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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기

전 충주예총 회장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의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우 늙은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중략)

 시 향수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옥천 정지용의 작품이다.

 이 시의 각 연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묘사한 고향의 정경을 유기적 관련성 없이 병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후렴구는 회상 속에 떠오른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넓은 고향 들판의 밝고 한가로운 정경에서부터 깊어 가는 겨울밤의 정경과 늙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 나타난다.

 이어 동심과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회상한다.

 화자가 회상하는 구김살 없는 어린 누이와 덤덤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아내의 모습은 당시의 우리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화자에게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아내가 곡식 찌꺼기를 주워야 했던 가난한 생활이었건만 그조차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늘에 있는 별, 까마귀가 울고 지나가는 지붕과 도란도란 구수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에서 가정의 단란함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해설피', '함추름'과 같이 참신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시어와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와 같은 토속적 정감을 주는 시어들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진 고향의 정경을 오붓하게 담아낸 시 '향수'는 대중위에 도도하게 군림하던 국립오페라단원인 테너 박인수를 대중 속으로 끌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이때부터 정지용의 시 향수는 더 이상 암송의 대상이 아니라 노래로서 우리의 사랑을 더욱 받게 됐다.

 예전에도 그랬건만 시인 정지용은 이 노래로 인해 국민 시인의 자리를 다시 확고히 다지게 됐다.

 또한 잊혀져 가던 고향의 정경은 이 노래로 인해 우리들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게 됐다.

 우리민족의 노래 이동원, 박인수의 '향수'는 KBS의 박광희, 신광철 PD가 작곡가 김희갑에게 부탁해 탄생할 수 있었다.

 '향수'의 작곡을 맡은 김희갑은 작곡을 위해 이들 두 사람의 음역과 음색을 연구하고 분석하느라 8개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 했다는 후문이다.

 그것도 그럴 진데 시인 정지용은 이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며 원고지를 버렸을까.

 동경유학시절 작품이니 절절한 타향살이 서러움 타령도 있을 법 하지만 그런 말초적 감정은 절제된 채 따뜻하게 고향을 그려낸 정지용의 언어적 미술은 단순한 천재성에만 기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문학과 클래식 성악과 대중음악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노래의 공연이 초겨울의 문턱 12월을 시작하는 시기에 음향 시설이 잘 갖춰진 충주음악창작소에서 열린다니 벌써 마음이 설레이며 기다려 진다.

 물론 이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이동원이 출연하고 테너 박인수의 대역은 테너 전인근교수의 협연으로 불려 진다니 그 아름다운 화음과 서정성은 잘 전달되리라고 본다.

 아름답게 정제된 노래 한 곡을 듣기위해 이렇게 가슴을 설레이며 기다리는 것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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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