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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조인 마이 테이블'

다양한 세상을 꿈꾸는 한 끼의 대화

  • 웹출고시간2022.03.28 15:46:32
  • 최종수정2022.04.25 13:55:39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날씨가 제법 풀렸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코로나로 움츠러든 여행 본능이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가까운 산에라도 나가면 뾰족이 내민 여린 싹들이 신비로울 만큼 들판과 산기슭을 뒤덮었다. 우주의 시계는 정확하고 오묘하다.

몇 년 전만 해도 긴 겨울 동안 가까운 이웃 나라로 여행 한 번 다녀왔을 텐데. 지구를 뒤덮은 바이러스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 보려는 우리의 '아름다운 일탈'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집안에 틀어박혀서 답답한 일상으로 배달음식만 시켜 먹기엔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 마을 길만 돌아다녀도 여기저기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꽃봉오리가 우릴 부른다. 어서 나와서 좀 봐달라고.

눈이 시리게 따사로운 햇살이 창 안으로 들어와 두 볼을 간지럽히던 지난 주말 오후 서울에 있는 친구와의 약속으로 서울대학교 근처 샤로수길로 나들이를 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가 가득한 거리를 거닐었다. 내 눈에 펼쳐진 작은 세계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태국식당, 베트남 식당, 쿠바식 샌드위치 가게, 일본 가정식 백반집, 인도 식당, 스페인 식당, 시드니 스테이크 식당, 미국, 멕시코 타코 식당, 홍콩, 대만 식당과 수제 맥주집. 세상의 모든 식당을 옮겨 놓은 거리에서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모로코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모로코 요리 '타진'에 적신 모로코 빵 '홉스'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모로코로 순간이동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로코의 어느 식당에 온 듯한 인테리어와 드문드문 앉아있는 외국인들.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들과 함께하니 나는 어느덧 모로코에 가 있었다. 저녁 무렵엔 스페인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푸짐한 음식과 맥주 한 잔으로 여린 봄날은 나에게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틀 후, 노트북으로 나의 나들이를 닮은 예쁜 TV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우리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이유가 간접경험의 궁극이듯이 완벽한 대리 만족을 경험했다.
왓챠가 만든 6부작 '조인 마이 테이블'은 나의 봄밤과 새벽 사이를 숨죽여서 행복하게 했다. '아침마당' 진행자이자 '인간극장'의 내레이션 등을 통해 정감이 묻어나는 따뜻한 목소리로 국민 아나운서로 불리는 방송인 이금희와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등으로 잘 알려진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박상영이 전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삶의 소리를 듣는 6부작 프로그램이다. '조인 마이 테이블'은 우리나라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사연과 음식에 관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과 함께 초대장을 보내면, 두 관찰자가 가이드북을 따라가며 각 지역을 여행하고 음식을 맛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리 4부작을 보면서 나는 그 나라를 여행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훈훈하고 따뜻함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그중에서 1부만 소개하겠다.
1부는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돼서 제주도에 정착한 예멘 출신 작가인 이스마일이 이금희와 박상영 초대하며 여행이 시작된다. 진행자인 이금희와 박상영은 책방 '무사', 예멘 커피를 파는 '마노' 커피하우스, 온평리 포구를 거쳐서 예멘 음식점 '아살람' 레스토랑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삶과 철학을 조용히 대화한다. 책방 '무사'에서 조국을 떠나서 정신적 외로움, 삶의 애환 등을 글로 해소하는 작가 이스마일은 자신의 작품이 '트라우마의 작품화'인 동시에 '시대의 기록'이라고 조곤조곤히 말한다. '마노' 커피하우스에서는 세계 최초 경작 커피이며 고흐가 즐긴 예멘 모카 '마타리'를 마시며 고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갖게 되는 타지에서의 어색함과 타지인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때문에 만들어진 사회성 결핍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함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정말 도란도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또한, 국제결혼의 시초가 된 지역인 온평리 포구를 바라보며 국내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문화가 확연히 다른데 타국에서 이주해 온 다문화가정의 문화도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는 다문화에 대한 '포용적인 관념'에 대해 생각의 일치를 보인다. 수다인 듯 철학인 듯 두 사람의 케미가 과하지 않고 편안하다. 커피 향과 음식 냄새가 폴폴 나는 프로그램이다.
작가 이스마일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는 단골식당 '아살람'은 예멘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식당으로 다진 채소와 고기를 함께 끓인 매콤한 국물 요리인 파흐싸는 우리나라의 음식과 비슷하고도 다른 풍미를 상상하게 해준다. 두 사람은 예멘의 커피를 마시고 예멘의 집밥을 먹으면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예멘사람들을 보듬는 정서를 갖게 된다. 볼수록 매료되는 영상미와 부드럽고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한국에 숨어있는 예멘, 인도네시아, 미국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유쾌한 두 진행자는 음식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정말로 맛있게 궁금한 음식 맛을 설명해 준다. 실제로 내가 먹은 듯 뿌듯한 한 끼의 식사를 한다. 다채로운 이민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애환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담은 요리 한 접시가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의 봄밤을 더 행복하게 물들일 것이다.

여행은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의 음식을 경험하고

그들이 걷는 길을 걸어 보는 것

그리고 돌아와서

추억으로 남기고 앞으로 살아 낼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한국에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

골목골목 세계가 숨어있다.

샤로수길에서 모로코와 스페인을 여행했다.

음식의 맛을 보면 그들의 삶이 보인다.

그리고 피어나는 풍미 가득한 한끼의 대화.

행복이 별게 아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부작거리는 나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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