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안호종

프리랜서

때는 2024년 4월, 아르메니아 여행 중이었습니다. '규므리' 라고 하는 정말이지 하나도 유명하지 않은 도시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사실 '아르메니아'도 생소하시겠죠? 돈이 없는 배낭여행자인 저는 항상 호스텔을 이용합니다. 한국인들은 사실 한국 안에서 이용할 일이 거의 없기도 하죠. 제가 이용했던 호스텔에서 한국인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혹시 호스텔 홍보 영상을 같이 찍어줄 수 있냐는 호스텔 매니저의 제안을 수락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투브 쇼츠' 같은 것도 찍어 보았답니다. 그것도 영어로요, 하하, 시작부터 즐거웠답니다.

호스텔이라 함은, 같은 방 안에 침대를 적게는 네 개에서 많게는 스무 개 까지 두고 같이 자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말이죠. 때문에 친구 사귀기엔 정말이지 엄청나게 좋습니다. 여하튼, 규므리 여행을 마친 후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으로 가는 날이었습니다. 저에게 한 스위스 친구가 말을 걸더라구요. 사실 웬만한 유럽의 호스텔들에는 영어를 잘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하죠. 현지인들이 호스텔에서 잘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여행을 하며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의사소통이 웬만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국가와 도시의 호스텔은 현지인들이 값싼 숙박을 하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인들의 렌트 하우스 개념도 겸하고 있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런 도시들의 게스트들은 대게 영어를 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규므리에선 게스트들끼리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아마,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처음으로 친구를 한 명도 만들지 못한 도시가 될 뻔 하였습니다. 스위스에서 출발하여 터키를 거쳐 조지아, 아르메니아까지 자전거로 여행한 친구였습니다. 그는 24세 스위스인 Olivie. 그 친구 또한 사교적이지 않은 호스텔의 분위기에 당황하여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저에게 말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각지의 여행 정보와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 안호종
저는 아르메니아 이후, 조지아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였고, 수 십년이 족히 넘은 낡은 소련 기차를 타고 수도에서 1천㎞나 떨어져 있는 '히바'라는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자동차로 15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죠. 러시아 모스크바 - 상트 페테르 부르크 구간에서 타보고 다신 안타겠다고 다짐했던, 소련의 낡은 완행열차를 다시 타야만 했습니다. 히바는 사막위에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막을 보았고, 여행을 하고 있었죠. 또 히바에선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만났던 홍콩 친구 Chinn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Chinn과 만나 한 식당에 갔었는데요. 우즈벡 식당에서 무려 김치를 팔고 있었습니다. 김치를 주문하니 직원들이 긴장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나는 한국인이다. 김치를 심판하는 재판관이다.'라며 농담도 하고 주인장네와 같이 떠들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물론 그 김치는 고춧가루가 없는 고려인 스타일의 백김치였습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이가 낯이 익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Chinn에게 얘기했습니다. '나 저 이를 아는 것 같아'라고요. 근데 생각해 보세요. 아르메니아 '규므리'에서 만난 친구를 3천㎞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히바'에서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 이 또한 용무를 본 후 나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를 불러세웠죠. 혹시 나 알지 않냐면서요. 이야기해보니, 그도 저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죠. 하하 이내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진한 포옹을 나눈 후 그간 있었던 일들과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Chinn', 'Olivie', 'Hojong' 이렇게 셋이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평생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세상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느낌이랄까요. 숙박업소 한 개 없는 여행지를 방문하고, 말이 안통하는 택시 기사들과 협상해서 자동차로 국경을 넘고, 다시 만났을 때 말을 걸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마법같은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특별한 경험 덕분에, 저는 앞으로도 우연한 행복을 믿으며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치지 마십시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