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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전 청주시립예술단 사무국장

지난번에 이어 예술가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전에 80년대 서울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평균 연봉이 300만원에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라 했다. 물론 요즘 그보다는 오르긴 했겠지만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짐작된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연극배우들이 영화나 티비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곱게 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황금을 쫓아가는 예술행위는 진정한 예술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고지식한 사고방식이 연극계에 다소 있었기 때문이다. 티비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던 몇몇 배우들이 여기에 해당되었다. 이들 모두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놓고 욕하지는 못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50대 이상의 사람들이면 누구나 다 알만한 19금 성인영화가 제작되었는데 당시 사회 풍토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나름대로 흥행도 나쁘지 않아 시리즈로 여러 편이 제작되었다. 이 영화 시리즈 중 한 편에 조연급으로 연극에서 활동하는 한 여배우가 출연하게 되었다. 필자도 잘 아는 배우였다. 당시 그녀가 출연하는 장면에 배드신이 있어 연극계에서 말이 많았다. 순수연극을 하는 연극배우가 배드신을 찍은 다는 것 자체가 쉽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릎 쓰고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작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돈 때문이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녀에게는 영화사가 제시한 적잖은 출연를 쉽게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이를 두고 말도 많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배우도 영화 출연 여부를 두고 근 한 달간 엄청 고민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그 후에 얘기를 듣지못했지만 당시에는 같이 예술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참 뭐라 형언하루 수 없는 씁쓸함이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자 중에 신상철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한 때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을 했었고 저명한 바이올린 선생이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도 이 사람 제자였고 전 KBS교향악단 악장이었던 김의명, 김복수 모두 이 사람 제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신상철 선생이 갑자기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그만두고 한 방송사의 경음악단에 입단을 한 것이다. 이유인 즉은, 고전음악을 해서는 도저히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고 해서 이쪽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시립교향악단 단원 급여와 학생 레슨비로는 생활 꾸려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밤무대 출연에 음반 녹음도 할 수 있는 방송국 경음악단이 훨씬 벌이가 나았다. 모두가 그의 재능을 아까와 하고 말려도 보았지만 그의 선택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결국 끝까지 그 쪽에서 활동을 하다가 2011년 8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몇 푼의 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어야 했던 연극인, 눈물을 머금고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 음악인, 그리고 예술가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외롭게 골방에서 죽어간 연극인도 있다. 어느 것이 우선이고 어느 것이 답이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우리와 함께 같이 가야하는 이웃이라는 것이다. 점점 각박해져 가는 시대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이다. 이들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우리의 또 다른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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