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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인생을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여행

  • 웹출고시간2022.07.25 16:52:09
  • 최종수정2022.07.25 16:52:09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인생을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여행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여행.

지루하고 멈출 것 같지 않던 장마 끝에 '쨍'하고 떠오르는 해처럼

여행은 지치고 상처받은 삶 속에

청량음료처럼 '톡' 쏘면서 내 안에 비집고 들어와서

두고두고 펼쳐보는 앨범 같다.

지리멸렬한 날들의 연속이라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일들이 몰려온다면,

모든 걸 그 자리에 두고 잠시라도 떠나라.

모든 것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그 지리멸렬했던 날들도

갈피 잡을 수 없던 일들도

별것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린 또 오늘을 살아낼 수 있다.

남겨진 내일을 위해 또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을 계획하며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의 삶에 대한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여행 이야기가 있다.

2004년에 월터 살레스 감독이 제작한 아르헨티나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소개한다.
◇평범한 두 청년의 우연한 여행계획

"푸세, 뒤에 아저씨 좀 봐. 네 노년을 저렇게 보내고 싶냐? 저렇게 살고 싶은 건 아니겠지, 퓨세. 우리 둘의 공통점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언제나 꿈을 꾸고 길만 보면 달리는 거야"

카페에서 여행을 계획하며 알베르토가 앉아서 졸고 있는 노인을 보며 퓨세에게 건넨 말이다.

23세의 한센병 치료 전공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퓨세)'는 생화학자 친구인 29세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기름이 새는 중고 오토바이 '포데로사'를 타고 남미대륙 횡단을 계획한다.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을 거쳐 베네수엘라까지 가는 여행.

취미는 럭비이고 고질적인 천식을 앓고 있는 퓨세와 친구인 알베르토는 4개월 동안 8천㎞의 여행에서 필요한 건 현장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서쪽 파타고니아, 칠레를 걸쳐 안데스산맥을 따라 북으로 6천㎞ 올라가서 마추픽추에 도착. 한센병 환자 병원인 페루 산파블로 병원에 들러서 최종 목적지는 대륙의 북쪽 끝 베네수엘라 과히라반도에서 마무리하는 여행을 계획한다.
◇험난한 여정에서 마주친 참담한 현실

모터사이클 뒤에 실은 연인에게 줄 강아지 '컴백'이 개울에 처박히기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텐트가 강풍에 날아가서 낡은 마구간에서 자기도 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새를 사냥하고, 아우스트랄 신문에 난 기사 덕분에 공짜로 모터사이클을 고쳤지만, 축제에서 정비사의 아내에게 치근댔다는 오해를 받아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모터사이클 브레이크의 고장과 이동 중인 소떼를 피하려다가 모터사이클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도보여행으로 바뀐다.

퓨세는 알베르토에게 아르헨티나 프리아스호수를 건너면서 말한다.

"여행이 지겨워지면 이 호수에 돌아와 병원을 세우고 여기 오가는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자"

장엄하고 경이로운 자연은 두 청년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갖게 한다.

두 청년은 히치하이킹도 하고 걸어서 스페인 침략으로 폐허가 된 페루의 잉카유적을 지나기도 하면서 투기 목적으로 개발된 땅에서 추방된 원주민들, 정치적 이념 때문에 친척에게 아이를 맡기고 도망 다니는 부부,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로 몰리는 광산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를 느끼기 시작한다.
◇정상인과 나병 환자를 가르는 아마존강

3주 동안 페루의 나환자촌 산파블로에 머물면서 아마존강이 나환자들과 정상인을 가르는 차별의 경계라고 생각한다. 나병이 피부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들과 악수하고 같이 축구를 하며 가깝게 어울리는 퓨세와 알베르토의 행동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3주간의 봉사 활동을 마치며 퓨세의 생일 선물로 받은 작은 뗏목을 타고 나머지 여행길에 오른다. 1952년 1월 4일에 시작해서 1952년 7월 26일까지 1만2천425㎞에 걸친 긴 여행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도착하면서 끝나게 된다.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와 그의 영원한 우정 '알베르토'

1960년, 알베르토는 에르네스토의 초청을 받아들여 쿠바에 가서 연구 활동을 하고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의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

체 게바라는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 투쟁하다가 볼리비아군에 체포되어 1967년 사살되지만, 그의 영원한 친구 알베르토는 쿠바에 의대를 세우고 2011년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서 7개월 동안의 여정을 통해, 두 사람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정치·사회적 문제로 신음하는 민중들의 피폐한 삶을 직접 목격하며 지금까지 그들이 알았던 현실과 너무 다르고 불합리한 세상에 분노했다.

이 영화는 우연한 여행을 통해서 약하고 평범한 청년이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이자 추앙받는 세기의 우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체 게바라 혁명정신의 기원'을 회상한다.

"이 긴 여행을 끝내고 나니 뭔가 변했어.

그게 뭔지 오랫동안 생각해봐야겠어, 부조리가 너무 많아.

하지만 정처 없이 넓은 남미대륙을 여행한 후에

난 너무 많이 변했다. 난 이전의 내가 아니다.

내면의 세계가 변한 것이다."

"여행은 우리를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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