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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종

프리랜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 ― 프랑스 인권 선언 제1조

신데렐라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지만 한편으론, 불편한 이야기에 대해 애기해볼까 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기원전부터 구전된 이야기입니다. 워낙 오래, 넓은 지역(주로 지중해 연안과 서유럽)에 구전되었기에, 각 지역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은 다른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은 17세기 말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샤플 페로가 다시금 그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17세기는 유럽이 산업화를 겪으며 이로 인해 브루주아 계급이 출현하던 때입니다. 성직자로 대표되는 귀족계층은 세금을 내지 않는 등의 '불평등하지만 불평등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들에 관한 불만이 터져 나오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난한 평민들과 여성들은 경제활동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던, 또 다른 차별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 경제적 자립의 길이 막힌 여성들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혼을 하거나 부모가 부자인 경우뿐이었는데요. 산업화를 거치며 등장한 브루주아 계급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자신의 신붓감을 직접 고르도록 했습니다. 남성들은 자신의 신붓감을 고르는 과정을 미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데렐라 동화는 한 여성이 고통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마법의 도움을 받아 한 남자에게 선택된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사실 위와 같은 내용은 구전되는 판본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그 판본간의 공통된 이야기는 사실 신데렐라도 소위 '귀족' 계층이거나 그에 준하여 사회적 지위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유럽의 연회는 귀족들끼리도 그 지위의 고저에 대해 선을 그어서 철처히 사람을 가려 받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왕실에서 왕자의 아내를 찾기 위해 직접 주최한 무도회에 초대받은 신데렐라는 귀족의 신분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애초에 '신데렐라' 이야기에 필요한 것은 '귀한 신분이나 천대받던 아가씨'가 고운 심성을 바탕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귀한 신분의 남자'를 만나 행복해진다는 구조입니다.

다시 우리가 아는 신데렐라 동화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극복하는 신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신데렐라의 행복을 통해 얻어지는 대리만족이 커지기에 우리가 아는 핍박받던, 평민 느낌 물씬 나는 신데렐라가 탄생합니다. 어느 방송에선가, 주말 저녁 8시만 되면 나오는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하하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동화는 '남성은 어떤 여성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가부장제가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던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보자면, 순종적이며 군말 없이 집안일을 하는 등의 소극적, 수동적 여성이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수 백 년 전부터 몇 십 년 전 까지만 해도 여성차별이 만연한 시대였습니다. 한국 전쟁 후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면서 '경제권'이라고 통칭되는 권한 아닌 권한 하에 차별이 당연시되었고 그 잔재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차별을 반대하며 등장한 새로운 사회계층에 의한 새로운 차별. 원래 받던 차별에 더 많은 차별을 받는 피해자. 그 때나 지금이나, 사회 모두가 가해자였으며 동시에 피해자였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하청에 재하청, 등 새로이 생긴 차별을 우리 모두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치 남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더 엄격히 검열하며 숨죽이고 살던 17세기 여성들의 차별적인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나아진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리는 조직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이든 혹은, 내가 가진 것을 덜 나누기 위해서이든 혹은, 더 가지기 위해 차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계속해서 직면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기적으로 살아야만 더 가질 수 있다고 부모와 사회는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세웁니다. 그렇게 살게 되면,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가해자가 될까요, 또 다른 피해자가 될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가올 미래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입니다.

생각보다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한 동화가 있습니다. 동화 스스로의 의지 없이, 소비하는 계층에 따라 동화의 내용은 그 시대의 입맛에 맞게 변해왔습니다. 어떤 것이 본질일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입니다. 차별하지 않는 이들을 '유별나다'며 차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함을 항상 가슴속에 품고 사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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