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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스승과 제자의 경계 '자산어보'

  • 웹출고시간2022.08.22 16:46:04
  • 최종수정2022.08.22 16:46:04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어머니와 두만강을 건너고 메콩강을 건너고 라오스와 태국 국경을 넘어서 굶주림과 피범벅으로 남한에서 자유를 얻은 함경북도 온성군 출신의 제자가 치의예과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어느 스승의 이야기를 접했다. 주위에서는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 당당하게 현실을 극복한 20대 청년이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스승은 자신보다도 더 힘든 현실을 버텨낸 제자 앞에서 자랑스러움과 존경심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청출어람. 참된 스승의 몫은 자신을 능가하는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니 페이스북의 스승은 분명 참된 스승이다.

쪽빛보다 더 푸른 청색이 쪽빛에서 나왔다고 청색이 더 우월하지는 않다.

쪽빛이든 청색이든 서로를 이끌어 주고 빛내주니 둘 다 아름답다.

훌륭한 제자의 등을 두드려 주는 스승과 그만큼 성장하는 제자,

능력 있는 후배의 앞길을 터주는 선배와 그 뜻을 헤아리는 후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숙제이다.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어서 그 경계를 허무는 속 깊은 영화가 있다.

2021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소개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순조 1년 신유박해. 서학(천주교)을 믿은 죄로 처벌을 받은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삼 형제 중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에게 마을의 벼슬아치들은 대역죄인에게 잘해주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고 음식을 베푸는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이 애틋하다.

'정약전'은 가거댁의 집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 집을 자주 드나드는 청년 '장창대'를 알게 된다. '창대'는 학문에 밝으나 서자로 태어나 양반이 될 수 없는 몸이다.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쓰기로 작정하고 바다 생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젊은 어부 '창대'에게 조언해 주길 부탁하지만 '창대'는 대역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속상해서 술을 마시고 바닷가를 거닐다가 물에 빠진 약전을 우연히 창대가 보고 구해준다.

그 일이 인연이 되어 약전은 창대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면 도와준다.

독학으로 글공부를 하는 '창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 이기는 척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날부터 서로에게 스승이자 제자가 되어간다.

"오징어의 주머니에는 먹물이 가득 차 있다. 만일 적이 나타나 침범하면 그 먹물을 뿜어내어 주위를 가리는데, 그 먹물로 글씨를 쓰면 빛깔이 매우 윤기가 있다. 단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그러나 다시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새로워진다."

정약전이 물고기의 이름을 짓고, 그 특성을 묘사하며 글로 남기는 과정이 스승인 창대보다도 정교하다. 약전이 집요하게 질문하고, 자신이 알고자 하는 미지의 바다에 순수한 호기심을 보일 때, 내면의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한 학자의 순수한 호기심이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이 모든 이들에게 실용화되기까지의 노력과 치열함이 영화를 더욱 찬란하게 만든다.

다른 지식과의 만남으로 한 가지 지식이 더 깊어지는 정수를 보여주고 흑산도 근해의 수산동식물 155종에 대한 명칭, 분포, 형태, 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방대한 기록인 '자산어보'가 탄생한다.

"학처럼 사는 것도 좋으나 구정물, 흙탕물이 다 묻어도 마다하지 않는 자산 같은 검은색 무명천으로 사는 것도 뜻이 있지 않겠느냐."

'창대'가 양반인 아버지를 찾아가 호적에 올려 달라고 부탁하자 글공부가 더욱 나아지면 올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실력이 나아진 창대를 호적에 올리고 꿈에 그리던 과거시험에서 소과에 합격한 '창대'가 벼슬을 얻지만, 과도한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참담한 광경을 목격한 후 양반임을 포기하고 흑산도로 돌아간다. 거처를 옮긴 '약전'을 찾아서 우이도로 향하지만 '상중(喪中)'이라는 글자를 발견한다. 남겨진 책 서문에는 '창대'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하다.
'창대'의 볼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제자였던 스승을 잃었다.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벗'을 떠난 후회와 번민이 녹아내린다.

검은색은 가장 화려하다.

흑산도를 자산(玆山)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정약전 선생의 의도처럼 흑백의 화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깊고 굵으며 섬세하다.

스승과 제자의 경계가 있을까?

서로에게 배우고 공감하고 존중하면 고단한 인생 위에서 나란히 '벗'이 된다.

"물고기를 알아야 물고기를 잡응께요.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앙께요."

홍어가 다니는 길을 기러기한테 물어보는 이상한 세상에서 '자산어보'는 큰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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