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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인간과 문어의 우정 일기'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통해

  • 웹출고시간2021.04.12 14:55:51
  • 최종수정2021.04.12 14:55:51

안소현

정치학 박사 / 지역문화커뮤니티 '함께' 대표

오랜만에 청소년 강의를 부탁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재미와 호기심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짧은 시간의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발표한다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터넷을 뒤져서 몇 편의 영화를 선정했지만 너무 뻔하고 부족한 느낌의 작품들.

그래도 어느 정도 다음날 강의를 마무리하려는데 갑자기 눈이 시원한 다큐멘터리 작품이 내 시선을 자극했다.

제목에 '선생님'이 있다.

청소년에게 선생님은 인생의 초입에 서서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생각으로 늦은 시간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럴 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바닷속 비경은 마치 바닷속을 프리 다이빙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숨을 죽이고 바닷속 여행을 했다.

감독 제임스 리드와 피파 에를리히가 제작자 크레이그 포스터와 함께 2020년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의 웨스턴에서 8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을 촬영했다.

주인공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20년 이상 다큐멘터리를 찍어왔다.

그리고 약 9년 동안 매일 다이빙을 하면서 인체가 추위에 적응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바다 생태계를 연구하던 중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반복적 생활에 지치게 되고 자신의 삶에 있어서 커다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누구라도 20년 이상 같은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겪는 회의감일 것이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어린 시절에 놀고 자랐던 바다를 찾는다.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울창한 다시마 숲은 아프리카 정글을 방불케 할 만큼 거대했다.

프리다이빙으로 잠수를 하던 크레이그 포스터는 아주 특별한 광경을 목격한다. 바닷속 다시마 숲에서 발견한 이상한 조개 뭉치는 그에게 호기심을 갖게 한다.

조심스레 관찰을 하던 조개 뭉치에서 조개가 하나 둘 떨어지면서 그 안에서 문어가 발견되었다.

문어는 2000개의 빨판을 가지고 있으며 천적의 위험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 빨판으로 조개 갑옷을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장수의 갑옷처럼.

크레이그 포스터는 익숙한 바다 생물체인 문어의 신기한 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직업의식이 발동하게 된다.
카메라를 다시 들고 문어를 촬영하기 시작한다.

지루한 그의 삶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 준 문어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면서 매일 문어를 찾아온다.

매일 찾아가고 관찰할수록 빠져드는 그녀(암컷문어를 그녀라고 부름)의 행동은 너무 엉뚱하고 장난스럽다.

그녀는 두 발로 걷기도 하고 적이 나타나면 다시마를 뒤집어쓰고 빨판으로 고정시키거나 카멜레온처럼 변색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 생물에 관심이 없는 나 자신도 주인공처럼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녀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기존의 다큐멘터리는 주인공이 관찰자 시점에서 바다의 생명체를 조사하고 탐색하고 몰래 촬영하거나 미행해 왔다.

그러나 나의 문어선생님은 다큐멘터리이기보다 크레이그 포스터와 문어의 우정 일기 같았다.

문어가 주인공을 따라오고 손을 뻗고 가슴에 올라타기도 한다.

그 순간 나도 심장이 움찔했다.

심장 박동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어는 지능이 높고 개나 고양이처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교감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연구 논문이나 과학서적을 통해 문어에 대한 연구를 한다.

'그녀는 무엇을 좋아할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사랑하거나 관심을 갖게 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인간이 하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의 새로운 친구 문어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문어의 최대 천적인 파자마 상어의 치열한 싸움 끝에 다리가 하나 잘린다.

그 광경을 목격한 크레이그 포스터는 애간장이 타들어가지만 도와줄 수가 없다.

문어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동굴로 돌아갈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문어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다시 바닷속으로 향하게 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

섣부른 도움이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알기에 아픈 가슴을 고스란히 담고 며칠을 바라보기만 한다.

시간이 흐르고 놀라운 사실을 목격한다.

잘린 다리가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동물의 왕국이나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생명체가 다치는 것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다.

마치 불치병을 극복한 가족을 보는 심정으로 몰입하게 되면서 기쁨과 다행스러움으로 울컥했다.

상처를 치유하고 문어는 수컷 문어를 만나서 짝짓기를 하고 이것이 암컷 문어의 마지막이 될 줄 모른다.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되는 순간에 암컷 문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가죽만 남은 암컷 문어를 보면서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신 우리들의 어머니가 연상되어 마음이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죽어가는 문어는 온갖 포식자에게 둘러싸이고 마침내 상어가 문어를 물고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

주인공 크레이그 포스터의 눈가는 눈물로 얼룩졌다.
그는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순간에는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따르며, 사랑할지라도 상대의 삶에 불필요하게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생명을 존중하는 삶임을 배웠다."라고 말하면서 이 경이로운 경험을 통해서 문어로부터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문어는 나의 선생님이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해왔던 일에 지치고 늘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잠시 일상을 떠나서 다른 무엇인가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

일상이 무료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나의 일과 사람들을 바라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누구이며 나의 '다시마 숲'은 어디일까.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문어 선생님과 다시마 숲이 될 수 있다면.

가족이 함께 보길 추천하며 다가올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다큐멘터리 대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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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