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7.20 15:00:30
  • 최종수정2022.07.20 20:17:38

안호종

프리랜서

우선, 필자는 아직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먼저 고백하겠습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방송인이며 정치인이었던 유시민 작가가 한 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게 직관적인 윤리에 대한 기준이 있다.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안 된다. '도둑질을 해도 되는가?' 물론 안 된다. 이렇듯 윤리란 직관적인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뛰어난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유배시킨 후 죽였던 세조를 예시로 들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은 상관이 없는 것인지? 나는 절대적인 윤리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을 못 하겠다. 그런데, 죽음과 삶을 가르는 이런 일에도 절대적인 윤리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서 살아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입니다.

필자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자신의 자녀를 성폭행하고 죽인 범죄자를 그 피해자의 부모가 복수라는 이름으로 죽인다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지능이 떨어져, 배가 고파 음식을 훔친 지체 장애인에게 선처를 해주어야 하는가?'

자신이 가진 절대적 윤리에 대한 기준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게 이런 질문들엔 엄청난 설왕설래가 나올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다못해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따위를 면접 예상 질문이라며 취업 준비생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 사회입니다. 또한 배고픈 지체 장애인이 훔친 음식이 라면이라면 선처를 해주고, 값비싼 소고기, 해산물들이라면 처벌을 해야 하는지 등등 경제적 요소를 윤리적 기준에 정도로 들이대면 또, 그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입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이다 보니 다양한 사건들이 있습니다. 복지 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장애인 연합회'의 출근시간 지하철 불법 점거 시위, 의용군 신분으로 참전한다며 강대국에 침략당한 약소국으로 불법 출국한 한 군인, 가뭄이 심한데도, 물을 많이 사용하는 축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개인 Sns에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한 연예인, 합법적인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시위를 하는 청소 노동자들을 수업권 침해로 고소한 유수의 대학 학생 3명과 이 3명을 규탄하는 2천여 명의 동 대학생들의 성명문 발표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윤리'에 의해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일들이 단 몇 달 사이에도 이렇듯 수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으로 시선을 돌리면 매일 매일이 스스로를 검열해야 하는 사건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데 잘 안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유감이기도 합니다.(웃음)

필자의 경험을 한 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창 정치판에 등장했던 공약이 바로 무상급식 인데요.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논란이 되던 때도 있었답니다. 필자가 여러 친구와 결성했던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개인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은 찬성 입장, 한 번은 반대 입장에서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만, 내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원래의 제 생각이 아닌,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정말이지 다른 관점이 생겼던 기억이 생각납니다, '학생'이라면 집안의 경제적 여력과 상관없이,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대적 기준의 윤리와 돈이 없으면 재화를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통적인 윤리적 명제가 상충을 했었던 경험입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태도를 취하셨을까요? 그 때는 어렴풋이 '아,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무상급식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 근거를 조금은 어릴 때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지러운 사회입니다. 사회가 어지러울 땐, 모두의 시야가 흐려져 밝게 빛나는 사람이 잘 안보이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옳게 행동하려는 의지, 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빛이 자연스레 밝아져 멀리서도 잘 보이고, 조금은 그 빛이 옅은 사람도 더 밝아지기 위해 모여들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이 세상 어두운 곳에 모자람 없이 빛이 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실어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