게 자연스럽다. 선택은 50% vs 50%이다.

염세주의 철학자 핑거는 '아기가 불쌍하지도 않니?'라고 말한다.

'이 험한 세상에 아기를 태어나게 하다니, 불쌍하지도 않니?'라는 속뜻이 반전이다.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으로 모성애가 여성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며, 출산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사한다.

프랑스에서 출산율이 저조해지자 미혼모를 포함해서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라는 캠페인으로 출산율을 높였듯이 이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육아하고, 고통도 함께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22년 대비 0.78이며 충북지역은 0.8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마을이라면 공동 육아와 공유 식탁으로 함께 키우는 자녀 양육으로서 '출산도 할 만하다.' 교육도 마을의 원로와 지식인이 멘토가 되는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엄마가 수학 가르치고 작곡하느라 바쁘면 아빠가 애 보는 거죠."라는 대사를 보듯이 일·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현대의 여성들에게 출산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절감시켜 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죽음에 이르렀던 캐릭터들까지 모두 등장하고 그들은 우리가 알던 그 모습으로 안토니아의 집 앞마당에 자리 잡았다. 영화 속 화자인 '새리'의 눈에 비치는 캐릭터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가 흐릿하고 결국 이는 안토니아가 말한 대사와 이어진다.

"삶과 죽음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삶과 죽음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낸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지만 그 때문에 많은 것이 존재한다."

과거 여성들은 사회적 권리를 위해 '빵과 장미'를 외쳤다.

빵은 남성 노동자와 동일 수준의 임금과 생존권,

장미는 노동조합 결성과 참정권을 의미했다.

빵과 장미는 여성의 날의 상징이 되었고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장미꽃을 선물한다.

우린 여성과 남성이기 전에 주체적이고 독립된 인간이다.

장미꽃 대신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을 여러분께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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