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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전 청주시립예술단 사무국장

지난 달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무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호주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나선 중국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윤디 리가 연주 도중 악보를 까먹고 박자를 건너 뛰는 등 급기야 연주가 멈추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윤디리는 2000년 18세 약관의 나이에 쇼팽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된 피아니스트로서 우리 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미남 연주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자신의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었지만 사실 악보를 외우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독주자 또는 협연자들은 악보를 암보(暗譜)로 연주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딱히 규정은 없지만 대략적으로 이러한 연주 때 악보를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경우(지휘자나 협연자는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피아니스트라도 반주자로 나서는 경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실내악은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주회를 뜻하는 리사이틀(recital)이라는 뜻 자체가 암송하다(ricite)라는 어원에서 비롯됐다. 악보를 외워서 연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일종의 신비감과 카리스마를 북돋아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연주자가 악보를 외워서 눈을 지긋이 감고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가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암보로 연주하면 객석에서는 그야말로 대소동이 벌어졌다. '여자들은 무대 위로 꽃다발 대신 치장하고 있던 보석을 풀어 던졌고 무아지경 속에 비명을 지르고 기절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어떤 여자들은 무대 위에 뛰어 올라 리스트가 피아노 위에 얹어 놓은 초록색 장갑을 차지하려고 싸우고 하였다. 어떤 여자 관객은 리스트가 피운 담배꽁초를 주워 죽는 날까지 가슴 속에 품고 다니기도 했다' 이 말은 '뉴욕타임스'의 컬럼리스트였던 해럴드 숀버그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구절이다. 악보 암기에 대해 모든 연주자들이 다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출신으로서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히터(Sviatoslav Richter, 1915~1997)는 악보를 외우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악보를 모두 외우는 것은 건강에 해로울뿐더러 허영심의 발로라고 하였다.

또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를 암보로 연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외우느라고 두 곡 밖에 연주를 못는 것보다 악보를 보면서 20곡을 연주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실제로 연주자가 악보를 외운다는 것이 엄청난 고역이다. 각자 암기능력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음표는 물론이거니와 연주의 악상까지 모두 외워서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죽은 맛이다.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협연 중에 자칫 박자라도 놓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번 윤디리의 실수가 바로 그러하다. 음표 하나 잊어버리고 박자 한번 놓친 것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연주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관객들도 그것을 인정한다. 윤디리가 쿨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면 그를 사랑하는 음악 팬들이 오히려 더 그를 보듬었을 것이다. 그는 연주 중 음표를 까먹고 박자를 놓친 실수보다 오만을 선택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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