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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인문학 - '다시 태어나도 우리'

종교를 뛰어넘는 따뜻한 교감

  • 웹출고시간2022.09.19 17:09:55
  • 최종수정2022.09.19 17:09:55

안소현

지역발전연구소함께 대표

가을하늘은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깊고 파란 하늘에 몽글몽글 구름이 피어오르면

나는 정처 없이 떠나고 싶다.

도대체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하늘에 부유하는 구름이었을까.

숲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바람이었을까.

불현듯 2017년 소개된 문창용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귀엽고 해맑은 미소의 동자승 앙뚜와 그의 스승 우르갼이 생각났다.
◇문창용 감독과 두 사람의 인연

2009년 문창용 감독이 '동양 의학 기행의 불교 의학 편'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서 해발 3520m에 위치한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자리 잡은 전설의 불교 왕국, 라다크의 '삭티'라는 작은 마을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삭티'에 의술이 뛰어난 의사 스님 우르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63세의 의사 스님 우르갼을 촬영하는 동안 스승을 따라 전통 의사가 될 다섯 살짜리 제자 앙뚜가 항상 함께했다. 소의 큰 눈을 닮은 앙뚜의 맑고 귀여운 모습과 그런 앙뚜를 바라보는 스승 우르갼의 사랑 가득한 눈빛에 매료된 문 감독은 8년간 10차례에 걸쳐서 라다크를 방문하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2010년 당시 여섯 살인 앙뚜가 전생에 티베트 캄의 고승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면서 앙뚜는 린포체로 공식 인정을 받는다. 린포체란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으로 '살아있는 부처'로 불린다.
◇린포체는 영광인가 고통의 시작인가?

앙뚜가 린포체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후, 스승 우르갼은 환자 돌보는 일을 포기하고 린포체를 가르치고 보살피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기 시작한다. 우르갼은 스승이자 부모이자 친구임을 자처한다. 앙뚜는 사원에서는 의젓한 린포체로, 학교에서는 눈싸움과 운동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로 건강하게 자란다. 그러나 앙뚜가 열 살이 된 2014년, 하나의 사원에는 한 명의 린포체만 살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서 앙뚜는 사원에서 쫓겨난다. 앙뚜는 전생의 사원인 티베트 캄으로 가야 하는데 티베트는 중국과의 오랜 분쟁 때문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없었다. 티베트로 갈 수 없게 되자 동네 사람들은 앙뚜를 가짜 린포체라고 놀린다. 앙뚜는 깊은 방황과 좌절에 빠지게 된다.

과연 린포체는 영광인가 고통의 시작인가?

◇제자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과 헌신.

우르갼은 최선을 다해 린포체를 모시면 부처님 곁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자 앙뚜에게 진심으로 대한다. 스승 우르갼의 헌신적인 사랑 속에서 앙뚜는 더 훌륭한 린포체가 되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우르갼은 앙뚜가 린포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원을 사방팔방으로 알아본 후 앙뚜를 전생에 살았던 3000km 떨어진 티베트 캄으로 데리고 갈 것을 결심한다.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치고, 폭설로 덮인 길을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순례자의 도시 바리나시를 지나고 갠지스 강을 건너 티베트 국경까지 향하는 험난하고 고된 여정이지만 지친 앙뚜를 격려하고 모든 것을 챙겨 주며 변함없이 격려해 주는 스승의 사랑과 헌신이 경이롭다.
◇종교가 맺어준 인연, 종교보다 더 소중한 인간애

다큐멘터리를 찍은 지 8년. 어느덧 열두 살이 된 앙뚜는 잘 성장했고 앙뚜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스승 우르갼은 일흔이 되었다. 앙뚜는 늙고 병든 스승을 자신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을 넘어가는 앙뚜는 어느새 스승의 손을 잡아 올려주고 있었다. 둘은 서로 함께 있어서 고마운 존재가 된 것이다. 폭설이 휘몰아치는 벌판을 가로지르고 눈 덮인 산을 넘어서 도착한 티베트의 '시킴'. 서로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앙뚜는 티베트 '시킴'의 사원에 남아야 하고 우르갼은 다시 라다크의 '삭티'로 되돌아가야 할 운명이다.

"조금만 더 있다 가시면 안 돼요·"

스승의 품을 파고들며 소년이 흐느낀다.

"용기를 내세요."

눈물에 젖은 소년을 품에 안고 막막한 가슴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슬픔을 삭히는 늙고 주름진 얼굴이 애처롭다. 관객은 두 사람이 모두 애처롭다.

늙고 지친 몸으로 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3천㎞의 멀고도 험난한 길.

"스승님이 없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정말요?"

"정말요."

"당신을 돕는 게 제 삶이죠."

"저는 믿어요. 훗날 꼭 훌륭한 분이 되실 거라고."

"약속해요. 언젠가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스승님, 다음 생에도 나를 찾아 주세요."

앙뚜와 우르갼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서 슬픈 작별을 한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향한 가장 아름다운 몸짓, 섬세한 배려

영하 20도의 척박한 환경에서 두 사람은 자주 눈싸움을 했다. 라다크의 눈은 잘 안 뭉쳐져서 앙뚜는 대충 집어서 던지는데 우르갼은 맨손으로 꽁꽁 뭉쳐서 앙뚜 곁으로 부서지지 않게 살짝 던져 놓았다. 앙뚜는 스승이 자신을 못 맞힌 걸로 착각하고 그걸 주워서 다시 던진다. 앙뚜의 키에 맞게 허리를 숙여 가며 눈덩이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으며 주름 가득한 얼굴로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우르갼의 영상을 보고 문창용 감독이 한참 울었다고 한다.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돌아와도 우르갼은 추운 마당에서 맨손으로 앙뚜의 더러워진 옷과 신발을 정성껏 빨아 말린다. 따뜻한 음식을 마련해서 먹이고 잠자리를 지켜 준다. 책가방을 챙겨 주며 학교로 향하는 앙뚜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미처 챙기지 못해 빠뜨린 준비물을 챙겨서 가슴에 안고 헐레벌떡 학교로 달려가 전해 주기도 하는 스승 우르갼.

그 모든 행위가 겸손과 헌신, 섬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살면서 우리는 무수한 인연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관습에 얽매인다. 그러나 그 어떤 관습과 형식보다 소중한 것은 '서로에 대한 섬김과 존중과 배려'이다. 종교적 교리나 사회적 관습이 개인의 소중한 권리와 행복보다 소중할까.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돌아보고 나 자신도 소중한 인연이 되어야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과 두 사람의 맑은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이 아련해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그깟 전생이 뭐 대수라고.

사람들이 서로 섬기고 존중하고 위로를 준다면 과연 종교는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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